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왜 이래!

같은 고민, 같은 의견

by easygoing

드디어 30대, 내 맘대로 살 수 있다! 흥분하여 깃발을 휘두르던 것 까지 기억나는데 깨어나 보니 40대 중반의 학부모가 되어 있었다. '눈앞이 캄캄할 때는 딱 한 걸음씩만 내딛으면 된다'는 한쌤의 소중한 조언을 꼭 붙들고 좌충우돌 엉망진창의 행보를 이어갔다. 그리고 이제 드디어 여기가 어딘지, 나는 누구인지 좌표를 파악하는 데 성공했다.



하류지향
망설임의 윤리학
어른 없는 사회
/우치다 타츠루



아무도 남을 돌보지 마라
공부중독
공부공부
우리가 잘못 산 게 아니었어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
/엄기호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지금 여기, 무탈한가요?
/오찬호




메모한 내용


- 군대에서도 느꼈지만 우리의 주적은 북한군이 아니라 어리석은 동기, 우리 편이다.

- '무엇이 대안이냐'라는 질문을 한다. 정말로 대안을 찾고 싶은 것인가 지금 자신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합리화하는 말인가. 전체적인 그림이 그려져야 희망이 보이고 희망이 보여야 움직일 수 있다는 사람들.

- '의견'은 참여자의 입장. 관전평, 품평은 구경꾼의 언어

- 강박= 상황을 통제하고 위험을 예방하기 위함 > 최적화와 효율성에 집착

- 정상성의 범위는 선이 아닌 폭(면)이 되어야 한다.

- 보수적인 부모는 아이가 서울대를 가기 바라고 진보적인 부모는 비판적인 서울대 생이 되기를 바란다.

- 주인의 힘은 이루게 하는 힘이 아니라 그만둘 수 있는 힘이다.

- 자아는 실현이 아닌 발견의 대상이다.

- 성과 양육의 관계가 깨지길 기다리는 것은 고도를 기다리는 것과 같다 - 수잔 에스트리히

- 의사소통 능력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내는 능력'이다.

- 목록을 뭉개는 능력. 매뉴얼 대응 목록에 없는 일을 하기

- 시스템이 고장 났을 때 소리만 지르고 있으면 시스템이 무너진다. 시스템 유지보수(모두의 일) 업무가 자기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어른이다. 모두의 일이지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이이다. 모두의 일이므로 곧 자기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어른이다.

- '자신에게 의무가 있다'고 느끼는 사람이 더 많은 부담을 떠안는다.

- 혼돈의 시대에 뒤따라 다닐 만한 사람은 성공한 사람이 아니라 운이 좋은 사람이다. 부하들에게 가장 신뢰받는 지휘관은 총알이 피해 가는 사람. 앞으로 닥칠 불운을 피할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리더십이 아닌 팔로우십이다.

- 성공한 어른은 자기 이익이나 자기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을 충실하게 연기해온 사람이다.

- 강요받은 선택, 강제한 선택에 대해 스스로 책임질 것을 강요한다는 것은 부조리하다.

- 우리 헌법의 정신과 규정에 따를 때 우리 경제 질서는 사회적 시장경제 체제이다. 헌법에 따라 경제의 민주화를 위해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 사람들은 점점 법원을 불신한다. 그러다가 현실의 이해관계에 얽혀 들면 법원으로 달려간다. 개인이 애정 문제에서부터 고도의 정치투쟁까지 법정으로 몰고 간다. 그리고 이기면 만족해하고 패하면 승복하지 않는다.

(마지막 두 가지는 '지금 다시, 헌법'을 읽으면서 남긴 메모이지만 결이 같아 묶어둔다.)



각각의 책들이 서로를 레퍼런스 하고 있다고 느꼈다. 세명의 작가가 모두 대학생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문제라고 생각하는 대상과 그것에 대한 관점이 비슷했다. 한 권씩 추천한다면


어른 없는 사회/ 우치다 타츠루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 엄기호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오찬호





한 텔레비전 방송에 나온 중학생이 "왜 사람을 죽이면 안 되나요?"라는 질문을 해서 그 자리에 있던 평론가들이 모두 할 말을 잃었던 사건이 있었다. 나는 할 말을 잃는 게 당연하고 또 그것이 올바른 대응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질문은 상상도 못 했다고 대답하는 것이 정답인 질문도 세상에는 있게 마련이다. 사람들이 할 말을 잃은 것을 보고도 그 중학생이 납득하지 못하면 그 자리에서 그 중학생의 목을 조르면서 "자, 그럼 이 상황에서 다시 한번 같은 질문을 해볼래?" 하고 부탁하는 수도 있다.

"왜 사람을 죽이면 안 되나요?"라고 물은 중학생은 '자신이 죽임을 당할 처지에 놓일 가능성'을 계산에 넣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왜 교육을 받아야 하나요?"라고 묻는 초등학생은 '자신이 배움의 기회를 구조적으로 박탈당한 사람이 될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는다. 자기가 누리고 있는 특권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만이 의외의 질문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질문에 대해 지금의 어른들은 그런 질문은 "있을 수 없다."라고 단호하게 물리치지 못한다. ··· 진정 '자기 찾기'를 하고자 한다면 타인과 무관한 존재로서의 나는 누구인가를 묻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을 포함한 이 네트워크는 어떤 구조이고, 이 속에서 나는 어떤 존재인가'를 묻는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 우치다 타츠루의 책 중에서 발췌 -



이 분의 글은 몹시 내 취향이다. 마루야마 겐지도 그렇고 무뚝뚝한 껍질 속에 쫄깃한 유머감각이 들어있다. 개인적으로, 예전에 쓴 책에서 스스로를 늙은 너구리라 칭한 것을 두고 피부가 매끈매끈한 40대였으면서 뭔 소리를 한 거냐고 스스로를 타박하는 장면을 가장 좋아한다. '어른'이라는 단어에서 이어령 선생님이 떠올라 비슷한 장르인 ‘젊음의 탄생’을 빌려왔다. 선생님의 문체는 황송할 정도로 다정하고 공손하지만 완벽하게 제련된 강철 같은 단단함이 있다.

쓰는 법 말고, 말하는 법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싶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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