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지인들이 휩쓸고 간 후 참으로 고요합니다. 살 사람들은 다 샀으니 당연히 그럴 테지요. 일단 엄마의 인맥으로 상당수 팔렸을 거고, 저도 모교에 보낸다고 열 권은 주문한 것도 있으니 기타 등등 초반 장사는 좀 됐을 겁니다. 실전은 지금부턴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번에 낸 책의 주제가 '죽음'이고, 삶이 얼마나 죽음과 맞닿아 있는가, 삶이란 게 얼마나 붙잡을 것 없이 텅 비어있는가, 그런 내용인데요. 우습게도 현실의 저는 책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과는 상관없이, 아주 현실의 진창 한가운데 빠져 있습니다. 책이 얼마나 팔렸나 영풍문고 홈페이지에서 뻔질나게 드나들며 재고를 확인하고, yes24와 알라딘의 판매지수가 오르고 내리는 추이에 목매고 있는 거죠.
사람이 고고한 척 파는 일은 모르겠다,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아무리 삶이 어떻녜, 의미가 어떻녜 해봤자 결국 인간이 행하는 행위는 팔아서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니까요. 그런데 이 팔리는 걸 들여다 보고, 또 팔기 위해 이런저런 시도를 하다 보니, 창작의 진짜 묘미는 아니 그 쾌감은 과정에 있는 것이 아니라, 파는 데 있는 것 같습니다. 책을 팔기 위해 뭐든 해보려고 브런치에 출간한 책 관련 글도 올리고, 인스타그램 계정도 파서 이런저런 일상 피드도 올리고 있거든요. '어떻게 하면 먹힐까' 생각하면서 유행하는 걸 따라 하다 보면, 이도저도 아닌 게 돼버리기 일쑤지만 뭐 그래도 재미있습니다.
돈이라는 게 결국 자기 증명의 수단인 거 같습니다. 돈을 차곡차곡 쌓아 내 척추를 세워야 하는데, 이게 없으면 자꾸 고개가 꼬꾸라 지는 겁니다. 여기서 자꾸 돈돈 거리는 이유는 결국 제게 결핍된 부분이기 때문인데요. 돈 안 되는 예술과 철학을 숭배(?)하며 '난 돈 버는 데 나 자신을 팔지 않겠어'했던 지난날이 떠올라 부끄럽네요. 오랫동안 돈 벌지 않는 인간, 회사에 다니지 않는 인간, 경제적으로 별 쓸모가 없는 인간으로 살면서, 돈 벌어 오는 사람 앞에서 나 자신도 이해할 수 없이 위축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돈은 순수하고자 하는 영혼에게도 그 순수성을 지탱하게 하는 중추인 거였던 겁니다! 또 개인의 정체성과 성취를 중요시하는 사회적인 분위기도 그런 반성 아닌 반성을 하게 하는 데 한몫했죠.
이야기가 옆길로 샜는데, 아무튼 문예지에 등단하지도 않고 대대적인 마케팅을 하지 않는 책들은 어떻게 팔아야 하는가, 궁금하다는 겁니다. 만들어낸 것만큼 파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사실 이렇게 책은 어떻게 파는 거냐는 글을 써서 올리는 것도 다 책을 팔기 위함입니다. 이런저런 주제로 머리를 굴려 글을 쓰다 보면 언젠가 한방(?) 터져 구독자수가 늘고, 그래서 책도 대박이 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삶에 대한 집착과 탐욕을 부려 봅니다. 무언가를 판다는 것, 그것 만큼 짜릿한 탐욕과 욕구해소 같은 것도 없네요.
그럼 이제 마지막으로 책 팔아봅니다. 클릭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