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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떤 세계를 달리고 싶은가요

당신의 취향은 어디에 속해 있나요? (Part 1)

by STUDIO 명랑


1. 왜 나는 하는 일마다 잘 안될까?


토요일 아침, 한 주 내내 기다리던 자전거 투어에 나섰습니다. 직장인에게 토요일 아침은 자전거 타기에 가장 좋은 시간입니다. 이번에는 탄천을 골랐습니다. 수지에서 탄천을 따라 잠실까지 가는 왕복 코스. 그러나 몸은 기대만큼 따라주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부슬부슬 비까지 내리니 마음은 더 무거워졌습니다. [주 1]


결국 중간에 멈춰 서서 자전거 도로를 벗어난 뒤 검색을 해봅니다. 다행히 근처에 커피빈이 열려 있습니다. 곧장 들어가 창가 자리에 앉았습니다. 빗줄기가 유리창을 타고 흘러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며, 주문한 카페라떼를 기다립니다. 오늘은 유난히 우울합니다. 몸도, 마음도, 날씨마저도 모두 제 뜻대로 되지 않는 듯합니다.

커피를 마시다 문득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왜 나는 하는 일마다 잘 안 될까?” 하지만 답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창밖을 보다 문득 이 낯선 무기력도 어쩌면 회복의 전조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몸이 나아가는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저항처럼요. 잠시 후 제 앞에 놓인 라떼는 예상보다 따뜻했고, 생각보다 맛있었습니다. 망쳐버린 라이딩 대신, 이렇게 조용히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시간도 나쁘지 않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아침 7시. 이렇게 일찍 문을 열어두는 카페가 그저 고맙습니다.


커피를 마시다 문득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왜 나는 하는 일마다 잘 안 될까?” 하지만 답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아직은 성공보다 방황이 더 어울리는 시간이라는 것을. 답을 알면서 그런데 왜 묻는 것일까요? 아마도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기 때문일 겁니다. 오늘은 별 수 없이 내가 받아주기로 합니다.


창밖에는 비가 내리고, 카페는 30분이 지났지만 여전히 텅 비어 있습니다. 카페에서 흘러 나오는 재즈가 비오는 풍경과 꽤 잘 어울립니다. 비를 피해 처마 아래 세워둔 자전거. 아마도 오늘은 여기까지만 함께해야 할 것 같습니다. 폰을 꺼내 들고 떠오르는 단상을 끄적끄적 이것저것 적어봅니다. 비오는 풍경에 대해, 자전거에 대해, 그리고, 나의 삶에 대해.



[1] 수지–탄천–잠실 코스는 경기도 용인시 수지에서 출발해 탄천을 따라 서울 잠실까지 이어지는 왕복 약 45~50km의 구간으로, 수도권 라이더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도심 속 라이딩 코스 중 하나입니다. 전체적으로 평탄하지만 도심과 자연이 교차하는 리듬이 뚜렷해, ‘도시형 장거리 입문 코스’로 손꼽힙니다.


출발은 수지구 풍덕천이나 죽전역 인근에서 시작해, 성복천 자전거도로와 연결되는 구간을 통해 탄천 합류점에 닿습니다. 이후부터는 본격적인 탄천 자전거도로가 펼쳐집니다. 길은 성복천을 끼고 완만하게 북상하며, 분당·정자 구간에서는 양쪽으로 탁 트인 수변 풍경이 이어집니다.


특히 정자에서 수내, 서현을 지날 때는 도심의 고층빌딩사이를 달리면서도 묘하게 고요한 감각을 줍니다. 판교를 지나 서울시 경계에 들어서면 강남구 대치·삼성 구간으로 접어듭니다. 이 지점부터는 탄천이 점점 한강으로 넓어지고, 저 멀리 잠실 롯데타워가 시야 끝에 솟아오르며 하나의 방향이 됩니다. 페달을 밟을수록 타워는 점점 커지고, 유리벽에 비친 햇빛이 강물 위로 흩어집니다. 잠실 종합운동장을 향해 북진하면, 종착점인 잠실대교 남단이나 석촌호수 인근에서 코스를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휴식 지점은 정자 카페거리 인근의 카페존, 판교·양재천 합류점, 잠실 한강 진입부 등이 좋습니다. 거리 대비 코스 난이도가 낮아, 초보 라이더라도 2~3시간이면 충분히 왕복할 수 있습니다. 다만 주말 낮 시간대에는 보행자와 가족 단위 이용객이 많으므로 속도보다는 리듬을 유지하는 주행이 필요합니다.





