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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의 미학과 기술의 진화—로드 자전거 바퀴를 다시 보다

원, 인간이 만든 가장 아름다운 곡선에 대해

by STUDIO 명랑


1. 로드 자전거를 타며 마주하는 '라이딩의 가장 우울하고 어두운 면'


해가 기울기 시작한 오후 여섯 시 반, 복귀를 30분쯤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하루의 라이딩이 마무리로 접어드는 순간, 몸은 적당히 지쳤고 리듬은 안정되어 있었습니다. 자전거는 매끄럽게 미끄러지고 있었고, 땀도 이제 서서히 식어가던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짧고 날카로운 소리가 뒤에서 들려옵니다. ‘푹’ 하는 소리와 함께 핸들로 전해지는 이상한 떨림. 타이어에서 바람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을 몸이 먼저 알아챘습니다.


펑크입니다. 그것도 늘 그렇듯, 가장 원하지 않는 순간에 찾아온 펑크입니다. 도움을 요청할 사람은 근처에 없습니다. 조금 전 갈림길에서 친구는 먼저 집 방향으로 빠졌고, 아이러니하게도 펑크를 위해 준비해둔 이산화탄소 가스 카트리지는 낮에 펑크가 난 그 친구에게 건네준 참이었습니다. 남은 건 손바닥만 한 작은 휴대용 펌프 하나뿐. [주 1]


오후의 잔열은 여전히 남아 있었고, 자전거 옆에 웅크려 앉아 조그만 펌프로 타이어에 바람을 넣는 모습은 보기에도 처량했습니다. 옆으로는 휙휙 다른 라이더들이 지나갑니다. 몇몇은 힐끗 돌아보지만, 누구도 멈추지 않습니다. 마치 머피의 법칙처럼, 펑크는 항상 이렇게 가장 외롭고, 가장 곤란한 순간에 찾아옵니다. 바로 그 순간이, 로드 자전거를 타며 현실적으로 마주하는 '라이딩의 가장 우울하고 어두운 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이러한 순간을 줄이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튜브리스 타이어입니다. 이름 그대로, 튜브를 없애고 타이어 자체가 공기를 밀봉하는 구조입니다. 림 안쪽에 기밀층(Air Seal)을 형성하도록 설계된 튜블리스 레디 림과, 내부가 평평하게 처리된 튜블리스 타이어가 맞물려야 합니다. 여기에 실런트(sealant)라는 액체 밀봉제를 타이어 내부에 주입하면, 라이딩 도중 발생하는 미세한 구멍이나 천공은 실런트가 빠르게 반응해 자동으로 막아줍니다. [주 2]


튜브리스 시스템도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장착과 초기 셋업이 튜브 타이어에 비해 번거롭고, 실런트의 유지 관리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한 번 안정적으로 세팅해두면, 펑크에 대한 스트레스는 현저히 줄어듭니다. 단순히 튜브가 없다는 차원을 넘어서, 예기치 않은 멈춤을 줄이고, 낮은 공기압에서도 안정된 승차감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적 진화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이 작은 기술이 당신의 라이딩 경험을 전혀 다르게 만들어준다는 사실입니다. 누구나 언젠가는 길 위에서 펑크라는 불청객을 만나게 됩니다. 그때마다 “오늘은 괜찮을까?” 하는 불안이 늘 그림자처럼 따라붙습니다. 하지만 튜브리스는 그 걱정을 크게 덜어줍니다. 긴 하루의 마지막, 페달을 놓지 않고 끝까지 달릴 수 있다는 안도감. 바로 그것이 튜브리스가 선물하는 가장 큰 자유일 것입니다.


이 단순한 자유는, 사실 인류가 오래전부터 품어온 가장 원초적인 욕망과 맞닿아 있습니다. 바퀴가 처음 세상에 등장한 이후, 인간은 언제나 ‘멈추지 않기 위해’ 기술을 진화시켜 왔습니다. 원은 단순한 도형이 아니라, 끊김 없는 움직임의 상징이었고, 그 완벽한 형상 안에서 인간은 무한의 리듬을 발견했습니다. 튜브리스 타이어가 만들어내는 매끄러운 주행감 역시 그 오래된 욕망의 현대적 표현일 뿐입니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로드 자전거의 바퀴는 단순한 부품이 아니라 ‘원형의 미학’이 살아 숨 쉬는 존재입니다.


이제 그 원의 기원을 따라가 볼 차례입니다. 원형의 미학에서 출발해, 기술의 진화를 거쳐 오늘의 로드 자전거 바퀴가 완성되기까지—그 길 위에 담긴 시간과 감각을 다시 조명해보려 합니다.



[1] 이산화탄소 가스 카트리지(CO₂ Cartridge)는 자전거 타이어 펑크 수리 시 빠르게 타이어에 공기를 주입하기 위해 사용하는 일회용 압축 가스 카트리지입니다. 작고 가벼워 휴대성이 뛰어나며, 장거리 라이딩이나 레이스 중 긴급 상황에서 가장 효율적인 펌핑 도구로 사용됩니다. 일반 휴대용 펌프가 수동으로 공기를 주입하는 데 반해, CO₂ 카트리지는 단 몇 초 만에 고압의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타이어를 정상 압력까지 복원할 수 있습니다.


