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기

by 응덩

또다시 멈춰 섰다.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고 그냥 다 하기가 싫어졌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내가 그림을 왜 그리기 시작했는지를 생각해봤다.

나는 굿즈를 만들고 싶어서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고 싶어서였다.

물론 굿즈도 만들고 싶었지만 그보다 더 앞서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고,

나와 비슷한 경험,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공감을 하고 힘을 얻어 갔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내 인스타 만화를 아는 지인들이 늘어가자 너무 부끄러워졌다.

나는 내 이야기를 도통하지 않는 사람이었기에

가까운 지인이 이렇게 내 이야기를 알게 된다는 것은 정말 발가벗겨진 기분이었다.


고민 끝에 기존의 만화들은 다 지우고 이 정도면 알아도 괜찮다 싶은 이야기만 그려나갔다.

그러다 굿즈 제작을 시작하면서 비중이 점점 만화가 아닌 굿즈로 기울어져 갔다.

처음의 목적을 잃어버렸으니 권태기가 안 올래야 안 올 수 없었을 거다.


내가 왜 권태기가 자주 오는지, 그리고 왜 극복하지 못하고 같은 행동만 반복하는지

알게 되면 극적인 변화가 일어날 줄 알았는데 것도 아니네.


나는 여전히 나에게 확신이 없고 여전히 불안하다.

언젠가 또 길을 잃게 되겠지, 그땐 내가 또 어떻게 해야 될까.




하지만 자신에게 확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이며,

살아가면서 길을 잃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잘 안 되면 고치고 수정하면 된다.

그렇게 일단은 나아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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