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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말고 꿈과 현실의 밸런스

by 재민

저의 첫 번째 회사는 한 단어로 “현실” 그 자체였어요. 일단 업계에서 탑5에 드는 연봉과 인센티브, 규모있고 네일밸류가 있는 중견 건축사사무소였죠. 야근도 많고 업무강도는 높았지만 연봉, 복지, 회사 환경 등을 생각해보면 나쁘지 않은 곳이었어요. 아, 현실적으로요. 현실적으로 만족스러운 회사에 다니고 있었는데, 왜 나는 매일 밤 그렇고 울고 싶었을까 생각해보니 회사-집-회사-집만 박복되는 삶에 건축 설계업이 생각보다 적성에도 안 맞았죠. “나는 이 일을 왜 하고 있지?”라는 질문으로 첫 책 <퇴사 사유서>도 탄생했습니다.


<퇴사 사유서>에서도 썼듯이 첫 회사의 생활은 정확한 꿈이 없는 현실만 존재하는 회사 생활이었어요. 뭔가를 꿈꾸고 싶은데,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고. 또 꿈 없이 현실만 보자니 삶이 너무 암울하고. 그래서 결국 이직이 아닌 퇴사를 해버렸죠. 꿈을 찾으려고요.


어찌되었던 돈을 악착같이 모아서 퇴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마음껏 꿈을 찾는 실험을 했습니다. 방황이라는 단어보다는 실험이 더 맞는 것 같아요. 왜냐면 혼란스럽지는 않았거든요. 처음에는 프리랜스 디자이너가 되어서 크몽과 숨고에서 클라이언트를 직접구해 일했고, 그 기술을 조금 틀어서 책 디자이너 일도 했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첫 책 <퇴사 사유서> 집필을 해서 독립출판물을 완성해내었습니다. 책만드는 일이 마지막에 나오는 걸 보시면 짐작하시겠지만 저는 책을 만드는게 제일 재밌었습니다.


퇴사 후 1년 2개월, 저는 꿈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그 사이 통장 잔고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더라고요.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일은 굉장히 두렵고 불안했습니다. 먹고, 자고, 살아가야할 돈. 돈이 없어서 힘든거니까요. 현실적으로 독립출판물 책 1권으로 생기는 수입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취업을 하기로 마음먹게되었죠.



웃긴거는 <퇴사 사유서>에서 절대 다시 건축 설계 안하겠다고 했는데, 책이 출간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 말을 번복하는 꼴이 되었지 뭡니까. 저는 다시 중견 규모의 건축사사무소에 입사를 하게 됩니다. 이 회사가 이 시리즈에서 다루는 “어차피 퇴사 할 회사”입니다. 일단 면접은 너무 수월했고(첫 회사가 포트폴리오를 참 잘 짜줬더라고요), 잡플레닛 리뷰에 워라밸이 괜찮다는 후기를 믿고 다시 건축 설계판으로 돌아갑니다..


새로운 회사에서는 꿈과 현실의 밸런스를 맞추고 싶었어요. 아주 운이 좋게도 저는 회사에서 주 40시간 일하고, 그 외 시간에는 책을 썼습니다. 출퇴근 시간과 점심시간을 활용해서 쓴 글 퇴고도 하면서 꿈과 현실의 적절한 밸런스를 유지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제 두 번째 책인 <사랑한다 요리할 수 있어>가 나옵니다. 저는 꿈도 키우고 있고 현실도 지켜내고 있었어요.


꿈과 현실. 그 둘의 밸런스를 잘 유지하면서 살아가는 것은 굉장히 만족스러운 삶입니다. 물론 소소한 불만들은 언제나 있었지만 그것들은 첫 회사를 다닐때나 퇴사 후 불안감에 비하면 굉장한 사치였습니다. 큰 틀에서 볼때 꿈과 현실의 균형을 맞추며 살아가는건 굉장한 안정감과 성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환경이었어요.



“현실만 쫓는 삶은 공허하고, 꿈을 쫓는 삶은 불안하다.”




그래서 사람들이 말하는 워라밸 말고 꿈과 현실의 밸런스도 말하고 싶었어요. ‘정서적 안정’과 ‘꿈을 향한 성장’이라는 두가지의 밸런스를 맞춰 살아가는게 얼마나 중요하고 행복한 일인지 저는 “어차피 퇴사할 건데 일하는 회사”에서 아주 잘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사람의 상황과 환경에 따라 꿈과 현실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일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꿈이 회사에서 이룰수 있는 것이라면 너무 좋겠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잖아요? 하지만 제 경험상 모두가 저처럼 퇴사 후 1년 넘게 실험을 할 수 없으니, 꿈을 거창하지 않게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사업을 해보고 싶다면 네이버 스토어부터 시도해보고, 아마추어 운동 선수가 되고 싶다면 동네 체육센터부터 다녀보는거죠. 생계를 위한 현실 속에 꿈을 끼워 넣을 때 우리는 더 만족감을 느끼는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꿈이 저처럼 없었다면 저녁이나 주말 시간을 활용해 적성에 맞는 일을 실험해보며 찾아가는건 어떨까요? 제 케이스는 조금 극단적이었다보니 이런 밸런스를 맞추며 할 수 있는 방법을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꿈이 있건 없건 저는 여러분이 꿈과 현실,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삶을 만족하시면서 회사생활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워라밸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건 꿈과 현실의 밸런스를 지키며 살아가는 것 아닐까요?


혹시 저와 다른 생각이나 의견이 있으신가요? 주저하지 마시고 바로 댓글 남겨주세요. 같이 어떻게 하면 좋은 회사 생활과 삶을 꾸려갈 수 있을지 이야기 나눠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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