카트리지는 강철 또는 알루미늄으로 제작되며, 내부에는 약 16g에서 25g 정도의 이산화탄소가 액체 상태로 압축되어 있습니다. 주입 시에는 전용 인플레이터 헤드(Inflator Head)를 이용해 밸브와 연결합니다. 밸브를 열면 급격히 팽창한 이산화탄소가 타이어 안으로 흘러들어가며, 순식간에 냉각이 일어나기 때문에 카트리지 표면은 매우 차가워집니다. 이산화탄소 카트리지는 사용 순간 급격히 냉각되기 때문에, 맨손으로 잡으면 동상에 가까운 저온 화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장갑 대신 전용 덮개를 씌워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2] 튜브리스 타이어(Tubeless Tire)는 이름 그대로 튜브를 제거한 구조의 타이어입니다. 림과 타이어가 직접 공기를 밀봉하여 하나의 완전한 밀폐 시스템을 형성합니다. 이때 내부에는 실런트(sealant)라 불리는 액체 밀봉제가 주입되는데, 주행 중 타이어에 미세한 구멍이나 천공이 생기면 실런트가 즉시 그 틈으로 흘러들어가 응고하면서 공기 누출을 막아줍니다. 이러한 원리 덕분에 펑크로 인한 급작스러운 정지 상황이 크게 줄어들며, 라이더는 더 낮은 공기압에서도 안정된 승차감과 향상된 접지력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튜브리스 시스템의 기본 구성은 튜블리스 레디 림, 튜블리스 호환 타이어, 밸브, 그리고 실런트입니다. 림 안쪽에는 전용 림 테이프를 꼼꼼하게 부착하여 공기 누설을 방지하고, 밸브를 정확히 장착해야 합니다. 실런트는 라텍스 기반의 수용성 제품이 가장 널리 사용되며, 공기와 반응해 빠르게 응고하는 특성을 지닙니다. 여름철에는 기온이 높아 실런트가 쉽게 마르기 때문에 약 2~3개월마다 점검하고 보충해야 하며, 겨울철에는 저점도 제품을 사용하면 굳음 현상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입자가 혼합된 실런트나 저온에서도 점성이 일정한 제품들이 등장해 더 큰 천공에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튜브리스 타이어의 설치 과정은 다소 경험과 기술을 요구합니다. 림과 타이어의 결합면이 완전히 밀착되어야 하며, 초기 공기 주입 시 압력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아야 타이어 비드가 림에 정확히 안착됩니다. 그러나 한 번 안정적으로 세팅이 완료되면, 기존의 튜브 방식보다 유지 관리가 훨씬 간단해집니다. 타이어 내부의 실런트가 자동으로 미세 손상을 보완하기 때문에 장거리 주행에서도 펑크에 대한 불안이 현저히 줄어듭니다.





2. 원의 연대기, 인간이 만든 가장 아름다운 곡선


오늘날의 프랑스 남부에 해당하는 브뤼니켈(Bruniquel) 동굴 깊은 곳. 한 줄기 횃불이 바닥을 비추자, 조용히 둥글게 놓인 돌무더기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냅니다. 젖은 석회 냄새와 연기, 타닥타닥 타오르는 불꽃 소리 사이로, 무언가 특별한 형상이 완성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뾰족하고 기다란 석회암 조각들을 일정한 길이로 부러뜨려, 그것을 동그랗게 배치하고 있습니다.


불을 중심에 두고 둥글게 둘러앉은 이들의 모습은 마치 오늘날의 캠프파이어 같기도 하고, 혹은 의식을 앞둔 제단의 모습처럼도 보입니다. 이 장면은 공상과학이 아닙니다. 17만 4천 년 전, 네안데르탈인의 손으로 만들어진 세계 최초의 인공 원형 구조물. 그것은 곧, 인류가 '원'이라는 형상을 스스로 만든 첫 기록입니다. [주 3]


원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지식도 없고 언어도 없던 시기, 그러나 해와 달은 매일같이 하늘에 올라 완벽한 원의 형태를 보여주었습니다. 밤하늘의 보름달은 처음 보는 아이의 시선을 붙들었고, 낮의 태양은 생존을 위한 방향 감각이자 시간의 지표가 되었습니다. 돌을 물에 던졌을 때 생기는 파문, 둥글게 열리는 꽃잎, 동물의 눈동자, 모두가 인류에게 '둥근 것'의 아름다움과 질서를 끊임없이 반복해 보여주었습니다.


그렇게 원은 인식된 최초의 도형이자, 가장 오래된 질서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자연이 보여준 이 완벽한 형상을, 인류는 마침내 자신의 손으로 빚어내어 기술의 세계로 가져오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날마다 원을 마주하고 사용합니다. 컵의 입구, 바퀴, 시계, 렌즈, 스피커, 버튼, 동전, 핸들… 그 어떤 기계도, 어떤 도구도 ‘회전’과 ‘굴림’이라는 기능 없이 완성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 원형은 로드 자전거에서 휠셋과 타이어라는 구체적 기술로 구현됩니다. 타이어는 단지 고무의 덧씌움이 아니라, 속도와 접지, 진동과 충격, 마찰과 회전의 모든 것을 동시에 다뤄야 하는 고도의 공학적 결정체입니다. 둥글게 설계된 이 얇은 구조물 위에서, 라이딩의 쾌감과 안정감, 기술이 모두 펼쳐집니다. 이제, 그 진화를 살펴볼 차례입니다. 원이라는 도형이 타이어 위에서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 그 안에 담긴 기술과 역사, 감각의 세계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3] 인류가 남긴 가장 오래된 원형 구조물, 프랑스 남서부의 네안데르탈인 유적지에 대해서는 다음 책의 내용을 참조하였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네안데르탈인 유적지를 찾으려면 프랑스 남서부의 아베롱(Aveyron) 계곡으로 가야 한다. 강물은 수 킬로미터를 굽이치며 깊은 협곡으로 들어가 비밀을 감추고 있는 브뤼니켈(Bruniquel) 마을 근처의 언덕을 지난다. 동굴 깊숙한 곳에는 뭔가 경이로운 것, 심지어 네안데르탈인에게도 완전히 기이하고 오래된 것이 도사리고 있다.

