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을 경험하게 하는 마케팅, 달아실의 ‘철학이 있는 우화’ 시리즈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 다녀왔습니다. 저는 마지막 날인 일요일에 다녀왔는데 그때도 사람이 많아 구경을 하려면 꽤 기다려야 했거든요. 그런데 토요일엔 관람객이 세네 배는 더 많았다고 하더라고요.
도서전엔 처음 가봤는데, 뭔가 엄청 힙한 느낌이었습니다. 안전가옥의 부스 컨셉이 ‘안전 정원’이었는데 초록초록한 디자인이 싱그러웠어요. 안전가옥 직원들이 출판계 러쉬라는 소문(?)을 들었던 터라 궁금해서 찾아가 봤지요. 직원들이며 관람객들이 블링블링한 느낌! 안전가옥 인스타에서 소식을 들은 바 오픈 1시간도 굿즈들이 당일 수량 매진이 되고 하더라고요.
밀리의 서재는 ‘밀리 독서 연구소’ 컨셉으로 직원들이 하얀색 가운을 입고 연구원 복장을 하고 계셨습니다. 뭔가 체험하는 게 있던데 줄이 너무 길어 포기했죠.
아무튼 출판사나 독서서비스 마케터 분들이 참 대단하다 생각됐어요. 단순히 책을 광고하는 게 아니라 출판사가 제공하는 느낌도 경험하게 하는 마케팅이구나, 싶었습니다.
이번에 도서전에 방문하게 된 건, 지난 5월 출간된 저의 책 <주머니 인간>이 전시된다고 해서였습니다. 달아실출판사가 춘천문화재단과 함께 도서전에 참가했거든요. 지금까지 달아실에서 나온 소설과 시집들이 전시되었는데, '철학이 있는 우화' 시리즈가 중점적으로 소개됐습니다. 시리즈는 현재까지 총 4권이 나왔는데요. 어른들이 읽는 동화라기엔 좀 더 그로테스크한 느낌이 있는 우화들을 묶은 소설집입니다.
<눈사람 자살 사건> 최승호
<애완용 고독> 전윤호
<주머니 인간> 이현지
<전생을 기억하는 개> 조항록
최승호 시인의 <눈사람 자살 사건>은 달아실의 대표 베스트셀러라고 합니다. 무슨 의민지 모르겠는 이야기들도 있는데 모르겠어서 좋은 느낌입니다. <애완용 고독>은 주인공 조진을씨를 생각하면 짠하고 찡하고 그러면서 사랑스러운 느낌이 들죠. 저의 책 <주머니 인간>은 글쎄, 제가 썼기 때문에 모르겠습니다. ㅎㅎ 독자에게 이상하고 웃기고 불편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요. <전생을 기억하는 개>는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읽지 못했습니다. 개가 전생을 기억하다니, 내용이 궁금하네요.
아무튼, 이번 도서전 때 관람객들이 우화집들에 관심을 많이 가져주셨다고 직원분을 통해 전해 들었습니다. 물론 작품이 좋은 것도 있겠지만, ‘우화집’이라는 게 독자에게 심리적 장벽을 많이 낮추는 것 같아요. 우화는 내용이 깊이는 있지만 길이가 짧죠. 한문단으로 끝나는 것도 있고 길어야 몇 페이지인 초단편이라, ‘집중력 도둑맞은’ 현대인들에게 읽기 편한 책인 거 같습니다. 또 우화니까 상징적이고, 그래서 읽는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 가능하죠. 헷갈리기도 하면서 상상도 하고, 그런 게 또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첫 책이 북적북적한 도서전에 전시되고 책을 구경하는 사람들을 옆에서 보니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첫술이 배부를 리 없지만, 그래도 책이 기대한 만큼 사랑받지 못하는 거 같아서 의기소침할 때도 있었거든요. 독서인구 줄어든다고 하는데, 책을 보러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다니, 좀 힘이 됐습니다. 책이 책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전시나 체험으로 연결되어 메시지를 다원적으로 경험을 하게 해야겠다, 그렇다면 뭘 해야 할까, 그런 고민도 했습니다. 저는 조소를 전공했다 보니, 늘 이야기를 조형작업으로 표현하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거든요. 어쨌든 주저리주저리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4만 자 쓴 소설을 싹 지우고 새로 쓰면서 브런치에 글을 올리지 못했는데, 이 글을 마무리하고 다시 머리로 그리고 손으로 만들며 이야기를 지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