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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사람이 오래 다니는 회사

알차게 쉰 만큼 열심히 일 할 수 있어요.

by 재민

갓생, n잡, 자기 계발, 성장, 투잡 같은 것들이 당연한 시대.


바쁘게 살아야 ‘잘 사는 것’처럼 느껴지는 사회 분위기가 한국 사회에는 깔려있다. 하루에 우리가 할 일은 회사에서 8시간 근무하는 것 외에도 저녁 만들어 먹기, 청소하기, 빨래하기, 운동하기, 책 읽기, 다이어리 쓰기, n잡…. 너무 많은 것을 해내야 해서 24시간이 모자란 삶을 살고 있다.


여기서 잠시라도 게을러지면 남들에게 뒤처지고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만 같다. 누워서 한 시간 동안 릴스를 봤다면 어김없이 스스로를 자책하며 인스타그램을 지워버린다. 그렇게 매일 다짐을 하며 바쁘게 살아간다.


하지만 바쁘기만 한 갓생을 살아본 사람들은 열심히 살 수록 체력을 소모되고 결과물이 쉽게 나오지 않아 더 불안해지고 조급해지는 게 현실이다.


“게으른 사람이 오래 다니는 회사”라는 제목은—조금 자극적으로 지었지만— 사실 당신은 게으를 시간을 갖고 있냐는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평일에도, 주말에도 쉴 틈 없이 돌아가는 머리와 일정표. 혹시 그게 당신의 일주일이 아닌지 돌아봤으면 좋겠다.



내가 한참 회사를 행복하게 다녔을 때와 그러지 않았을 때를 비교해 보면, 그 차이점은 ‘충분히 게으를 수 있는 시간이 있느냐?’였다.


그걸 의식하게 된 뒤 나는 매주 금요일 밤부터 토요일 밤까지는 ‘마음의 날’로 정했다. 그때만큼은 내 이성적 생각이 아닌 마음이 원하는 것을 따르는 하루를 만들었다. 일부로 게을러도 되는 시간을 만든 것이다.


하루 종일 넷플릭스를 보고 싶으면 보고, 잠을 알람 없이 자고 싶은 만큼 자고, 질릴 만큼 릴스를 보면서 게으르게 쉬기도 했다. 어떤 날에는 먹고 싶은 것을 만들어 먹고, 시간과 상관없이 걷고, 친구를 만나 입이 아플 때까지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혹은 도시 밖으로 나가 자연을 보고 싶을 땐 짧은 여행을 가기도 했다. 금요일 밤부터 토요일 밤까지 24시간을 온전히 내 마음을 위해 썼다.


그렇게 하고 나면 몸과 마음이 채워지는 게 느껴진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몸이 가벼워지는 것 같고 기분이 맑아지는 걸 느낀다. 그렇게 하루만이라도 게으르던 부지런하던 하고 싶은데로 잘 쉬고 나면 몸에 ‘에너지’가 차오르는 걸 느낀다. 그 에너지로 다음 일주일을 무너지지 않고 버틴다.


회사를 오래 다니는 선배들을 보면 시간이 없어도 꼭 쉬는 시간을 마련한다. 가정이 있거나 자식이 있는 선배들은 정말로 더 빡빡하게 하루를 보내고 쉴 틈이 없어 보이지만 그들은 “바빠서 쉴 틈이 없어”라고 하지 않고 “어떻게든 쉬는 법을 찾는다”라고 말한다. 그 방법은 각자 다르지만 모두가 ‘틈’을 쪼개어 자신만의 방식으로 ‘에너지 충전’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혹시 당신은 조급함과 불안함에 앞서 쉬지 않고 달리고 있지는 않은가? 더 노력하면, 조금만 더 참으면이라는 주문을 외우면서 마냥 열심히만 달리고 있지 않은가? 마냥 열심히만 달리면 기계도 언젠가는 닳고 고장 난다. 쉬지 않는 삶은 결국 ‘퇴사’보다 더 위험한 무너짐을 부를 수도 있다. 인생은 길고 그중에서 회사를 다니는 시간도 길지 않은가. 오래 달리려면 숨도 고르고, 물도 한잔 마시고, 충전을 해가면서 달려야 하지 않을까?


일주일에 한 번 게을러지는 것은 죄가 아니다. 더 달리기 위한 충전의 시간이다.


사실 게으르게 쉬는 것은 한 가지 예시일 뿐이고 사실 중요한 것은 '내 방식의 쉼'을 찾아서 쉬는 것이다. 어차피 퇴사할 회사라지만 버티려면 매주 에너지를 채워 넣어야 한다.


게으른 당신, 잘하고 있어요.


충분히 게으른 후에 또 열심히 일주일을 살아가봐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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