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가 본 나는 바보천치 그 이상도 아니었다.

멀어진 마음, 되돌아보는 시간

by 노란똑딱이



오래된 친구가 있다. 수년을 함께 버티고 의지했던, 서로의 삶에 깊이 스며들었던 사이였다. 기쁨과 슬픔, 크고 작은 일들을 나누며 하루하루를 공유했다. 우리는 그렇게 가까워졌고, 나는 그 사람을 나의 일부처럼 여겼다.


매일 연락을 주고받고, 고민을 털어놓고, 조언을 주고받았다. 때론 작은 오해도 있었지만, 그 모든 순간이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라 믿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그 친구는 내가 건네는 말에 계속 불편한 기색을 보이기 시작했다. 마치 내가 항상 틀렸다는 듯, 나의 생각을 얕잡아보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처음엔 피곤한 일이 있겠거니, 잠시 지나가는 감정이겠거니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가 전화를 걸어와 힘들다고 말했다. 나는 걱정이 되어 무슨 일이냐고,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냐고 물었다. 조금만 더 설명해 달라고, 어떤 상황에서 그런 감정을 느끼는지 알려달라고 다그치듯 물었을 때, 그 답변은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힘들게 하는 사람, 자신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 할 말만 하는 사람이 바로 ‘나’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나는 도와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오랜 시간 서로의 마음을 나눴고, 가까운 사이였으니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돌아보니 나의 그 ‘해결 중심적' 태도 자체가 문제였는지도 모른다. 친구는 위로를 원했던 걸까, 아니면 그저 이해받고 싶었던 걸까. 나는 그저 문제를 해결해주려는 태도로만 다가갔고, 결국 친구의 마음을 더 멀어지게 만든 건 아닐까.


그 친구에게 나는 얼마나 나쁜 사람으로 비쳐졌을까. 내 진심은 전혀 닿지 않고, 상처만 남긴 사람으로 기억될지도 모른다. 과거에도 친구의 실망스러운 행동들을 본 적이 있었지만, 나는 직접적으로 비난한 적은 없었다. 다만 ‘이런 방식은 어떨까?’ 하고 조심스레 의견을 제시했을 뿐이다. 하지만 친구는 평소 내 말을 반박하거나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고, ‘다르다’는 이유로 그저 조용히 넘기곤 했다. 그러나 그날만큼은 유난히 날 거칠게 깎아내리며, 마치 내 진심을 외면하는 듯했다.


그날 친구가 내게 던진 말들은 마치 나를 깊은 어둠 속으로 밀어넣는 듯했다. 마치 나 자신도 함께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나쁜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 부정적인 이미지는, 과거의 상처와 얽혀 다시금 나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힘들었던 시절, 혼자서 검은 방에 웅크리고 울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가까스로 벗어난 그 어둠 속으로 다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친구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었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도 말하고 싶다. 나는 진심으로 걱정했고, 도와주고 싶었고, 나름의 방식으로 애썼다. 그러나 그 진심은 온전히 전해지지 못했다.


시간이 흐르고, 감정이 가라앉으면 언젠가는 다시 이해할 수 있을까. 아니면, 이대로 멀어져야만 하는 걸까. 나는 여전히 그 답을 찾지 못한 채, 그 사람의 말들이 남긴 상처를 천천히 되새긴 그런 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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