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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윤 Dec 16. 2023

여름 시골

븽~

쇠파리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꿀벌이었다.

일단은 무서워서 몸을 피하고 정신없이 비행하는 이 녀석을 파리채로 제거해야겠다 싶었는데 어쩐지 창문에 연신 몸을 부딪히고 있는 모습이 바깥으로 나가고 싶어 하는 것 같아 조심스럽게 파리채로 진정을 시켜보려 했다.

역시나 꿀벌은 이 알 수 없는 괴물체(파리채)가 무서워 더 맹렬하게 창문을 쓸고 다니며 본의 아니게 나를 애타게 했다.

나는 최대한 집중해서 파리채로 꿀벌을 유인해 준비한 종이봉투 안에 가두는 것에 성공하였고 좀 애매한 포즈로 한 손엔 벌이 들어있는 봉투를 들고 다른 한 손은 파리채로 봉투 입구를 막은 채 서둘러 문으로 달려갔다.  

어렵게 잡은 꿀벌을 반드시 바깥세상으로 날려 보내겠다는 의지로 방충망을 여는 순간!  파리채의 틈으로 꿀벌이 나오면서 방충망의 롤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아뿔싸!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이 어처구니없는 실수에 생각할 틈도 없이 얼른 방충망을 펼쳐봤지만 나의 소중한 이 꿀벌은 기절을 했는지 움직이지 않았다.

포기가 빠른 나는 움직이지 않는 꿀벌을 마당 한쪽에 놓고 다시 하던 청소를 마무리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다시 밖으로 나가보니 어? 벌이 움직이고 있다!

마치 술 취한 사람처럼 휘청거리는 걸 보니 잠시 기절했다가 정신을 차렸는가 보다. 나는 신기해서 이리저리 살펴보면서 다리도 날개도 다 멀쩡하게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어느새인가 그 꿀벌은 날아가고 없었다. 


갑자기 라온이가 물었다 뱉었다 하면서 괴롭히던 개구리가 죽은 척 움직이지 않다가 재미 없어진 라온이가 다른 곳으로 가버리니 조심스레 일어나 펄쩍 뛰어 도망갔던 그 영리한 녀석이 생각났다. 

물론 이 꿀벌과 상황은 다르지만 시골에 와서 알게 된 벌레와 각종 동물들은 여러면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어쨌거나 오늘 이 꿀벌이 나의 실수에도 불구하고 살아줘서 너무 고맙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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