1990년 거대한 낙반(roof-fall)을 뚫고 동굴에 진입했을 때 탐사자들은 300미터가 넘는 내부에 뭐가 있을지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 넓은 지하실 바닥에 석순이 쫙 깔려 있었는데 처음에는 무작위적인 것처럼 보였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두 개의 원을 그리고 있었다. 1차 탄소 연대측정 결과 47ka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었으며, 2013년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될 때까지 ‘흥미로운 변칙’으로 남아 있었다.

마침내 일련의 우라늄 계열 연대측정에서 진면모가 드러났는데, 그 지하 구조물은 자그마치 17만 4,000년 전에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리하여 브뤼니켈은 순식간에 가장 중요한 네안데르탈인 유적지 중 하나로 부상했다."

(『네안데르탈, 멸종과 영원의 대서사시』, 레베카 랙 사익스 저, 2022년 04월 07일 출간)





3. 단순한 원, 가장 정교한 기술, 로드 자전거 바퀴의 진화


한 번 상상해 보세요. 같은 시대, 같은 대륙 어딘가에 두 개의 부족이 살아갑니다. 한 부족은 여전히 짐을 어깨에 메고 강을 건너며 하루에도 수 킬로그램의 나무와 물, 식량을 나릅니다. 반면 다른 부족은 나무 수레에 둥근 판을 달아 짐을 굴려 옮기고 있지요. 이 두 부족의 하루는 같을 수 없습니다. 이동 속도, 거리, 물자 확보 능력, 그리고 남는 에너지까지—바퀴는 곧 생존에 여유를 더해준 최초의 기술이었습니다.


나무판 두 개를 축에 꿰어 굴리는 단순한 발상, 그 원형의 회전이 인류의 문명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복잡한 과학도 정교한 설계도 없었지만, 바퀴가 한 번 돌기 시작하자 인간은 다시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그 회전은 이동과 운반, 그리고 정착을 가속했고, 시간과 거리를 다루는 능력을 인간에게 부여했습니다. 바퀴는 단순한 도구를 넘어, 기술이 곧 생존이자 권력임을 증명한 최초의 증거가 되었습니다.


그 원시적인 회전이 수천 년간 마차와 수레 위에서 세상을 굴린 끝에, 마침내 동력 기관의 도움 없이 오직 인간의 힘만으로 움직이는 가장 효율적인 기계, 자전거 위에 올라섭니다. 19세기 말, 페달식 자전거가 등장하면서 바퀴는 고정기어, 강철 림, 단단한 고무 타이어로 구성되었습니다. 폭이 좁고 경직된 이 바퀴는 충격 흡수에 취약했고, 무엇보다 무거웠습니다. 승차감보다는 견고함과 관리의 용이함이 중요시되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던 1888년, 스코틀랜드의 수의사 존 보이드 던롭(John Boyd Dunlop)이 아들의 삼륜자전거를 더 부드럽게 달리게 하려는 시도 끝에 공기 타이어를 발명하면서, 바퀴는 처음으로 노면 위를 ‘부드럽게’ 미끄러지듯 달리는 감각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 혁신은 이후 자동차 산업으로까지 이어지며, 타이어 기술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습니다. [주 4]


튜브에 공기를 채운 이 구조는 노면의 충격을 흡수하고, 접지력을 개선하며, 힘의 전달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어 자전거에 속도와 편안함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마련했습니다. 20세기 중반, 강철 림이 알루미늄으로 대체되면서 바퀴는 한층 가벼워지고 정밀해졌습니다. 스포크 배열 역시 진화하며, 단순한 방사형에서 교차형 구조 등으로 다양해졌고, 무게와 강성의 균형을 정밀하게 조율하는 요소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현대 로드 자전거의 바퀴는 카본 섬유를 중심으로 다시 한 번 진화의 궤도를 바꿉니다. 이 가볍고 단단한 재료는 바퀴의 무게를 극단적으로 줄이는 동시에 공기역학적 형상을 구현할 수 있게 해 주었으며, 특히 단면을 V자나 U자 형태로 설계한 에어로 림은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로드자전거의 본질에 부합하는 구조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렇듯 로드 자전거의 바퀴는 외형상 단순한 원을 유지한 채, 그 내부에서 가장 정교하고도 복잡한 공학의 결정체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바퀴 하나가 담고 있는 무게는 몇 백 그램에 불과하고, 림과 스포크, 허브, 타이어의 두께는 손가락보다 얇지만, 그 안에는 200년을 넘어 이어져 온 기술의 축적이 정밀하게 맞물려 있습니다. 로드 자전거에서 바퀴는 더 이상 단순한 원이 아닙니다. 에너지의 흐름을 설계하고, 속도의 감각을 조율하며, 인간의 움직임을 가장 효율적으로 지면에 전달하는 정밀한 매개체—그것이 바로 바퀴입니다.