2. 당신은 어떤 세계를 달리고 싶으신가요?


비 오는 아침, 커피 한 잔 앞에서 문득 스스로에게 던졌던 질문. “나는 왜 하는 일마다 잘 안 될까?” 아마도 그 질문의 진짜 형태는 이것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나는 어떤 길을, 어떤 세계를 달리고 싶은가?”


자전거를 고른다는 건, 어쩌면 그 질문에 대한 나만의 방식을 정하는 일입니다.


스마트폰을 고를 때처럼 단순히 기능과 브랜드를 비교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스마트폰은 결국 아이폰이냐 아니냐의 선택으로 수렴되지만, 자전거의 세계는 훨씬 더 다채롭습니다. 검색을 시작한 순간 우리는 곧 깨닫게 됩니다. “이 세상에 이렇게 많은 브랜드가 있었어?”


자이언트, 트렉, 스페셜라이즈드, 비앙키, 캐논데일, 스캇, 메리다, 체르벨로, BMC, 첼로… 도대체 왜 자전거는 이렇게 많은 브랜드가 존재할까요?


누군가에겐 가벼움이 전부이고, 누군가에겐 견고함이 기준이며, 또 어떤 이에게는 ‘체레스테’라는 색 하나가 모든 이유가 됩니다. 자전거 브랜드를 고른다는 건 단지 소재나 무게를 고르는 일이 아니라, 내가 어떤 감각으로 세상을 달리고 싶은지를 묻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자전거 브랜드는 단순한 ‘성능의 서열표’가 아니라 취향의 지도에 더 가깝습니다.


이번 장에서는 바로 그 지도를 펼쳐보려 합니다. 이름은 브랜드이지만, 사실 그것은 하나의 선택의 미학입니다. 프레임과 기어, 색상과 감성은 우리가 어디에서 출발해 어디로 향하고 싶은지를 말해줍니다.





3. 비앙키 (Bianchi) – 열정의 체레스테 (Passione Celeste)


자전거를 처음 타는 사람은 ‘무게’를 봅니다. 좀 더 타본 사람은 ‘지오메트리’를 보고, 끝내 자전거에 빠져버린 사람은 ‘색’을 봅니다. Bianchi(비앙키)는 그런 색 하나로, 모든 감정을 압도해버립니다. 이름도 생소했던 ‘체레스테(Celeste)’라는 색. 하늘빛도 아니고 민트도 아닌, 이탈리아 사람들만 표현할 수 있는 그 미묘한 색깔.그 프레임을 처음 본 순간, 자전거는 단순한 기계가 아닙니다.


비앙키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자전거 브랜드입니다. 1885년, 이탈리아 밀라노의 한 골목에서 시작됐죠. 그러니까, 이 브랜드는 자전거를 발명한 세대는 아니지만, 자전거에 ‘우아함’을 불어넣은 세대입니다. 수많은 브랜드가 ‘빠른 자전거’를 만들었지만, 비앙키는 ‘아름답게 빠른 자전거’를 만들었습니다. 가령 Oltre, Infinito, Specialissima 같은 이름부터 다릅니다. 속도를 수치로 말하지 않고, 소리와 감각으로 말하죠. “올트레”라는 단어엔 이미 ‘경계를 넘는다’는 서사가 담겨 있습니다. 이건 기술 이전에, 문학입니다.


하지만 비앙키의 감성은 단지 색깔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 체레스테 위에 마르코 판타니(Marco Pantani)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1998년, 그는 비앙키 알루미늄 프레임을 타고 지로 디탈리아와 투르 드 프랑스를 모두 우승했습니다. 오르막에서의 그 질주는, 지금도 “천사처럼 올라간다(He climbs like an angel)”는 전설적인 중계 멘트로 기억됩니다. 반다나를 두르고, 안장 위에 가녀린 몸을 실은 채 오르막에서 고통을 예술로 바꾸던 그의 실루엣은 비앙키라는 브랜드에 ‘빠르다’는 단어보다 먼저 ‘사람’과 ‘서사’를 입혔습니다. 그래서 체레스테를 보는 순간, 우리는 판타니를 떠올리게 됩니다. 그리고 비앙키를 타는 어느 순간, 우리도 조금은… 그 마지막 로맨티스트처럼 달리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주 2]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비앙키는 ‘실용적’이지 않습니다. 가격대도 애매하고, 부품 호환성도 까다로울 수 있고, 심지어 최신 스펙에선 살짝 뒤처져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앙키를 고르는 사람은 결국 감각으로 결정합니다. 그들에게 자전거는 출력을 재는 도구가 아닙니다. “저 색, 이상하게 마음이 끌린다.” 그렇게 체레스테의 빛깔에 한 번이라도 눈이 머문 사람이라면, 이미 비앙키의 세계로 들어설 준비가 된 것입니다. 비앙키는 늘 그랬습니다. 누구보다 오래, 누구보다 우아하게, 누구보다 조용하게. 그래서 오늘도 체레스테 한 방울만 보면, 어디선가 누군가는 말합니다. “아, 나도 언젠가는… 저걸 한번 타보고 싶다.”



