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출장 준비는 훈련으로 부터.
“선배.. 저 지금 일어났어요.. 바로 가겠습니다.. 죄송해요.”
나도 공항에 일찍 나온건 아니었지만, 후배는 내가 전화했을 때 그제야 일어났다.
“남극을 가시기 위해서는 해상안전 기초교육을 받으셔야 해요.”
지난주 극지연구소 미팅에서 남극 항해를 하기 위해 꼭 받아야 한다는 기초교육.
이번 아이템의 첫 일정을 교육으로 시작하는데, 후배의 시간교육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후배의 지각때문에 취재기자 선배와 나도 예정된 교육에 지각 할 수는 없다.
과감하게 후배에게 다음 비행기를 타고 오라고 하고 매정하게 둘만 먼저 부산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아저씨 한국해양수산연수원 용당캠퍼스로 가주세요.”
분.명.히. 극지연구소에서 보내온 메일에는 ‘영도본원 말고 꼭! 용당캠퍼스로 가셔야 합니다.” 라고 써 있었다.
한국해양수산연수원 용당캠퍼스에 도착하니 가뜩이나 을씨년스런 날씨에 바닷바람에 비가 섞여 볼을 때린다.
왜 불안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가.
"해상안전 기초교육이 여기인가요?"
“영도 본원인데요.”
“.......네?”
매몰차게 후배를 두고 출발한 부산이었는데, 결국은 3명 모두 첫 강의에 지각.
이럴거면 의리라도 있을걸 그랬나싶다.
“코를 막고, 한명한명 물로 뛰시면 됩니다.”
7미터의 위에서 뛰어내리기 위해 발 밑을 바라보니 파란 물이 무섭게 느껴진다.
사실 교육이라고 했을 때, 그냥 또 강의실에 앉아서 수업만 듣겠구나 싶었다.
민방위 훈련(?)을 생각했달까? 강의실에 모여서 동영상이나 보고 PPT를 보면서 하는 그런 수업을 생각했지만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구명땟목에 오를 때는 반동을 이용해서 올라오시고, 먼저 올라오신분들은 다음 올라올 분들을 도와주세요.”
아침에 얼굴에 로션도 이쁘게 바르고, 머리도 나름 힘을 줬는데 아침에 한 시간이라도 더 잘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명정은 안쪽부터 타시면서 좌우 균형을 맞춰 주시고, 각자의 역할은 배에 승선하면 주어질 텐데 꼭 숙지 하셔야 합니다.”
구명정의 좁은 공간이 너무 답답하다.
헬멧과 구명조끼를 입고 좁은 공간에 오밀조밀 있으니 더더욱 답답하다.
그런데 이 구명정에 타고 있으면 배 침몰시 생존확률이 엄청나게 높아진다. 구명정은 동력이 있어서 항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생긴건 플라스틱 덩어리 처럼 생겼지만 안의 구조는 매우 과학적이고, 배의 축소판이라고 생각하면 될것 같다.
4박 5일간의 교육 및 실습훈련을 거치면서, 배에서의 생활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활하는 육지의 생활과 많이 다름을 경험할 수 있었다.
모든 수업을 허투루 배울 수 없었다. 2014년 4월 16일 이후로 우리 모두 참사는 더 이상 있으면 안된다는 것을 체험했기 때문이다.
“이수증 받아가세요. 이것 없으면 배 못타십니다.”
무려 5년의 유효기간이 있는 기초안전 교육 이수증!
이것이 있어야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항해를 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하지만 이수증을 받고나니 새로운 걱정이 머릿속에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