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돈, 시간. 이거 세 가지는 꼭 챙겨 사세요.
저는 올해 과장으로 승진했습니다. 꽤나 늦은 나이에 입사해서 빠르게 진급하고 그 사이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대부분이 30대에 일어난 것 같아요. 그러면서 30대를 쭉 돌아봤는데, 지나간 날 들 속에서 후회가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30대 직장 생활 중 후회되는 것, 정말 중요한 것들인데 왜 내가 놓치고 살았을까 싶은 것이 셀 수 없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마음에 남는 게 세 가지 있어요. 바로 사람, 돈, 시간입니다.
사람, 돈, 시간. 누구에게나 이 세 가지는 후회가 있겠지만, 20대 직장인이시거나 대학생, 그리고 30대에 이것들을 놓치고 계신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게 제 생각과 경험들을 말씀드려보려고 합니다.
먼저 놓쳐버린 소중한 인연들이 제일 아쉬워요. 저는 건축사사무소에서 일하면서 팀으로도 일하고, 프로젝트 별로도 일하고, 가끔은 다른 회사나 발주처와도 합사도 하고, 협력업체도 10곳씩 다루다 보니 정말 많고 다양한 사람들과 일했습니다. 그중 제일 아쉬운 건 제 기준에 정말 좋은 사람들과 더 깊은 관계를 맺지 못한 것입니다. 특히 두 번째 회사에서는 회사 분위기가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해서 저도 모르게 사람들을 일로만 대하고 동료로 대하지 않더라고요(그게 배려나 매너가 없는 게 아니라 딱 일만 하는 관계를 말합니다). 물론 그중에 친하게 지내고 마음을 터놓을 사람 몇 명은 있었지만 대부분의 관계는 일적인 관계, 저에게는 퇴사하거나 팀을 옮기면 사라지는 관계처럼 느껴졌어요.
특히 현상설계(공모전 같은 건축 사업의 형태)를 해서 프로젝트를 수주하거나, 떨어졌을 때 같이 일한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런 분위기를 누군가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점점 회사에서 일하는 세대가 바뀌면서 회사 사람은 친구나 마음을 나누는 동료가 아니라 그냥 “일로 엮인 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해지다 보니 서로 감정을 숨기는 게 익숙했어요. 그래서 진심 어린 기쁨의 축하나 응원이 아니라 속 빈 강정 같은 말만 서로 나누었던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인데, 회사에서 8시간이 같이 일하는 인연은 얼마나 대단한 인연인가요. 물론 나와 맞지 않는 사람과 일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지만, 같이 웃으면서 일할 수 있는 인연들을 더 소중히 생각하고 더 진실된 관계로 발전시켰어야 했는데라는 후회가 듭니다. 그래서 후회와 함께 지금부터라도 사람과의 연결을 회복하려는 작은 다짐을 해봅니다.
두 번째 후회는 돈이에요. 20대보다 30대가 되면 돈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되지만, 또 그만큼 무겁게 다뤄야 하는 주제잖아요. 저는 사회생활을 늦게 시작하다 보니 소비가 과했습니다. 저는 월급이 300만 원 정도였어요. 그중에 월세, 고정지출, 경조사비, 생활비, 데이트비를 다 합치면 수입의 절반 이상이 지출되었습니다. 물론 저를 행복하게 하기 위한 소비들이 많았어요(가계부를 보면 정말 쓸데없는 소비는 없더라고요). 굉장히 만족스러운 라이프 스타일이었습니다. 부족한 게 없고 필요한 것들은 모두 있는, 꿈꿔오던 30대의 삶이었어요. 근데 한 가지 후회하는 건 자산관리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부족해서 조금 더 철저한 전략으로 금융관리에 실패한 것이에요.
지금까지의 소비생활은 저를 매우 행복하게 했고 좋은 추억도 많이 남겼지만, 큰 목돈을 만들지 못했어요. 큰 목돈이 있다면 할 수 있는 게 더 많아지는데 그걸 저는 보지 못했던 겁니다. 내가 월급쟁이로 강남에 집은 못 사도, 전세를 얻을 수 있고, 투자를 할 수 있고, 내 시간을 살 수 있는 목돈을 못 모은 게 아쉬워요.
그리고 다른 한 가지는 월급으로 차곡차곡 쌓이는 저축의 맛을 제대로 못 본거예요. 사실 돈이라는 게 회사를 다니는데 굉장히 큰 동기부여가 되잖아요. 저는 저축을 했지만 이에 대해 큰 재미를 못 느껴서 목돈을 못 모은 것도 있습니다. 티끌 모아 티끌이다라고 하지만, 저는 티끌 모아 태산인 경우도 많이 보았어서 그냥 내가 꾸준히 모았으면 어땠을까 후회해 봅니다.
그래도 잘한 것은, 저는 행복을 사는데 소비를 많이 했어요. 데이트 비용으로 애인과 좋고 많은 추억을 쌓았고, 친구들의 경조사비나 선물에는 돈을 아끼지 않아서 중요한 사람들을 잘 챙겼습니다. 또한 건강한 음식을 먹고 새로운 경험도 많이 했어요. 그러나 남은 30대에는 금융에 대한 공부와 자산관리를 더 철저히 하려고 합니다.
마지막 후회는 시간입니다. 되돌릴 수 없는 시간. 사실 제가 돈을 많이 쓴 게 후회라고 했지만, 시간은 오히려 많이 쓴 게 후회예요.
나름 오랫동안 (제 기준의) 갓생을 살았습니다. 퇴근을 하고 집에 오면 7시 반이고, 30분 만에 요리를 해서 밥을 먹고 8시에 헬스장에 가서 2시간 운동을 하고 집에 와서 글쓰기 1시간을 하고 잠자는 게 평일 스케줄이었어요. 릴스나 유튜브는커녕 책 읽을 시간도 없었습니다(놀랍게도 지하철에서 읽었습니다). 저는 정말 빽빽하게 평일을 채웠어요.
토요일 하루는 애인과 데이트를 했고, 일요일에는 밀린 청소, 빨래, 설거지, 식물 돌보기, 이불 빨래 등 돌보지 못한 집을 돌봤어요. 그런 일주일을 계속 반복했습니다. 계절을 느낄 여유는 없었고, 건강을 챙긴다고 한 운동 때문에 건강이 망가진 것 같아요. 그렇게 저를 바쁘게만 몰아붙이다 보니 결국 되돌아오는 건 후회더라고요.
정작 해야 할 일과 필요했던 건 저를 챙기는 일이었습니다. 20대 때는 이렇게 살아도 힘이 넘치고 건강했지만, 30대에는 “쉼”을 어떻게 얼마나 갖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갓생 갓생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지속가능성이었어요. 내가 적절하게 쉬면서 건강하게 커리어를 오래 가져갈 수 있는 방법, 일상을 얼마나 행복하고 균형 있게 가져가는지가 결국 생존에 더 중요한 문제더라고요. 이제 생각해 보면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조급함 때문에 스스로를 방전되게 만든 것 같습니다. 30대에는 내가 해야 하는 일과 내게 필요한 쉼을 성찰하고 이에 맞는 일상을 설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후회를 하는 건 지난 30대의 아쉬운 부분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삶을 바꾸기 위해서였습니다. 사람을 향해 마음을 열고, 돈에 대해 더 배우고, 나를 돌보는 시간을 갖는 것. 제가 깨달은 30대에 중요한 것들입니다.
사람마다 상황과 맥락이 다르니 공감하거나 의견이 다르신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여러분의 생각을 댓글이나 좋아요로 표현해 주세요. 당신의 후회를 나누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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