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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윤 Oct 11. 2023

라온이 2

갈색 눈동자

성견이 된 라온이는 귀여운 구석은 하나도 없고 좀 무서웠다. 

갈색눈동자와 날카로운 이빨 그리고 큰 목소리로 짖어대면 어른 남자들도 움찔움찔할 정도였기 때문에 나 역시 혹시라도 나를 공격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적당한 선을 지켰었다. 

라온이를 입양하기로 결정했지만 나는 견주라기보다는 여전히 임보 시절의 그때처럼 라온이를 우리 집에 온 손님처럼 대했었다. 물론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 솔직히 말하면 무서웠다. 


중성화수술을 하고 우리 집으로 넘어온 라온이는 그 당시의 집이 담도 허술하고 뭐 하나 제대로 된 공간이 없었던지라 쫑이처럼 집 안에서 같이 있기도 어색하고 마당에 풀어놓을 수도 없었기에 결국 완주 집이 완성되기 전까지는 대충 마당의 적당한 자리를 만들어 묶여서 지내기로 했다. 이사만 가면 풀어줄게! 이사만 가면 같이 뛰어다니자! 이사만 가면 아주 큰 집을 지어줄게! 이사만 가면!!

하지만 그해 유난히 긴 장마로 집은 생각처럼 쉽게 빨리 지어지지 않았고 여러 가지 마음고생으로 면역력이 떨어졌던 라온이는 피부병으로 여기저기 털이 빠지면서 피부병으로 고생을 했다. 지금 생각하면 낯설어하던 라온이를 잘 교육시켜서 집 안으로 데리고 들어왔으면 괜찮았을 수도 있는데 나 역시 그 시기가 태어나서 처음 겪는 일 투성이라 마음의 여유도 없고 덩치도 더 크게 느껴졌던 라온이가 무섭기도 했고 앞으로 잘 키워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이래저래 힘든 시기를 보냈다. 

 

논산집에 묶여 지낼 때의 4살 라온이 

라온이와의 산책은 라온이의 힘이 너무 세서 내가 끌려다녀야 했고 집집마다 묶여있거나 풀려있는 개들이 뛰어나와 라온이와 싸우기 일쑤였다. 간식 따위론 훈련이 되지 않았고 이미 전 주인이 기다려앉아는 알아듣게 해서 산책 중에 내가 버거워서 멈추면 라온이도 멈춰주었다. 똥도 쫑이 똥의 열 배는 크고 많이 싸는 라온이와의 산책은 아침마다 심장을 졸이며 오늘은 아무 일도 없이 산책하고 돌아올 수 있게 도와달라며 기도를 하고 집을 나서기를 반복하는 내 나름의 전쟁이었다. 

말하자면 라온이는 새 주인으로 넘어지고 끌려가고 물리고 또 뛰고 도망가는 겁쟁이를 만나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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