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2일
12월 9일 대출목록:
젊음의 탄생/ 이어령
망설임의 윤리학/ 우치다 타츠루
어른 없는 사회/ 우치다 타츠루
작은 것들의 신/ 아룬다티 로이
노멀피플/ 샐리 루니
공기 파는 사회에 반대한다/ 장재연
말하기를 말하기/ 김하나
나는 생존기증자의 아내입니다/ 이경은
- 총 8권
12월 22일 대출목록:
하류지향/ 우치다 타츠루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 조한진희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김원영
시설사회/ 장애여성공감
손의 모험/ 릴리쿰
비폭력 대화/ 마셜B 로젠버그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생활예술/ 박영숙
기획회의 524
릿터 26
- 총 9권
결국 똑같은 머리 모양을 매 번 다르게 잘라달라 말하는 나를 항상 기꺼이 맞아 주시는 나의 미용실 원장님. 나와 비슷한 종류의 성격 문제(문제를 발견하면 즉시 해결하는 게 당연하고, 남에게 아쉬운 소리를 못해서 그냥 내가 다 하고, 24시간을 밥풀 하나 남기지 않고 싹싹 긁어먹지 않으면 죄책감이 들며, 약간의 강박증을 포함하는)를 가지고 있고 7년째 두 달에 세 번의 주기로 만나고 있어 실제적으로 나와 가장 가까운 타인이다. 선생님은 젊고(나보다;;) 직업에 재능과 실력을 갖추고 있으며 사회적으로 성공했고 혼자 사는 싱글여성이다.(자랑은 이하 생략)
5개월 전 어머니께서 갑자기 쓰러지셨어요. 뇌경색.
5시간 후에 발견되어 병원으로 옮겼는데 우측 마비와 인지 저하, 섬망 등의 후유증이 발생했어요. 4개월 반 정도 병원에 입원해 계셨는데 병원을 너무 질색하셔서 퇴원하셨어요. 원래 동생과 둘이 사셨는데 동생이 병시중을 단칼에 거부하더라고요. 요양병원으로 모셨는데 죽어버리겠다고 협박하셔서 입원 당일 퇴원했어요. 결혼한 언니는 퇴원 후에 연락이 잘 안 돼요. 혼자 살고 대형 미용실 점장씩이나 되는데 당연히 네가 모셔야지 하더라고요. 제 원룸으로 모셔왔어요. 지금 3주째 엄마랑 한침대에서 자요. 낮에는 데이케어센터에 계시고 저녁에 퇴근하면 모셔와요.
그럼 둘 다 3주째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있는 거예요?
엄마는 진짜 잘 자요. 푹 자요.
일주일에 이틀은 쉴 수 있어야 하지 않아요? 언니 동생한테 날짜 좀 나누자고 얘기해 봤어요?
절대 안 된데요. 몇 월 며칠에 하루만 휴가 내서 도와달라고 했는데. 딱 잘라서 안된데요. 이유는 없고 그냥 안될게 분명하기 때문에 안된데요. 다른 날도 절대로 안된데요. 힘들면 요양병원 좀 알아보지 뭐 하고 있냐고 답답하데요.
아, 역시 가까운 사람이 제일 치명적이네요.
그러게요. 엄마는 애기가 됐어요. 5살. 맨날 울고 화내고 짜증내고. 언니랑 동생을 기다려요. 저 하루 한 끼 먹으면서 하루 종일 서서 10시간씩 일하잖아요. 퇴근하면 좀 멍하게 앉아있고 싶은데 물 가져와라 과일 가져와라 계속 닦달하고 계속 죽고 싶다고 괴롭혀서 힘들어요. 지난번 입원하셨을 때 병원비랑 24시간 간병인 비용이랑 다 제가 냈거든요. 450만 원 넘게 쓴 것 같아요. 저한테 그 돈이 적은 돈이 아니잖아요. 근데 언니랑 동생은 자기들을 저랑 비교하지 말래요. 제가 그 돈을 쓰고 엄마가 편하게 계셨던 거면 억울하지나 않을 텐데요. 엄마는 거기에 자기를 버려뒀다고 저한테 계속 화를 내요. 엄마가 너무 그러니까 병원에서도 빨리 옮기라고 눈치 줬어요.
그래도 모시고 온 건 잘했어요. 서로 미워하다가 헤어질 때 헤어지더라도
그건 그래요.
나중에 후회 없으려면 그쵸?
맞아요.
아. 답답하다. 정말.
원래 내일 언니랑 조카랑 여기 와서 머리하고 엄마랑 저녁 먹기로 했거든요. 근데 어제 전화 와서 5인 이상 집합 금지니까 못 가겠다는 거예요. 엄마는 내일만 기다리고 있는데.
그냥 오기 싫은 거예요. 형부 빼고 오던가, 혼자 오던가 할 수 있는데.
그렇죠?
응, 와봤자 좋은 소리 들을 게 없는데 뭐. 스트레스받기 싫으니까 피하는 거예요.
에효.