[4] 흥미롭게도 공기압 타이어의 주인공, 존 보이드 던롭(John Boyd Dunlop)은 발명가가 아니라 스코틀랜드에서 활동하던 수의사였습니다. 그는 아들이 삐걱거리는 세발자전거를 타며 불편해하는 모습을 보고, ‘조용하고 부드러운 승차감’을 만들어주기 위해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정원에 있던 고무 호스를 잘라 바퀴에 두르고 물을 채워 보았지만 실패했습니다. 이후 내부에 공기를 주입하는 튜브형 구조로 전환했고, 1888년 세계 최초의 자전거용 공기압 타이어 특허를 얻었습니다.


이 발명은 아들을 위한 작은 배려에서 출발했지만, 곧 자전거의 지형을 바꾸었고 더 나아가 인류의 이동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습니다.


한편, 던롭의 이름을 딴 ‘던롭 타이어(Dunlop Tyre)’ 는 그가 직접 세운 회사가 아닙니다. 그의 발명을 상업화한 인물은 당시 자전거 업계의 거물 하비 듀 크로스(Harvey du Cros) 였습니다. 던롭은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고, 특허가 기존의 유사한 발명(로버트 윌리엄 톰슨, 1845)으로 인해 무효화된 뒤에는 다시 조용히 수의사로 돌아갔습니다.


그는 세상을 바꾼 발명을 했지만, 세상을 지배하려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의 이름은 그렇게 한 사람의 배려와 겸손, 그리고 삶의 단순한 선의 속에서 오늘날까지 타이어 산업의 뿌리로 남아 있습니다.





4. 가장 단순한 형상이자 가장 정밀한 구조, 로드 자전거 바퀴를 이루는 네 요소


17만 년의 시간을 달려온 인류 가장 아름다운 곡선, 그 원의 내부에는 무엇이 숨어 있을까요? 이제 그 완벽해 보이는 형상을 잠시 멈춰 세우고, 그 안을 구성하는 네 가지 정밀한 요소들을 하나씩 들여다볼 차례입니다. 눈에 보이는 둥근 윤곽 너머에는, 수많은 물리 법칙과 기술적 선택들이 서로 긴장감 있게 엮여 있습니다. 바퀴는 크게 림(Rim), 스포크(Spoke), 허브(Hub), 그리고 바깥을 감싸는 타이어(Tire)로 이루어집니다. 이 네 가지 요소는 각기 다른 재료와 역할, 응력의 방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오직 하나의 목적—빠르고 안정적으로 굴러가기 위해 절묘하게 맞물려 있습니다.


가장 바깥에 위치한 림은 바퀴의 윤곽을 이루는 구조로, 타이어를 지탱하며 스포크와의 연결을 통해 전체적인 형태와 강성을 유지합니다. 한때는 강철과 알루미늄이 주로 사용되었지만, 오늘날 로드 자전거의 림은 대부분 카본 섬유로 만들어집니다.


에어로 림(Aero Rim)은 공기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림 단면을 V자 혹은 U자 형태로 설계한 구조입니다. 속도가 높을수록 공기 흐름을 매끄럽게 유도하는 효과가 커지며, 시속 35km 이상의 고속 주행이나 타임 트라이얼, 트라이애슬론과 같은 환경에서 성능을 극대화합니다. 일반적으로 림 깊이가 40mm 이상이면 에어로 림으로 분류되며, 깊을수록 강성과 관성은 커지지만 측풍에는 다소 민감해집니다. 따라서 라이더는 자신의 주행 스타일과 지형, 기후 조건에 맞춰 림의 깊이와 형상을 선택해야 합니다.


림과 허브를 연결하는 스포크(Spoke)는 바퀴의 긴장감을 조율하는 실선들입니다. 마치 악기의 현처럼 당겨진 이 가느다란 금속 줄들은 단순히 바퀴를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충격을 분산시키고 회전 중 발생하는 비틀림과 변형을 미세하게 보정합니다. 스포크의 개수와 배열 방식에 따라 바퀴의 성격은 완전히 달라지며, 강성과 탄성, 무게 중심의 배분까지도 이 섬세한 선들에 의해 결정됩니다. 일반적으로 스테인리스 스틸, 알루미늄, 혹은 탄소섬유로 제작되며, 정비 시에는 스포크 렌치를 이용해 장력을 미세하게 조율해야 휠의 중심 정렬이 유지됩니다.


허브는 바퀴의 중심에서 회전을 책임지는 핵심 구조입니다. 내부에는 정밀한 베어링이 들어 있으며, 이 베어링이 허브의 회전 저항을 최소화해줍니다. 페달을 밟아 전달된 동력은 체인과 스프라켓을 거쳐 바로 이 허브에 도달하고, 허브는 회전력을 림 전체로 부드럽게 퍼뜨립니다. 허브의 정밀도와 소재, 구조는 바퀴 전체의 구름성과 직결되기 때문에, 라이더들이 가장 민감하게 체감하는 부위 중 하나입니다. 전륜 허브는 조향과 회전을, 후륜 허브는 구동력 전달과 자유 회전을 동시에 수행합니다. 특히 후륜 허브에 내장된 라쳇(ratchet) 또는 프리휠(freewheel) 시스템 덕분에, 라이더는 페달링을 멈춰도 바퀴가 계속 회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구조를 둘러싼 마지막 고리, 타이어. 자전거가 도로와 접촉하는 유일한 지점이며, 지면의 질감, 경사, 속도, 회전력, 마찰의 대부분이 이 한 겹의 고무를 통해 전달되고 흡수됩니다. 타이어는 마치 인간의 피부처럼 외부 환경에 반응하고, 안쪽에 담긴 공기의 양과 압력은 그 성능을 극적으로 바꿔놓습니다. 어떤 타이어를 선택하고, 어떤 공기압으로 설정하느냐에 따라 자전거의 성격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만큼 이 마지막의 둥근 막은 단순한 덧씌움이 아니라, 바퀴 전체의 성능을 마무리하는 감각의 계기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주 5]



[5] 로드 자전거에서 타이어 선택과 공기압 설정은 주행 성능, 승차감, 안정성의 핵심 열쇠입니다.


