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3.12
환기를 하려고 창문을 열었는데, 새들이 여느때와 달랐다. 고양이가 알이라도 훔쳐간 건지, 찌죽찌죽 유난스럽게 울었다.
정확한 뜻은 알지 못해도, 무언가 큰일이 난 것 같았다.
오늘은 아르바이트 면접이 있었다.
두 군데 면접을 마치고, 인상이 좋아보이는 사장님이 있는 곳으로 결정을 내렸다.
마음이 이상했다.
분명 레슨을 안하겠다고 선언한 건 난데.
간사한 마음이 심술을 부렸다.
‘출산한 여성이 자기 본업을 지속하는게 이렇게 어려운거구나…’
마음에서 울화 섞인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 목소리를 애써 덮으려, 명상 음악을 켰다.
부유하는 생각들 속에서 두가지 모습이 보였다.
자유를 잃어버린 서글픈 기혼 여성의 모습과
무한도전 노홍철처럼 “드디어 낮에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나는야 럭키걸!” 하며 환호하는 모습.
이왕이면 노홍철이 되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저녁에 아이밥을 먹이고,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일기 클럽’ 게시물을 봤다.
수요일 7시30분.
남편이 유일하게 쉬는 평일 저녁이다.
심장이 마구 뛰었다.
남편 서재로 달려가 스케쥴을 재차 확인했다.
남편은 기꺼이 하라고 말해주었다.
5분의 시간이 있었다.
그 시간 동안 망설이고, 두려워하고, 위축되었다.
이내 손가락을 움직였다.
외마디 비명을 지르는 입을 무시하고,
손가락은 거침없이 입금 버튼을 눌렀다.
나는 비명을 지르면서도 그걸 내버려 뒀다.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새로운 경험에 도전했다.
자유를 잃었다고 생각했지만, 갑자기 주어진 자유 앞에선 망설였다.
아침에 울었던 새들을 떠올렸다.
큰일이 난 것같은 그 소리들을 떠올렸다.
자유하게 날아다니는 그 날개짓도 떠올렸다.
잃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