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2021년 7월 6일

by easygoing

기획회의 537

긍정의 배신/ 바버라 에런라이크

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 이연

기획된 가족/ 조주은

김지은입니다/ 김지은

살아남은 아이/ 한종선 외

숲은 고요하지 않다/ 마들렌 치게



새 책이 잘 안 써진다. 쓸 때 좍좍 써져야 읽을 때 좍좍 읽힌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어 힘들다. 그 당시 기억들을 꺼내보면 골라야 할 지경일 거야~ 하고 안일하게 생각했다. 첫 번째 꼭지부터 그때의 감정이 다시 찾아와 힘들었다. 창피한 기억들이 아니라 상처의 기억들이었다. '이대로 덮어 두자.'와 '지금은 안 그러니까 극복할 수 있을 거야. 더 들여다보자.'가 다투고 있다. 자가 치료를 위해 20대에 대한 책들을 읽었는데 도움이 되면서도 읽을 책들이 자꾸 늘어나서 쓰는 속도는 더 느려지고 있다.(오늘은 핑계가 만족스럽군)


정유정 작가의 [완전한 행복]을 읽었다. 너어어어무우우 무서워 두 번은 읽을 수 없어 바로 도서관에 기증했다. 아니, 항상 다 읽고 나서야 '아 맞(는:넷플릭스의 여파)다! 정유정 책은 각오가 필요하지.' 기억이 난다.

이번 책이 더욱 무서웠던 이유는 모든 가해자가 여성이었기 때문이었다. 살인을 뺀 폭력의 모든 디테일들이 내가 알고 있고 내가 경험했고 내가 행했던 것들이었다. 아주 일상적인 폭력이다. 구병모 작가의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이 섬뜩한 이야기라면 이 책은 참혹한 이야기이다. 어우. 정유정이라는 글자만 보면 침이 나와서...


엄기호 작가의 책 몇 권을 샀는데 그중 [단속사회]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다른 책들은 도서관에 기증했는데 이 책은 몇 번 더 읽고 싶어서 뒀다. 나랑 타임라인이 같아 찰떡같다.


채널예스 7월호를 읽고 싶은데 당장 살 책이 없다. 장바구니 미리미리 채워둘 걸.





그리고 다시 미용실 선생님 이야기.


"엊그제요, 엄마가 한의원 가는 거 좋아하시거든요. 모시고 갔는데 침 맞으러 들어가셨거든요? 저는 밖에 앉아있고, 그런데 갑자기 간호사분이 나오시더니 엄마가 화장실 가고 싶다고 하신다는 거예요. 침 다 맞으려면 얼마나 남았냐 했더니 5분 정도라고 해서 엄마 좀 참아봐요 라고 말하는 순간. 엄마가 누운 그대로 변을 보신 거예요. 너무 놀라서 그거 손으로 다 받았잖아요. 근데 너무 미운 게 실수로 변을 보셨으면 일어나서 수습할 생각은 안 하고 누운 채로 그냥 계속 누는 거예요. 엄청 많이요. 제가 정말 맨손으로 그거 다 화장실 변기까지 들고 가서 치우고 세탁해 오겠다고 시트도 다 빼서. 영혼이 털려가지고 집에 왔는데 엄마가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도 안 하고 '저녁은 좀 상큼한 걸로 먹자' 이러는 거예요! 너무 화나고 힘들고 놀라고."

"선생님, 그 시간이 온 것 같아요. 이별의 시간."

"내가 엄마한테 최선을 다해서 아무리 보살펴도. 심지어 풋케어도 받으러 다니 신단 말이에요. 맨날 언니랑 동생만 기다리고 나한테는 싫은 소리만 하고. 요즘에는 갑자기 제가 본인 물건을 훔쳐간다면서 화를 내셔요. 분명 옷이 있었는데 없어졌다. 가방이 있었는데 없어졌다. 보석이 있었는데 없어졌다. 네가 가져갔지. 이래요. 보석은 무슨, 엄마 짐에 시계도 없었는데 말이에요."

"저 아는 분은요 거동을 못하시는데 누워계신 본인 눈앞에 계속 보이게 천정에 줄을 매달아서 통장이랑 현금을요, 자식 손주들이 자꾸 훔쳐간다고."

"다른 집도 그래요?"

"네 보통 치매 첫 증상이 화내고 의심하는 거라잖아요."

"그런데 더 황당한 일이 있었어요. 제가 한의원에서 변 치운 날 너무 힘들고 괴로워서 밤에 남자 친구한테 전화해서 이런 일이 있었다. 얘기했거든요. 근데 남자 친구가 다 듣더니 갑자기 '정말 다행이네요' 이러는 거예요. 너무 황당해서 뭐라고요? 했더니 '여자 친구님 어머님이 여자 친구 어렸을 때 다 그렇게 해서 키워주셨을 거 아니에요. 그 은혜를 조금이라도 값을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에요.' 하더라고요. 어처구니가 없어서. 제가 나쁜 자식이고 본인은 착한 자식이다 뭐 그런 얘기잖아요. 다른 가족들은 다들 효심이 깊고 도덕적으로 올바르고 저만 나쁜 건가요? 남자 친구 부모님도 그렇게 하고 계시는 걸까요?"

"꺄하하하하! 선생님, 죄송하지만 아들은 그렇게 키워지더라고요."

"왜요?"

"그... 남자애들은 눈치가 없잖아요. 딸들은 조금만 뭔 일 있어도 바로 알아채고. 딸들에게는 엄마가 인간이고, 단점 허점 숨길수가 없거든요. 아빠가 바람나면 딸들한테 같이(뒤집으러) 가자고 하면서 아들은 모르게. 아들들은 엄마를 볼 때 사람이 아니라 그냥 '내 엄마'에요. 구질구질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은 거예요. 그냥 얘는 나를 완벽한 존재로 여겨줬으면 좋겠고. 어리석다 불쌍하다 그런 감정 없이. 현실 도피처랄까. 온 우주에 너와 나. 그런 거요. 남자 친구분 어머니도 남자 친구를 그렇게 키우신 거예요 현실은 못 보게 우쭈쭈 곱게"

"그런 거겠죠?"

"그럼요. 한의원 얘기를 그냥 TV 속 에피소드 정도로. 어쩌면 어릴 때 읽은 동화책 속 이야기 정도로 받아들이는 거예요. 애기 똥, 다른 사람 똥 보다 덜 더러운 거지 안 더러운 게 아니에요. 아니 누가 자식 똥을 손으로... 흠. 아마 남자 친구분은 평범한 일반인이 공개된 장소에서 성인 변을 손으로 받는다는 게 어떤 건지, 전혀 그 비슷한 경험도 없고. 언니랑 동생한테는 얘기했어요?"

"아니요"

"음 그럼 일단 요양병원부터 알아보세요. 할 만큼 하셨어요. 제일 좋은데 말고 선생님 생활이 흔들리지 않을 정도의 범위에서 가장 저비용인 곳으로 3곳 정도. 문제가 있어서 옮기게 돼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가야 하니까. 그리고 언니랑 동생한테 꼭 비용 분담시키고."




나는 정말 남일에는 척척박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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