타이어는 폭, 케이싱, 트레드 패턴, 컴파운드 등에 따라 그 성향이 달라지고, 최근 25~32 mm 폭 제품이 주류로 자리 잡았습니다. 폭이 넓을수록 접지력과 승차감은 좋아지지만 공기저항은 소폭 증가하므로, 폭과 압력을 균형 있게 조합해야 합니다.


튜블리스 타이어는 낮은 공기압에서도 안정적인 접지력을 유지할 수 있어 펑크에 강하며, 부드러운 승차감을 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공기압은 라이더의 체중, 타이어 폭, 노면 상태, 날씨, 주행 스타일에 따라 달라야 합니다. 예를 들어, 체중이 많을수록 더 높은 압력을 필요로 하고, 반대로 체중이 적을수록 공기압 여유를 줄일 수 있습니다. (Canyon은 “heavy riders should pump more air”라 조언합니다. https://www.canyon.com/en-us/blog-content/road-cycling-news/road-bike-tire-pressure/b29062022.html?utm_source=chatgpt.com)


날씨와 온도 변화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온도 변화 5~6 °C (10°F) 당 약 1~2psi 정도의 압력 변화가 생깁니다. 더운 날이나 주행 중 타이어가 뜨거워지면 압력이 높아지니, 약간 낮게 시작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노면이 울퉁불퉁하거나 도로 상태가 좋지 않으면, 약간 더 낮은 공기압을 써서 충격 흡수를 늘리는 쪽이 유리할 수 있고, 반대로 매끈한 도로에서는 조금 더 높은 압력을 써서 효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25mm 타이어를 사용하는 70kg 라이더라면 전륜 85~90psi, 후륜 90~95psi를 시작점으로 삼을 수 있지만, 이 수치는 노면과 기후, 컨디션에 따라 ±5~10psi 정도 조절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결국 공기압은 숫자만으로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라이더가 몸으로 느끼는 감각으로 미세하게 조율해야 하는 변수입니다. 날씨, 노면, 체중, 컨디션 모두가 작은 기호처럼 압력 설정에 영향을 미치고, 그 조율의 섬세함이 진정한 성능 차이를 가져옵니다.





5. 타이어와 휠셋이 완성하는 로드자전거의 역설


로드바이크를 처음 접한 이들은 대개 프레임의 소재나 구동계의 등급에 먼저 눈길을 줍니다. 하지만 실제로 라이딩을 거듭할수록, 자전거가 달라졌다고 느끼는 순간은 놀랍도록 단순한 곳에서 비롯됩니다. 바로 타이어와 휠셋, 이 두 요소를 바꿨을 때입니다. 경험 많은 라이더들이 하나같이 말합니다. “자전거는 프레임보다 바퀴가 먼저다.” 그 말은 단순한 농담이 아닙니다. 타이어와 휠셋은 로드바이크 업그레이드 중 체감 효과가 가장 극적으로 드러나는 두 핵심 요소입니다.


휠셋은 자전거의 성격을 바꿉니다. 가볍고 반응성이 뛰어난 휠셋으로 교체하면, 출발 가속이 눈에 띄게 좋아지고 업힐에서 페달이 한결 가볍게 느껴집니다. 코너를 도는 감각이 정밀해지고, 다운힐에서는 이전보다 안정감 있게 속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림의 재질과 형상, 스포크의 배열, 허브의 회전 성능까지, 이 복합적인 구조는 단순히 무게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자전거가 ‘어떻게 달릴 것인가’를 다시 정의합니다.


하지만 진짜 체감의 시작은 타이어에서부터 옵니다. 타이어는 자전거와 도로 사이의 유일한 접점입니다. 노면의 거칠기를 손에 전해주는 것도, 그 진동을 흡수해주는 것도, 타이어입니다. 어떤 컴파운드를 쓰고, 어떤 공기압을 세팅하며, 어떤 단면폭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자전거는 전혀 다른 성격을 띠게 됩니다. 공기압을 단 몇 PSI만 바꿔도 코너에서의 그립감이 달라지고, 똑같은 경사에서도 더 빠르게 미끄러지듯 올라갈 수 있습니다. 잘 설계된 튜블리스 타이어는 펑크 위험을 줄여줄 뿐 아니라, 더 낮은 공기압에서도 안정적인 승차감을 유지하게 해줍니다. [주 6]


휠셋과 타이어는 마치 한 쌍의 악기처럼 조율됩니다. 빠르기만 한 휠셋은 컨트롤이 어렵고, 그립만 강한 타이어는 반응이 둔합니다. 그러나 이 둘이 조화를 이룰 때, 로드바이크는 비로소 ‘가볍고 빠르며 편안한’—어쩌면 상충되기까지 하는 조건들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놀라운 기계로 탈바꿈합니다. 프레임은 그대로여도, 타이어와 휠셋을 바꾸는 순간 자전거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줍니다. 달리는 리듬이 달라지고, 페달을 밟는 감각이 다르게 전해집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몸이 먼저 알아차립니다. 지금 타고 있는 자전거가 ‘예전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6] 타이어(Tire)는 자전거가 지면과 접촉하는 유일한 부위로, 주행 성능, 승차감, 코너링, 내구성, 항속력 등 다양한 요소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성 요소입니다. 로드 자전거에서는 일반적으로 700C 규격의 타이어가 사용되며, 폭은 23mm에서 32mm까지 다양합니다. 최근에는 공기역학과 승차감을 동시에 고려해 28mm 폭의 타이어가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프로 레이스에서도 점점 널리 채택되고 있습니다.


