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다 재미있는 영화 소개

영화는 두 번 시작된다-이동진

by easygoing

영화는 두 번 시작된다/이동진 영화 평론집


944페이지


내 책들은 죄다 브로슈어 두께지만, 나는 두꺼운 책을 좋아한다.

무슨 책 인지도 모르고 신간 코너에 두툼한(책매기가 특히 멋지다) 녀석이 들어가 있길래 무조건 집어 들었다.


내지가 가벼워 생각보다는 무겁지 않다.


다음날 오전. 분명 자기 전까지 읽었는데 소파에 없어서 찾아보니

아들 녀석이 새로 산 야구 글러브를 눌러 놓는 데 사용하고 있었다.

딱 좋다고 엄지 척.



눈 상태가 많이 나빠져서 책을 잘 못 읽고 있는데 그 대안으로 BTV와 NETFLIX를 들이 파고 있다.

(과연 이것이 시력 회복을 꾀하는 자의 자세인가)


영화보다 영화 소개 프로그램을 더 좋아하는 나는 이동진, 김중혁의 ‘영화당’을 좋아한다.

영화 이야기를 빼놓고도 그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방식과 스튜디오의 분위기에서 알 수 없는 익숙함과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버텨내야 할 긴 겨울에 944페이지의 영화평론집은 정말 큰 선물이었다.


메모장을 펼쳐놓고 208개의 목차를 읽었다.

평론집이라고 하지만 일기장의 느낌이었다.



신기하게도 못 본 리스트의 대부분이 메릴 스트립과 크리스찬 베일이 주연한 작품이었다. 무의식적으로 걸러내고 있었나? 메릴 스트립은 뭐 미국의 김혜자쌤이니까...싶었지만 크리스찬 베일이 연기한 캐릭터들은 좀 의외였다. 왜 배트맨 이미지가 그렇게 강하게 남았을까?


'녹터널 애니멀스'는 영화로 보고 몹시 혼란스러웠는데 이 책의 도움으로 이해하는 데 성공했다.




겉에서 본 태도가 마음의 신뢰로 이어졌다.

꾸준하게 갈고닦은 오리지널은 언제나 반갑고 감사하다.


평론가라는 직업군은 실체가 있는 거냐 의심해 왔었는데 실체가 있었다. 흐흐.

대상에게 감탄과 지적질을 반복하며 호랑이 부모 방식의 사랑을 퍼붓는 사람들.

이 책을 읽고 그들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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