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2022.02.02

by easygoing

나도 눈오리 만들어보고 싶다.

창밖을 내다보면서 생각했다.



문제는 발이 안 떨어진다는 것



집 앞 슈퍼, 반찬가게, 과일가게, 커피샵, 도서관은 주로 오후 3~5시, 컨디션이 좋고 직사광선을 받을 수 있는 날씨라면 한 시간 정도의 준비 시간(마음의 준비;;)으로 아주 가볍게 다녀올 수 있다. 약간의 강박 때문에 같은 시간대에 같은 경로로만 움직이고 싶어 하는 관성이 있는데 그렇게 하면 마주치게 되는 풍경이 비슷하고 상황이 예측 가능하기 때문이다.

병원의 경우는 아침 약봉지가 5개 정도 남았을 때부터 약간, 아주 야아악간 쫄리는 기분으로 마음의 준비를 시작한다. 마지막 아침 약을 먹고 병원에 가면 같은 요일에 마주치는 사람들이 있어서 편한(?) 데 일정 때문에 1주일 전이나 3일 전쯤 미리 가서 약을 타와야 할 때는 압박감이 느껴진다.


며칠 전 눈이 오고 친구들 페이스북이나 동네 맘 카페에 눈사람, 눈오리, 눈곰돌이 등등등이 올라오는 걸 보면서 해외여행 사진 보듯 부러워했다. 무해하고, 즐겁고, 보는 사람의 마음까지 화사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매력 포인트!


신호등 앞 차량 진입금지 봉 위에 만들어 놓은 눈 오리 한 마리를 봤을 때는 정말 차를 세우고 싶었다.


엊그제 저녁밥을 먹고 디저트를 잡숫던 죠양이 갑자기 "같이 눈사람 만들래?" 말했다. 떡호군이 귀신같이 눈치채고 바로 따라나서는 바람에 갑자기 에너지가 붐업되었고, 정신을 차려보니 눈오리 집게를 들고 눈밭에 서 있었다.


내가.


분리수거장 담벼락 뒤에.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 안경 김 서림을 극복하고 눈오리 제작에 성공했다. 꽉꽉 눌러야 하는 줄 알았는데 살며시 집어서 살며시 놓으면 되는 거였다.


떡호군이 놀이터로 가자고 졸랐지만 그것까지는 못하겠기에 놀이터는 내일 낮에 친구들이랑 가서 놀아~ 거절했다.



밤 시간인데도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참을 수 있어서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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