타이어는 구조에 따라 클린처(Clincher), 튜블러(Tubular), 튜블리스(Tubeless)로 나뉩니다. 클린처는 일반적인 내튜브 방식으로 정비가 용이하고 범용성이 높지만, 고압 상태에서의 구름 저항과 펑크 내구성에서 한계가 있습니다. 튜블러는 타이어와 튜브가 일체화되어 림에 접착제로 부착되며, 무게가 가볍고 저압에서도 안정적인 퍼포먼스를 제공하지만, 교체와 정비가 번거롭습니다. 튜블리스는 별도의 튜브 없이 림과 타이어 사이에 밀폐 공간을 형성해 밀폐성과 주행 저항을 개선한 구조로, 낮은 압력에서도 뛰어난 접지력과 펑크 내성이 장점입니다.


트레드 패턴은 로드용에서는 대부분 매끈한 슬릭(slick) 타입이 기본이며, 노면과의 마찰을 최소화하여 항속 효율을 극대화합니다. 컴파운드의 경도, 케이싱의 TPI(Threads Per Inch), 내측 보호층의 구조 등은 고급 타이어일수록 정교하게 설계되어, 목적에 따라 저항 최소화, 펑크 방지, 승차감 등 특정 성능을 극대화하도록 설계됩니다. 타이어는 단순한 소모품이 아니라, 라이딩 성향과 지형, 기후에 따라 맞춤 선택해야 하는 고성능 부품입니다.





6. 움직임의 본질, 자전거는 프레임보다 바퀴가 먼저다


로드 자전거 바퀴의 형태는 원입니다. 원은 인류가 가장 먼저 인식한 도형이자, 가장 오래된 기술의 상징입니다. 네안데르탈인의 동굴에서에서 출발한 이 단순한 형상은 문명의 수레바퀴를 돌려놓았고, 지금은 정밀한 공학과 감각의 결정체로 로드바이크 위에 구현되어 있습니다.


이 장에서는 그 원의 시작에서부터 오늘날의 바퀴를 다시 짚어보았습니다. 바람을 가르는 림의 날카로움과 그 긴장을 떠받치는 스포크의 섬세함, 회전의 중심을 지키는 허브의 고요함, 그리고 펑크라는 절망에 맞서 길을 이어가는 타이어의 끈질김까지. 그리고 허브에 있는 라쳇의 여운 속에서, 바퀴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존재감을 말하는 기계의 언어가 된다는 사실도 다시금 확인했습니다.


결국 타이어는 자전거 위에서 라이더가 마주하는 모든 감정을 직접 느끼게 하는 매개체입니다.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기쁨, 비포장 노면 위의 불안, 속도에 대한 압박, 펑크의 좌절, 그리고 시원한 바람을 맞는 순간의 안도. 길위의 희로애락이 타이어라는 고무 한 겹을 거쳐 손끝과 발끝으로 전달됩니다. 그만큼 타이어와 바퀴는 자전거에서 가장 민감한 부위이자, 가장 체감이 분명한 장치입니다.


우리는 종종 자전거의 성능을 프레임이나 구동계에서 찾지만, 그 모든 기술은 결국 바퀴를 통해 땅 위로 전달됩니다. 그리고 바퀴가 회전하는 순간, 자전거는 비로소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바퀴는 단순히 굴러가는 부품이 아니라, 움직임의 본질이자, 인간이 만든 가장 아름답고 오래된 곡선입니다. 그 둥근 형상 안에는 기술과 철학, 감각과 시간이 모두 담겨 있습니다. 그러므로 라이딩이 단순한 움직임 그 이상이길 바란다면, 그 시작과 끝에 놓인 바퀴를 다시 한 번 바라보는 것에서 시작해보시길 바랍니다.




7. 로드 자전거 그 '촤라라-' 소리의 정체, 라쳇 허브


로드 자전거에는 유독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소리가 있습니다. ‘촤라라라라—’ 하고 길고 가볍게 울려 퍼지는, 날카로우면서도 경쾌한 그 소리 말입니다.


한강 자전거도로. 돌아가는 길의 속도는 점점 느려지고 있었습니다. 숨은 거칠어지고, 다리는 서서히 피로를 느끼기 시작합니다. 주변 풍경은 저녁 햇살에 물들며 서서히 붉게 번져갔습니다.

그가 페달링을 멈추는 순간 "촤라라라라—" 빠르게 회전하는 라쳇 허브의 소리가 길고도 가볍게 울려 퍼집니다.

그때였습니다. 뒤에서 들려오는 또렷한 외침.

“지나가겠습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한 대의 로드자전거가 옆으로 스쳐 지나갑니다. 바람을 가르며 곧게 뻗어 나가는 자세, 정확한 기어비에 맞춰 돌아가는 부드러운 페달링, 몸에 익은 듯한 리듬. 그리고 그가 페달링을 멈추는 순간 "촤라라라라—" 빠르게 회전하는 라쳇 허브의 소리가 길고도 가볍게 울려 퍼집니다. 금속성의 날카로움과 회전의 매끄러움이 섞인 그 소리는, 자전거보다 한 발짝 늦게 여운처럼 따라오며 지나갑니다. 그 순간, 단순히 추월당했다는 감각보다 더 복잡한 감정이 남습니다. 약간의 자극, 묘한 질투, 그리고 조금 더 열심히 타야겠다는 다짐. 라쳇소리는 그런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소리의 문장’ 같습니다.


