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원짜리 동전 2개의 가치
"맛있는 거 사 먹어~~~"
이 말, 언제 듣고 못 들었을까?
너무 오래되어서 생각조차 나지 않는 말이다.
어느새 나는 아이에게 '맛있는 거 사 먹어'를 하는, 해야 하는 어른이 되어 버렸다.
지난주 유치원 등원을 할 수 없어, 아이는 지방 시댁에 내려가 있었다.
서로의 자리에서 평일을 부지런히 보내고 만난 아이는 일주일 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재잘재잘해주었다.
그러고는, 분홍색 어른 지갑을 꺼내 보여주었다.
시댁 어딘가에 고이 보관되어 있던, 어른인 누군가 쓰던 지갑을 할머니는 아이에게 기꺼이 내어 주신 거였다.
너무 귀엽게도, 할아버지가 채워주신 만원 한 장도 들어있었다.
따뜻한 시부모님의 사랑이 느껴졌다.
지갑을 만지작하던 아이는
고사리 손으로 야무지게 동전 200원을 꺼내 주며,
나에게 말했다.
엄마, 맛있는 거 사 먹어~~
순간, 진심으로 크게 웃음이 났다.
진심으로, 어른이 아이에게 하는 말처럼,
그동안 아이가 용돈을 받으면서 어른들에게 들었던 말을
나에게 하는데,
그 말이 너무 좋았다.
나도 어릴 때 자주 들었을 그 말이,
너를 사랑해
라는 말로 들렸다.
그 찰나의 순간, 나는 아이가 되었다.
어른이 되고 싶어서 된 건 아니었지만,
어른으로 사는 삶은 자유롭기보다 버겁게 느껴질 때가 많다.
나는 아직도 더 자라야 할 것 같은데, 이 마음을 태연하게 숨기고 다 자란 어른 인척 해야 할 때도 많다.
이런 나도 가끔은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고 싶을 때가 있다.
100원짜리 동전 2개가 나에게는 보살핌으로 느껴졌다.
나에게 맛있는 것을 사 먹으라는 그 말이,
나의 공허했던 마음을 가득 채워주었다.
어른인 우리도 기댈 곳은 항상 필요하다.
어느새 훌쩍 자란 아이는 이 날처럼, 자기에게 기대도 좋다며
나에게 사인을 줄 때가 있다.
내가 보살펴 주어야 했던 아이는
어느새 엄마를 보살펴줄 수 있는 마음을 가질 만큼 성장했다.
과거의 나처럼,
육아는 정말 힘든 것이라며,
끝이 보이지 않아, 매일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누군가에게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