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 관련 이모저모(1)

검은 머리 외국인 대표가 운영하는 공간컨설팅 회사

by Studio Clue

계약만료 전까지 나는 건축설계 분야에서 석사 + 실무 경력을 인정받아 약 8년 차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일하던 기업에서 계약 연장 및 정직원 전환이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고 구직을 하던 도중, 몇 년 전부터 linkedin을 통해 연락을 해오던 공간컨설팅을 하는 소규모 회사의 대표님이 생각났다. 마침 다시 한번 같이 일을 해보지 않겠냐는 메시지를 보내오셨고, 면접을 보기로 하였다. 이전에 면접을 보지 않았던 이유는 ‘아직 건축설계 분야의 경력을 더 채우고 싶어서.’였지만, 이제는 약간 다른 분야도 한번 알아볼 만하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면접을 보기로 했지만 개인적으로 100% 내가 원하는 커리어 방향이 아니었기 때문에, 나도 그 회사가 정확히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사람들이 일하고 있는지 알아보자는 마음으로 면접에 응했다. 다소 특이하게도 처음에는 가벼운 커피 챗으로 안내를 받았지만, 일정을 잡자마자 이메일을 통해 인적성검사를 보라고 안내가 왔다. 직원 수가 20인도 안 되는 작은 회사가 굳이 대기업 하듯 외부업체에서 실시하는 인적성검사를 하는 이유가 이해되지 않았지만, 별 대수롭지 않게 태블릿을 가지고 설렁설렁 응시했다. 마지막 몇 문제는 풀지 못 한 채로 제출하였고 이게 그렇게 중요한 것 인가 싶었다. 고작 몇 가지 질문과 답변을 통해 사람의 인성과 적성을 파악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못마땅했지만, 면접을 보기 전까지는 섣부르게 판단하지 않으려고 했다.


매우 덥고 습한 한 여름날이었다. 면접은 실무진들과 다대일면접 그리고 대표와의 일대일 면접으로 진행되었다. 말이 면접이지 일상적인 대화를 하듯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는데, 실무진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에 자신들은 엄청 빠르고 밀도 있게 작업이 돌아가기 때문에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작은 회사들이 으레 그렇듯 경험이 적은 실무진들이 자주 그리고 많이 바뀌는 경우가 많은데, 해당 회사도 최근에 많은 인원이 퇴사를 한 것 같았다. 팀장 급 실무진들의 태도와 말하는 방식에서 저 연차 직원들이 겪을 심적 부담감과 허탈함이 대충 짐작이 갔다.


대표와의 면담이 제일 황당했는데, 우선 본인과 본인의 회사가 클라이언트를 가르치면서 계몽하는 대단한 일을 하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클라이언트는 물론 설계사들도 모두 본인들이 리딩하고 심지어는 건축사사무소 도면도 다 본인들이 손봐서 다시 내보낸다고 했다. 자부심이 상당해 보였다. 그리고 그 자부심이 팀장 급 실무자들에게도 잘 전달이 된 것 같았다. 비록 그 자부심과 비전이 구성원 모두에게 공유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면접을 보러 온 구직자에게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 과한 자부심은 일하는 직원들도 똑같이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면접 중 또 한 가지 기억나는 점은, 대뜸 ‘덩치는 좋은데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라는 말을 하셨다는 점이다. 프로젝트를 이끌어야 하는데 자신감이 부족해 보인다나? 또 기억에 남는 건 ‘MBTI가 뭐냐’고 질문을 하셔서 INTJ라고 대답했더니, 본인 회사는 F와 P들은 잘 맞지 않는다는 다소 황당한 소리를 하셨다. MBTI는 자기 자신 혹은 상대방의 성향을 이해하고 이를 기반으로 나와 다른 성향의 사람들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사용해야 할 것 같은데, 기준을 정해 놓고 그것에 맞지 않으면 사람을 걸러내는 용도로 이용하는 것을 보니, 굳이 일을 해보지 않아도 가면 안 될 것 같은 회사라는 느낌이 물신 들었다.


일을 하면서 소통하는 방식은 사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상급자는 본인이 쌓아온 경험에 따라 일을 하겠지만, 같이 일하는 동료에 따라 일을 하는 방식은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끔 직급, 직책, 직위, 그리고 나이 및 경험에 의해 일방적인 관계가 이루어지고 ‘내 기준에 맞추기 위해서 너는 부족하고 보완이 필요해!’라는 식의 가스라이팅이 직장에서 종종 이루어지고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관계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상호작용임을 잊지 않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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