요즘 자전거 문화에서 라쳇소리는 단순한 기계음을 넘어 하나의 존재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페달링을 멈췄는데도 바퀴가 부드럽게 굴러가고 있다는 증거이며, 회전이 유지된다는 기계적 신뢰의 사운드이기도 합니다. 허브 안의 폴(pawl)이 래칫 톱니에 맞물렸다 튕겨지는 구조 속에서 만들어지는 이 소리는, 폴의 수나 톱니의 밀도, 스프링의 장력에 따라 소리의 빈도와 높이가 결정됩니다. 어떤 소리는 조용하게 ‘칙칙칙’ 속삭이듯 이어지고, 어떤 소리는 ‘촤라라라라’ 하고 사람들의 고개를 돌리게 만듭니다. [주 7]


이 라쳇 사운드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자전거 문화의 일부입니다. Chris King, Industry Nine, DT Swiss, Onyx 등 고급 허브 제조사들은 각기 고유한 라쳇 사운드를 통해 자신들만의 정체성을 구축하고 있으며, 심지어 유튜브에는 "Which hub sounds better?" 같은 비교 영상이 인기 콘텐츠가 되었습니다. 라이더들은 소리를 기준으로 허브를 고르기도 하고, 정숙함보다는 존재감 있는 소리를 즐기기 위해 굳이 더 시끄러운 모델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즉, 라쳇소리는 이제 성능이 아니라 취향이고, 하나의 문화 언어입니다. 다만 한국의 자전거 문화에서는 라쳇소리가 일종의 ‘등급의 상징’처럼 소비되기도 합니다.


“라쳇 소리 나야 고급 휠셋이지.” “촤라라 소리가 명함이야.”


이런 농담 속에는 실제로 장비를 소리로 구분하려는 집단적 인식이 깔려 있습니다. 마치 자동차의 배기음으로 성능을 짐작하듯, 자전거에서도 라쳇소리가 곧 ‘가격의 언어’가 된 셈입니다.


그렇다면 라쳇소리가 성능을 의미할까요? 정답은 아닙니다. 라쳇소리는 성능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거의 없습니다. 회전 효율, 무게, 내구성, 베어링 품질 등 실제 성능을 결정하는 요소들은 대부분 허브 내부 구조나 소재, 정밀도와 관련되어 있고, 소리는 그저 설계의 부산물일 뿐입니다.


그래서 결론은 이렇습니다. 라쳇소리는 성능이 아니라 성격입니다. 조용한 성격, 시끄러운 성격, 빠르게 반응하는 성격, 묵직하게 밀어주는 성격. 각각의 허브가 가진 회전의 개성이고, 라이더가 표현하고 싶은 감각의 소리입니다.



[7] 후륜 허브에는 라쳇(Ratchet) 또는 프리휠(Freewheel) 시스템이 포함되어 있어 페달링을 멈춰도 바퀴는 계속 회전할 수 있도록 해 줍니다. 라쳇(Ratchet)은 일방향 회전을 허용하는 기계 장치로, 페달을 밟을 때는 드라이버와 함께 맞물려 구동력을 전달하고, 페달을 멈추면 내부 톱니가 분리되어 바퀴가 자유롭게 굴러가게 합니다. 라쳇의 톱니 수가 많을수록 페달과 허브 간의 반응 속도가 빨라져 즉각적인 구동이 가능해집니다. 고급 허브에서는 두 개의 정밀 톱니 디스크가 맞물리는 스타 라쳇 시스템(예: DT Swiss)이 사용되며, 빠른 반응성과 높은 내구성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라쳇의 구조와 설계는 자전거의 가속 감각, 효율성, 정비 편의성에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Chris King, Industry Nine, DT Swiss, Onyx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프리미엄 자전거 허브 제조사들로, 각 브랜드는 고유한 기술력과 설계 철학을 바탕으로 고급 로드 및 MTB 휠 시장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Chris King Precision Components는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본사를 둔 브랜드로, 정밀 가공된 베어링과 독자적인 링드라이브(RingDrive) 라쳇 시스템을 특징으로 합니다. 링드라이브는 최대 72T 이상의 정밀한 접점 수를 제공해 즉각적인 구동 반응을 자랑하며, 내구성과 정비 용이성에서 독보적 평가를 받습니다. 부드럽고 지속적인 허브 소리로도 유명하며, 장거리 투어링 및 하이엔드 로드/그래블 휠에서 많이 사용됩니다.


Industry Nine(I9)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전 제품을 자가 생산하는 브랜드로, 알루미늄 스포크 휠셋과 690T의 초고정밀 라쳇 메커니즘인 Hydra 시스템으로 유명합니다. Hydra는 0.52도라는 극한의 인게이지먼트 각도를 구현하며, 특히 테크니컬 MTB와 그래블 바이크에서 최상의 반응성과 트랙션을 제공합니다.


