퇴근 한 엄마의 양손에는 항상 맛있는 것이 가득했다.
며칠 전 지하철을 타고 퇴근하던 길에,
문득,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집 앞 지하철역을 지나 한 역을 더 가서 내렸다.
퇴근 시간은 9시쯤,
나도 모르게 터벅터벅 걷고 있는데,
내 앞을 지나쳐가는 한 중년의 여성.
나도 모르게 시선이 머물렀다.
그녀의 양 손에는 무언가가 가득 들려있었다.
한쪽에는 맛있는 포장 음식, 다른 한쪽에는 막 장을 본 장바구니.
무게가 꽤 나가보였지만, 발걸음은 빠르게 옮기고 계셨다.
그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누군가가 생각났다.
나의 엄마
나의 엄마는 평생을 일하셨다.
능력이 많지 않은 남편과 아이 셋을 키우기 위해,
본인은 쉬는 날을 잊어버릴 정도로 몇십 년을 사셨다.
하루 12시간, 한 달에 2일만 쉬는 일을 꽤 오래 하셨다.
일을 11년째 하고 있는 나는,
가끔 웃으며 엄마에게 어떻게 그렇게 일을 했냐며,
감사와 미안함을 담아 슈퍼우먼이라는 농담을 건넨다.
매일 10시에 퇴근을 하시던 엄마는 거의 매일 맛있는 것을 사 오셨다.
하루는 과자가, 하루는 빵이, 하루는 아이스크림이 우리에게 왔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면, 누구보다 빠르게 달려 나갔던 우리 셋.
그러고는 엄마보다 양손에 든 맛있는 것을 더 반기기도 했다.
가끔 가족들이 모이면,
그 때를 회상하며
서로 과자를 더 많이 먹으려고 어떻게 했는지를
까르르 웃으며 이야기하곤 했다.
그렇게 재미있었던 추억들이,
다른 깊이를 갖고 다가오는 순간이 온다.
하루 종일, 밥 먹을 시간도 없이 꼬박 12시간을 일 한 나의 엄마는,
퇴근길에 마감시간 30분을 채 남겨놓지 않은 집 앞 슈퍼에 들어간다.
아이들이 좋아할 과자, 음료수, 다음날 도시락 재료를 사서 누구보다 빠르게 집으로 향한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집안을 정리하고,
아이들의 옷을 빨래하고,
내일 도시락을 준비하고 나서야,
나의 엄마는 씻었다.
그때의 엄마에게 묻고 싶다.
엄마, 괜찮아?
나도 가끔 퇴근길에 아이를 위한 선물을 산다.
선물은 젤리일 때도, 보석 스티거일 때도, 공주 원피스일 때도 있다.
띠띠띠띠,
문이 열리면 나의 아이가 뛰어나온다.
그러고는 나의 손을 본다.
은근 나보다 선물을 기다린 것처럼 보일 때도 있지만,
그 모습마저 사랑스럽다.
이런 나는,
퇴근 후 집안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
아이의 옷을 빨지 않아도 되고,
앞으로 새벽에 일어나 아이의 도시락을 싸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런데도,
가끔은 퇴근길을 돌고 돌아 집으로 가고 싶을 때가 있다.
나 혼자만으로도 삶이 무겁다고 느껴지는 순간들 때문에,
도망치고 싶을 때도 있다.
이런 감정이 몰려올 때면,
나의 엄마가 참 대단한 사람이라는 걸 느낀다.
이제 엄마의 나이가 되어가는 나는
그때의 엄마를 찾아가 꼭 안아주고 싶다.
등을 토닥토닥 다독여 주고 싶다.
딸인 내가 엄마에게 건네는 위로가 아닌,
같은 엄마로서 삶을 함께 버티고 있는 사람으로,
나의 엄마를 위로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