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모드 다시 켜기
두 번째 <육아 휴직 후 복직을 앞둔 그대에게> 글입니다
지난 글 "불안한 마음을 외면하지 말아요"에서는 이유가 무엇이든 자꾸만 불안하고 긴장되고, 밤에 잠도 잘 오지 않는 나의 마음은 매우 당연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해보았어요.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동안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테니 어깨의 힘을 빼고 읽어도 된다는 말도 함께요.
오늘도,
심호흡 세 번 하고 시작할까요? 어떤 고민을 하고 계세요?
아이 둘의 출산, 육아 휴직을 하고 나니 4년이 흘렀어요. 다행히 다시 복직을 할 수 있는데 막상 다시 일을 하려니 긴장이 돼요. 그동안의 경력 공백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칠까 봐 걱정되기도 하고, 아이들 둘을 보면서 일하려면 예전보다 업무 집중도가 떨어져서 성과가 안 나올 것 같기도 하고요. 일을 손에서 놓은 지 꽤 되었는데 다시 잘할 수 있을까요?
오늘의 고민은 긴 휴직 끝에 복직을 하며 어떤 준비를 하는 게 좋을지에 대한 것이군요! 복직 준비에는 내가 맡은 업무가 어떤 일인지, 휴직 기간은 얼마나 길었는지, 휴직 이전과 얼마나 다른 업무를 맡게 되는지 등등 다양한 요소도 고려해야 하겠지요. 혹은 휴직 후 복직이 아니라 퇴직 후 시간이 지나 재취업을 하는 경우라면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일을 시작하는 것이니 더 떨릴지도 몰라요.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복직 전 "일 모드" 준비하기에 대해 이야기해볼까요?
오랫동안 자전거를 타지 않다가 다시 타본 경험, 있으신가요? 저는 초등학교 졸업 이후 자전거를 타지 않다가, 미국에 유학을 갔던 스물다섯 살에 캠퍼스 안에서 자전거로 통학을 하게 되었어요. 10년 넘게 타지 않은 자전거는 거의 못 타는 수준이었지만, 주차장을 빙빙 돌며 연습을 해보니 다시 감이 살아났죠. 그렇다고 바로 어릴 때처럼 씽씽 달릴 수 있었느냐 하면 그렇지 않더라고요. 직진은 할 수 있었지만 붐비는 등굣길에서는 여유롭게 탈 수 없었고, 몇 번은 넘어지기도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한 달 정도 자전거 통학을 하고 나자, 이제는 동네 길도 자유롭게 다니며 슈퍼에서 간단한 장을 보고, 바구니에 식료품을 싣고 집에 올 수 있게 되었어요.
휴직 후 복직의 과정도 이와 비슷하게 생각해볼 수 있어요. 다시 일을 손에 잡고, 적응의 시간을 거치며 업무 시간이 하루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삶으로 다시 자리 잡는 거죠. 그럼 복직을 앞두고 어떻게 일 모드로 전환할 수 있는지, 심리학에 기대어 두 가지로 살펴볼게요.
일하는 나 다시 깨우기 (혹은 잃지 않기)
휴직 기간 동안 업무를 손에서 놓고 육아에만 집중해왔다면 나의 커리어 자아가 잠들어있을지도 모릅니다. 일단 커리어 자아를 살살 깨워보세요. 내가 어떤 일을 반복해서 하는가가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가에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는 이것을 '정체성'이라고 불러요. 작가라면 글을 써야 할 것이고, 요리사라면 음식을 만들어야겠죠. 예전에 글을 썼으나 안 쓴 지가 한참 되었다면 나는 현재 작가라고 할 수 있을까요? 예전에 작가였던 사람, 이라고 해야 할지도 몰라요. 일하는 나의 모습도 마찬가지입니다. 휴직 기간 동안 일하는 시간이 줄어들면 커리어 자아의 모습도 조금씩 희미해지죠.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답니다! 반대로 일에 관련된 시간을 늘리면 커리어 자아 역시 서서히 돌아올 거예요.
휴직 이전에 내가 했던 업무를 다시 한번 정리해두는 것도 좋아요. 복습은 최고의 학습이죠! 최근 마켓 동향은 어떤지 살펴보셨나요? 내가 그동안 놓친 부분을 확인해보세요. 우리 회사의 사업 흐름과 경쟁사의 신상품 파악, 관련 도서와 자료 모으기, 복귀해서 다시 맡게 될 업무에 대해 조금씩 시간 투자해 조사하기, 육아 정보 검색에서 업무 정보 검색으로 서서히 관심사 이동하기 등 커리어 자아를 내 안에 되살려 보는 것은 복직을 위한 가장 좋은 워밍업입니다. 만약 휴직이나 경력 공백 기간이 길었다면, 조급함을 갖지 말고 커리어 자아의 충분한 회복 시간을 허락해 주세요. 혹시 지금 막 휴직을 시작한 분이라면? 휴직 기간 내내 커리어 자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루에 30분, 혹은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업무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는 시간으로 따로 떼어놓아 보세요. 휴직과 복직의 경계가 좀 더 자연스럽게 연결될 거예요.