DT Swiss는 스위스 기반의 글로벌 자전거 부품 브랜드로, 스타 라쳇(Star Ratchet) 시스템을 도입한 최초의 허브 제조사 중 하나입니다. 스타 라쳇은 두 개의 정밀 기어 디스크가 평면 접촉하는 구조로, 뛰어난 신뢰성과 유지보수 편의성, 넓은 인게이지먼트 선택 폭(18T~54T 이상)으로 레이스 및 투어링 유저 모두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DT240, DT180 등의 시리즈는 고성능 로드 허브의 기준으로 평가됩니다.


Onyx Racing Products는 미국 미네소타 기반의 브랜드로, 스프래그 클러치(Sprag Clutch) 기반의 완전 무소음, 즉시 인게이지먼트 허브를 개발해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페달링을 멈췄을 때 프리휠 소리가 완전히 들리지 않으며, 페달을 밟는 순간 0도의 지연 없이 즉시 동력이 전달됩니다. 이는 특히 XC MTB, BMX, 그래블, 그리고 정숙한 주행을 선호하는 라이더에게 큰 장점으로 작용합니다.


이 네 브랜드는 단순히 허브를 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행 감각과 구동 효율성, 정비성, 내구성에 이르기까지 허브 기술의 철학과 미학을 구현하는 상징적인 제조사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발칙한 요약: 이것만은 꼭 기억하자

로드 자전거의 성능과 승차감을 이야기할 때, 많은 초보 라이더들은 프레임이나 구동계를 먼저 떠올립니다. 하지만 실제로 자전거가 달라졌다고 가장 크게 체감하는 부분은 바로 '바퀴'와 '타이어'입니다. 자전거가 도로와 만나는 유일한 지점인 바퀴에 대해, 핵심 내용을 발칙하게 정리했습니다.

자전거의 성능을 결정하는 '바퀴'. 경험 많은 라이더들이 "자전거는 프레임보다 바퀴가 먼저다"라고 말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휠셋(바퀴)과 타이어는 자전거 업그레이드 중 체감 효과가 가장 극적인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좋은 휠셋은 자전거를 더 가볍게 만들고, 출발과 언덕 오르기를 한결 수월하게 해줍니다.

바퀴는 크게 네 가지 요소로 구성됩니다.

- 림(Rim): 바퀴의 동그란 테두리. 타이어를 잡아주고 바퀴의 전체적인 형태를 유지합니다.
- 스포크(Spoke): 바퀴의 중심(허브)과 테두리(림)를 연결하는 가느다란 막대. 충격을 분산하고 바퀴의 튼튼함을 책임집니다.
- 허브(Hub): 바퀴의 중심에서 회전을 담당하는 핵심 부품. 허브의 성능이 좋을수록 바퀴가 더 부드럽게 굴러갑니다.
- 타이어(Tire): 바퀴의 가장 바깥쪽에서 실제로 땅에 닿는 고무 부분. 승차감과 접지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펑크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튜블리스 타이어

로드 자전거를 타다 보면 누구나 원치 않는 순간에 펑크를 경험하게 됩니다. 특히 혼자 있거나, 덥거나, 복귀를 앞둔 곤란한 순간에 찾아오는 펑크는 라이딩의 가장 우울한 단면 중 하나입니다. 이러한 스트레스를 크게 줄여주는 기술이 바로 튜블리스(Tubeless) 타이어입니다.

작동 원리: 이름 그대로 타이어 안의 '튜브'를 없앤 방식입니다. 대신 '실런트(sealant)'라는 액체 밀봉제를 타이어 안에 넣어, 작은 구멍이 생기면 이 액체가 자동으로 구멍을 막아줍니다.
장점: 펑크에 대한 걱정을 현저히 줄여주고, 더 낮은 공기압으로도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해 승차감을 높여줍니다.

그 '촤라라-' 소리의 정체: 라쳇

페달을 멈췄을 때 뒷바퀴에서 들리는 "촤라라-" 하는 경쾌한 소리는 허브 안에 있는 라쳇(Ratchet) 이라는 부품에서 나는 소리입니다. 라쳇은 페달을 밟을 때는 동력을 전달하고, 페달을 멈추면 바퀴가 자유롭게 굴러가게 해주는 장치입니다.

소리와 성능의 관계: 많은 사람들이 비싸고 좋은 휠일수록 라쳇 소리가 크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라쳇 소리는 성능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거의 없으며, 단지 허브의 설계 방식에 따른 '성격'의 차이일 뿐입니다. 조용한 허브가 더 빠르고 성능이 좋은 경우도 많습니다.

바퀴는 자전거의 '감각' 그 자체

자전거의 모든 기술은 결국 바퀴를 통해 땅으로 전달됩니다. 길 위에서 느끼는 기쁨, 불안, 속도감 등 모든 희로애락은 타이어라는 한 겹의 고무를 통해 라이더에게 전달됩니다. 따라서 더 즐겁고 나은 라이딩을 원한다면, 자전거의 시작과 끝에 있는 '바퀴'와 '타이어'에 먼저 관심을 가져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우리는 종종 자전거의 성능을 프레임이나 구동계에서 찾지만, 그 모든 기술은 결국 바퀴를 통해 땅 위로 전달됩니다. 그리고 바퀴가 회전하는 순간, 자전거는 비로소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바퀴는 단순히 굴러가는 부품이 아니라, 움직임의 본질이자, 인간이 만든 가장 아름답고 오래된 곡선입니다. 그 둥근 형상 안에는 기술과 철학, 감각과 시간이 모두 담겨 있습니다. 그러므로 라이딩이 단순한 움직임 그 이상이길 바란다면, 그 시작과 끝에 놓인 바퀴를 다시 한 번 바라보는 것에서 시작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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