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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sygoing Aug 28. 2023

영재

아주 두드러지게 뛰어난 재주. 또는 그런 사람.

유의어

1. 괴재(불구슬 괴: 1. 빛깔이 붉은 구슬, 2. 둥글고 모양이 좋은 옥, 3. 크다)

2. 기재(기특할 기: 1. 기특하다, 2. 기이하다)

3. 수재(빼어날 수: 1. 빼어나다, 2. (높이) 솟아나다, 3. 뛰어나다, 훌륭하다


출처: 표준국어대사전





작은애가 수학을 좋아한다.

5년째 다니고 있는 아파트 정문 앞 보습학원에서 1등(진도 기준)

5년 간 같이 공부하던 친구가 이사 가서 1등


수상 들어간 지 4주 만에 가장 친한 친구에게 40년 우정을 담보로 자식 자랑을 쏟아냈다. 아니, 누군가는 좀 같이 좀 알면 좋잖아. 입시 강사 친구가 그 진도 아무나 하는 거 아니라고 뽐뿌질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우정의 리액션이었을 수도!


며칠을 참고 참다가 남편한테

"우리 사랑이 특목고 가면 어떨까?" 던졌는데 

"특목고 같은 소리 하고 있네. 거기가 학비가 얼마나 비싼데! 그냥 과학고 보내." 하고 섬광탄을 쏘아 올렸다. 


이 미치도록 비뚤어진 괴물부부


맘카페 새싹회원이 되어보니 사랑이만큼 하는 애들이 아파트 단지 별로 10명씩은 있고, 더 잘하는 애들도 우수수 있었다. 하지만, 가입한 맘카페의 수가 늘고 더 많은 게시물들을 읽을수록, 우리 애가 두드러지게 뛰어난 사람일 수도 있지 않을까. 단지 경쟁을 안 해봐서 드러나지 않은 게 아닐까. 근거 없는 신념이 무럭무럭 자라났다. 집 밖에 안 나가는 내가 옆동네 유명학원 설명회까지 다녀왔다.



1학기 중간/기말고사를 본 아들의 수학 점수는 각각 75/92점. 어려웠다지만 같은 반에 100점이 두 명이었다. 

"엄마, 우리 반 뽀롱이는 근처에는 더 배울 곳이 없어서 대치동으로 학원 다닌 지 2년이 넘었데."

아. 귀한 내 새끼. 입시를 해보자고 온갖 달콤한 말로 꼬셔놨는데 애 풀만 죽였다. 엄마가 미안하다. 끌어안고 나초와 코코팜을 잔뜩 먹였다. 


잠자리 인사 해주러 갔는데 아들이 충격적인 이야기를 했다. 

"엄마, 나 1학기 때 수학시험 볼 때 시험지에는 메모나 풀이과정 쓰면 안 되는 줄 알고 전부 암산으로 했거든. 수학 선생님이 불러서 갔더니 나보고 황당하데. 시험을 본 적이 없는데 모를 수도 있는 거 아냐? 정말 힘들었는데 속상해"


하강 리듬으로 돌아서던 마음이 양의 무한대로 발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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