나눠서 하는 게 안되더라고요. 가족끼리는 더더욱 합리적으로 해결이 불가능해요. 엄마들은 아프면 자식 모두가 24시간 자기 옆에 붙어 앉아서 에구 우리 엄마 불쌍해~ 에구 우리 엄마 어떻게 해~ 이러면서 왕처럼, 신생아처럼 떠받들어주길 바라요. 그리고 상황을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고집을 부리고.
맞아요.
바뀌었잖아요. 이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데, 어떻게든 적응해서 다시 삶을 이어나가야 하는데 자기는 망했다고 이제 끝이라고. 선생님 엄마 60대 초반이면 너무 젊으신데.
그러니까요. 앞이 캄캄해요.
어쩌겠어요, 자식 하나 생긴 샘 치고 돌봐야지. 선생님도 엄마한테 우리 이제 같이 사니까 나는 이런저런 거 불편하니까 엄마가 좀 배려 좀 해줘라 꼭 얘기해요. 엄마가 몸이 아파도 엄마고 나는 자식이니까.
그러네요. 그래야겠어요.
아니 근데, 어떻게 하냐. 아이고 답답해. 진짜 남일이 아니네. 선생님, 선생님 스스로를 꼭 지켜야 해요. 스스로를 돌봐야 해요. 이거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잖아요. 할 수 있는 것만 하세요. 제 머리 계속해주셔야 해요!
그럴게요. 제 자신을 잘 지킬게요. 고객님 머리는 제가 책임지니까 걱정 마세요.
이잉. 다음 주에 올게요. 안녕히 계세요.
그때 뵈어요, 안녕히 가세요
내 친구 생각이 났다. 엄마 아빠랑 살고 결혼 계획은 없으며 결혼해서 아이 둘인 오빠가 있다. 엄마가 폐암에 걸리셨는데 처음부터 검사 결과 나올 때까지 오빠에겐 비밀로 했다. 오빠 힘들까 봐. 나중엔 수술도 몰래 받으시려고 했는데 내가 얘기 듣고 따로 산다고 차별하냐고 펄펄 뛰어서 알렸다. 오빠는 나만 빼놓고! 어떻게 이럴 수가! 화를 내고 그다음 준가 필름이 끊긴 채 찾아와서 한바탕 울고 돌아갔다.
내가 이날 이후에 엄마 아빠와 살고 있는 내 동생들을 불러 만약에 뭔 일이 생겼는데 나한테 얘기를 안 한다. 그럼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했다. 자기들도 안 알리고 싶은 입장이라고 했다. 우리 안에서 알아서 할 수 있는 일인데 굳이 언니 오빠한테 알려서 걱정시키기 싫다고 했다. 누가 응급실에 갔다- 이런 얘기 들으면, 어? 어떻게 됐어? 어떻게 할 거야? 얘기하고 금방 잊어버릴 수 있는데, 이 사람들이 혹시 뭔 일 있는데 나한테 얘기 안 하고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의심과 불안을 항상 안고 살란 말이냐. 소외감 주고 싶냐고 따졌더니 그렇다면 앞으로 얘기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표정이 아주 미심쩍었다.
결혼한 자식은 힘든 자식이고, 결혼 안 한 자식은 안 힘든 자식인가. 나는 결혼 안 한 자식이 더 힘든 자식일 것 같은데. 요즘 같은 시대에 자기 가정을 이루고 사는 사람이 더 여유 있는 쪽 아닌가? 생각이 든다.
미국에서는 안 그래도 멀리 사는데, 혼자 생활이 불가능하신 양반이 요양원 안 들어간다 간병인 싫다 고집부려 속 뒤집히는 자식들이 많아서 병실이 아닌 자신의 집에서 생활할 수 있는 시니어타운이 많다던데, 우리나라는 땅이 좁아 아직 그런 건 힘들 것 같고... 예전 큰엄마가 요양병원에서 룸메이트들도 맘에 안 드는데 죽어야 나가고 안심하고 소지품을 숨겨놓을 공간이 하나도 없는 것에 괴로워하셨던 것이 떠오른다. 집에 계실 때는 간병인이랑 사이가 얼마나 안 좋으셨는지. 비용을 대는 내 부모님과 친척들이 찾아뵐 때마다 큰엄마는 저 여자가 내 시중들라고 고용된 주제에 어찌나 괘씸하고 무례한지 모른다며 분통을 터뜨리셨고 간병인 분은 본인이나 되니까 이 돈 받고 여기서 일하지 저런 성격을 누가 참을지 모르겠다며 당장 그만두고 싶다고 푸념을 하셔서 양쪽에 돈봉투를 찔러드리고 죄인처럼 돌아오는 것이 일상이었다.(TMI: 그때 늘 집에 오는 길에 들러 서로 위로하던 콩나물 국밥집 사장님이 아니 글쎄 지금 내 집 앞에서 콩나물 국밥집을!!)
우리 아빠는 난 이 집에서 관 뺄 거야. 하신다. 근데 치매 걸리면 요양원에 보내. 하신다. 우리 엄마는 나는 치매에 걸리지 않을 거야. 하신다. 왜냐면 난 안 걸리니까. 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