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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과 야외독서

25.04.07

by 수현

25.04.07(월)


<봄방학 일기클럽 숙제 : 산책과 야외독서>



숲길에 들어서자 처음 듣는 새소리가 들렸다.

음이 살짝 어긋난 리코더 소리 같은 울음이었다.


산책은 책을 고르는 순간부터였다.

어울리는 책이 무얼까, 이 책 저 책을 들었다가 놓고는 결국 요즘 한창 읽고 있던 소설을 들고 나왔다.

그게 가장 자연스러울 것 같아서다.


들고 나온 소설은 도서관 ‘함께 읽기’에 참여하며 읽게 된 책이다.

매일 정해진 분량을 읽고 발췌와 단상을 오픈 채팅에 올려야 하는 함께 읽기 덕에 요즘 꾸준히 독서와 글쓰기를 하고 있다.


또 일기클럽 덕분에 일기 쓰기를 평소보다 열심히 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요즘 매일 엄마에게 독서록과 일기를 검사받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다.


책이 읽기 싫으면 시라도 한편 읽고 쓰게 했을 정도로 꽤 집요하게 독서와 글쓰기 교육을 했던 엄마. 나는 최고로 짧은 시를 찾아 읽고 또 그것을 읽었다는 사실을 일기에 써 1타 2피를 노리는 잔꾀 많은 어린이였다.


예리한 엄마에게 대차게 퇴짜를 맞고 서러운 눈물을 뚝뚝 흘려가며 처음부터 다시 그것을 써 내려갈 때의 기분이란-. 그 시절 어린 나에게 매일 읽고 쓴다는 것은 여간 괴로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지금 내가 책과 글을 이 정도 나마 가까이할 수 있는 것은 많은 부분 엄마의 교육 덕분임을 부정할 수 없다.


초보 리코디스트의 스산한 연주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오늘의 책 분량을 읽고, 휴대폰 메모장을 켰다.

오늘은 무얼 적어낼까, 하얀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마치 그 안에 숨은 글자들을 끄집어내려는 듯 눈을 얇게 뜨고 화면을 노려본다. 매끈한 필름 위로 숲의 나뭇가지와 아침 햇살이 비친다. 오늘은 그 풍경지 위에 글을 쓰고 있다.


산책과 야외 독서.

괴로웠던 시간들을 넘어

봄의 설렘으로 가득한 독서와 글쓰기가

오늘을 가득 채우고 있다.


살포시 내려앉은 새싹들을 보며

아직은 황량함이 다 가시지 않은

야트막한 동산을 걷는다.

토박 토박 내딛는 발자국이

시간을 따라 걷는 듯하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해 준 것들과

새롭게 피어나는 새순 같은 순간들이

버무려진 산책길을 걸으며

오늘도 책을 읽고 일기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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