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길의 시작

면접의 세모, 그리고 내가 쓰기로 한 이야기

by studio imparo 소희

면접장을 나오며 느꼈던 그 묘한 '세모'의 기분.


중등 수학 지도사 과정의 프로그램 강사로 지원했지만, 센터장님은 초등으로 과정 전환을 제안하셨다.


"중등 수학 지도사 과정은 이론과 문제 풀이를 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해요. 차라리 초등 수학 지도로 AI 활용 수학 과정을 신설해 보는 게 어떨까요?"


그 말이 거절처럼 들렸을까? 아니, 오히려 더 큰 책임감으로 다가왔다. 기존의 자격증 과정을 맡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 없는 새로운 과정을 기획하라는 제안이었으니까.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하지만 분명 뭔가 시작된 느낌. 바로 이 '세모'의 감정이 나를 다음 행동으로 이끌었다.



다시 교과서를 펼치다


초등수학과 AI활용을 블랜딩 하기 위해 다시 교과서 사이트에 들어가서 확인하며 생각을 거듭했다.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 아이가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그 이해를 말로 설명하게 하는 것.


머릿속에 큰 아웃라인만 그려졌다. 구체적인 커리큘럼은 아직 멀었다.

각 학년별로, 각 단원별로, AI를 어떻게 접목할지 수십 개의 예시가 필요했다.


중등 수학 지도사 강의 계획안보다 더 완성도 높게 구성해야 한다는 마음에 가슴 한편이 묵직해졌다.


서랍 속에서 나를 발견하다


그 자리에 멈춰 서서 한숨 쉬는 대신, 오랫동안 마음에 품어왔던 다른 도전을 실행에 옮겼다. 브런치 서랍 안에 들어있던 과거의 내 글을 다시 읽고 수정했다. 아파하는 내가 보여서 순간 울컥하기도 했다. 그 안에 내 동화 에세이의 바탕이 되었던 글도 있었다. 나는 나를 글로 달래주고 싶었나 보다.


'브런치 작가 신청' 페이지를 열었다. 커서가 신청서 양식 위에서 깜빡였다. 왜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은지, 어떤 이야기를 쓰고 싶은지 적어야 했다. 16년간 학생을 가르치던 내가 성인 대상 강의로 전환하며 느낀 설렘과 좌절, 그리고 다시 일어서는 기록들. 이 글이 누군가에게는 위로와 용기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브런치 작가 신청' 버튼을 꾸욱 눌렀다.

신청이 완료되었습니다.


브런치 작가 신청을 마치고 나니, 묘하게 마음이 가벼워졌다. 캘리그래피, 소설 구상하기, 라인 드로잉, 그리고 머릿속에만 맴돌던 시니어 메타인지 수학까지 하고 싶은 일들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예전의 나는 모든 것이 완벽하게 준비되어야 시작했다. 커리큘럼이 완벽해야, 자료가 완벽해야, 내 실력이 완벽해야. 하지만 지금은 첫걸음이 시작이라는 것을 안다.


브런치 작가 신청 화면. 기다림이 달콤했으면 좋겠다.


브런치. 내 이야기를 내 목소리로 쓰는 공간.

편집자가 정해준 주제도, 마감일도 없다.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를, 내가 쓰고 싶을 때 쓰는 것.


브런치 작가 배지가 있든 없든, 센터의 정규 강의가 개설되든 아니든 이제 상관없다. 결과가 어떻든 나는 이미 커리큘럼을 기획하고 있고, 내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50세에 시작한 이 길이 어디로 이어질지 아직 모른다.

적어도 이 길은 내가 선택한 길이고, 내가 만들어가는 길이다.


지금은 그것만으로도 설렌다.









아자아자! 오늘도 잘했다. 박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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