내 머릿속에 일 하는 자아를 깨웠다면 내 몸의 일 근육도 깨워볼 차례입니다. 업무에 자주 쓰는 도구가 있다면 복직 전에 미리 이전의 감각을 되찾아 보세요. 자주 쓰던 단축키가 기억이 안 나는 것은 사실 별 일 아니지만, 복직하며 잔뜩 긴장하고 잘 해내겠다는 부담이 있는 상태에서는 그런 사소한 일 조차도 스트레스로 느껴질 수 있거든요. 이미 아는 것을 되살리는 것은 복직 이전에도 충분히 연습할 수 있으니 복직 한 달 전부터는 하루에 조금씩 시간을 투자해 보세요. 일 근육만이 아니라 '일하는 자아'를 깨우는 데에도 좋은 효과가 있을 거예요. 특별히 사용하는 도구가 정해진 것이 아니라면, 그리고 어디에서 시작하면 좋을지 아이디어가 필요하시다면 위커넥트가 추천하는 협업 툴 3종, 구글, 슬랙, 그리고 노션부터 시작해 보시면 어떨까요?
성장 마인드셋 장착하기
"복직"이라는 단어가 부담을 준다면 "적응 과정"이라는 말로 바꾸어 보세요. 복직은 단 한번의 기회에 모든 것을 보여주어 트로피를 거머쥐어야 하는 콘테스트가 아닙니다. 그저 복직의 첫 날이 있을 뿐이죠. 첫 날이 지나면 또 다음날, 그 다음날이 계속해서 찾아오는 연속의 시간이에요. 첫 일주일은 출근하는 일정에 적응하는 것만으로도 주말에 피로가 몰려올지도 모르죠. 예상보다 업무를 마치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려서 자신감이 하락하는 날도 있을 테고요. 하지만 한 달이 지나면, 또 한 달이 지나면 결국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는 발걸음이 자연스러워질 거예요. 그 모든 것이 적응의 과정이었으니까요.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이란 결과보다 과정에 주의를 기울이고, 과정에서 경험하는 것들이 모두 나의 능력을 성장시킨다고 믿는 마음가짐을 말해요. 나의 능력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오늘의 작은 실패와 성공 여부보다는 오늘 내가 경험을 통해 배운 것들이 쌓여서 만들어진답니다. 일에 복귀하며 성장 마인드셋을 장착했던 선배들의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공유해볼게요.
"아주 어려웠어요. 저는 영리 기업의 시스템에 익숙해져 있던 사람인 데다가, 사회생활도 오래 쉬었잖아요. 사회적 트렌드나 이슈에 둔감하던 사람이 거기에 너무 너무 능한 씨닷 같은 회사를 만났으니, 이슈를 따라가는 것부터 힘들었어요. 사용하는 업무 툴도 많이 다르다보니 작업 시간도 오래 걸리고, ‘내가 이렇게 일을 못했던 사람인가?’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죠(웃음). 그런데 저는 살면서 모르는 부분을 계속 배워나가는 게 좋거든요. 씨닷에서의 일은 쉬지 않고 배울 수 있는 영역이어서 어렵고 힘든만큼 흥미롭기도 해요."
- 씨닷의 임팩트 애널라이저, 김우정님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것은 고민해 봤자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하는 거죠. 이렇게 말하는 저도 솔직히 아직 상처받긴 하는데 이제는 그렇게까지 머리 싸매고 그러지는 않아요. 여러분도 남의 눈, 남의 말에 너무 신경 쓰지 마시고 스스로 잘 도닥여주시고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것은 너무 고민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내가 엄청나게 잘난 사람이 아니어도, ‘나는 충분히 가치가 있고, 잘 하고 있어. 나 이만하면 괜찮아(I’m enough)!’ 이렇게 자신을 다독여주는 훈련이 필요한 것 같아요.
- Riot Games의 Integration Artist, 강혜진님
어느 날에는 우울하고 자괴감에 빠진 날도 있었지만, 모든 것이 내 일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김우정님의 인터뷰, 그리고 나 자신의 가치를 찾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하루하루 나아가는 방법을 알려주시는 강혜진님의 인터뷰를 읽어보시고, 복직 전의 긍정 기운을 받으시길 바래요!
<육아 휴직 후 복직을 앞둔 그대에게>는 총 세 편으로 구성될 예정이에요. 마지막 편에서는 초보 엄마의 복직 후 육아 준비에 대해 이야기해볼게요. 4주에 한 번씩 업로드됩니다.
2. 일 모드 다시 켜기
고민 들어주는 언니들은 언제나 여러분의 고민 상담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육아 휴직과 복직에 대한 고민이 있으시다면 구체적으로 사연과 질문을 보내주세요. 남은 이야기에서 머리 맞대고 함께 생각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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