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에세이 <자린고비>
오랜만에 서점에 갔습니다. 책을 고를 때 생각보다는 감에 의지하는 편입니다. 열심히 고르고 골라도 영 읽히지 않았던 적이 많았거든요.
책이든 사람이든 왠지 모르게 ‘너구나’ 싶은 것들이 성공확률이 높습니다. 책에도 기氣 같은 게 있는 것 같아요. 보면 그냥 아는 거죠. 많은 분들처럼 저 역시 주로 인터넷 서점을 이용하는데요. 가끔은 서점에 가서 책을 직접 봐야 제대로 된 책연을 만나게 되는 듯 합니다.
이 책을 만났을 때도 그랬습니다. 번쩍번쩍 존재감을 내뿜는 매대를 지나 책장에서 발견한 책이 바로 <자린고비>입니다. 한참을 이책 저책 뒤적이며 뭘 읽어볼까 헤매다 <자린고비>를 보고선 바로 카운터로 가 구매했습니다. 비닐에 감싸여 있어 안을 보지도 못했는데 말이죠. 문학동네에서 나온 책인데 그림책 작가 노인경 님이 쓰고 그린 그림에세이입니다. 그림 작가가 자린고비처럼 아끼고 아끼며 살아가는 일상을 담은 내용입니다.
햄버거집에서 혼자 햄버거를 먹으며 책을 봤습니다. 평소 같으면 순식간에 우적우적 해치웠을 햄버거를 꼭꼭 씹고 코끝으로 맛을 느끼며 먹었습니다. 그러니까 <자린고비>를 읽으면 그 사람이 무얼 하든 한알 한알의 순간들을 느끼려 하게 될 거라는 이야기입니다. 왜냐 하면 책에서 바람이 불고 그 바람이 영혼? 정신? 무엇으로 부르든 온 마음을 솨, 하고 훑고 가기 때문입니다. 책을 다 읽기까지 몇번이나 하이얀 냄새가 나고 말간 얼굴을 한 바람이 불었습니다. 책에서 왜 자꾸 바람이 부는 거지? 그렇게 놀라고 놀라다 닫게 된 책입니다.
책을 읽은 후 며칠간 자꾸만 <자린고비>가 떠오르더군요. 한번 스친 인연인데 아, 그 사람 좋았는데, 한번 만나고 싶다, 이야기 나누고 싶다, 그런 마음이 드는 사람처럼 말이에요. 생각을 하게 하기 보다 느낌을 주는 책입니다. 일단 아껴두었다가 나중에, 나중에 다시 읽어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