[2] 마르코 판타니(Marco Pantani, 1970–2004)는 사이클링 역사상 가장 상징적인 선수입니다. 그리고 그가 가장 찬란히 빛났던 순간—그는 비앙키의 체레스테 프레임 위에 올라타 있었습니다. 1998년, 판타니는 알프스의 험준한 업힐을 쉴 틈 없이 오르며 지로 디탈리아와 투르 드 프랑스를 모두 우승합니다. 이른바 지로-투르 더블. 그 해, 그의 자전거는 비앙키 Mega Pro XL Reparto Corse. 알루미늄 프레임에 크로몰리 포크, 티타늄 부품, 그리고 초경량 튜블러 휠—화려한 최신식이 아닌, 간결한 무기 같은 자전거였습니다.


하지만 그 위에서 판타니는 누구보다 아름다웠습니다. 그의 모습은 전형적이지 않았습니다. 헬멧 대신 반다나, 선글라스 너머의 반쯤 감긴 눈, 그리고 오르막을 오를 때마다 흔들리는 마른 어깨. 그러나 그는 고통을 밀어내는 방식이 달랐습니다. 다른 선수들이 페이스를 조절할 때, 그는 리듬을 깨며 가속했고, 관중의 탄성이 터질 때마다 더 깊이 숙여 자신을 몰아붙였습니다.


그는 자전거를 타는 것이 아니라, ‘자전거 위에서 산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그와 비앙키는 너무도 잘 어울렸습니다. 기술보다 감정이 먼저 오는 브랜드, 데이터보다 서사가 먼저 오는 라이더. 두 존재는 서로를 ‘명예’가 아닌 신화로 만들었습니다. 2004년, 그는 호텔방에서 조용히 세상을 떠납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체레스테는 그때부터 더 슬프고, 더 아름다워졌습니다.


누군가는 말합니다.


“비앙키는 판타니 이후로, 항상 약간의 그리움을 품고 있다.”





4. 스페셜라이즈드(Specialized) - Made for riders, by riders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난 브랜드, 스페셜라이즈드(Specialized)는 말하자면 “기술과 감각, 그리고 마케팅이 삼위일체를 이룬 자전거 업계의 애플”입니다. 단지 ‘빠른 자전거’를 만드는 게 아니라, ‘빠르다는 감각’을 설계하는 브랜드죠. 이들은 늘 레이스 앞줄에 있습니다.


투르 드 프랑스, 세계 선수권, 파리 루베. 줄리안 알라필립, 피터 사간, 레미 카바냐 모두가 스페셜라이즈드의 안장을 타고 승리를 향해 달렸습니다. [주 3] 이 브랜드에겐 성능이 곧 존재의 이유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성능만 따졌다면, 스페셜라이즈드는 이렇게까지 사랑받지 못했을 겁니다. 진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이 브랜드가 “Made for riders, by riders” 모토에서 알 수 있듯이 ‘라이더의 감정선까지 건드릴 줄 안다’는 점입니다.


Venge, Tarmac, Roubaix, Aethos. 이름부터 다릅니다. Venge는 공기 저항을 찢는 ‘질주 본능’, Roubaix는 파리-루베의 포석길을 위한 ‘정제된 안정성’, Aethos는 규칙을 벗어난 프레임에 담은 ‘라이딩 그 자체의 쾌감’. 이들은 숫자 대신 개성을 부여합니다. 마치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라는 질문을 자전거에게 먼저 묻는 것처럼요. 스페셜라이즈드를 고르는 순간, 당신은 이미 선언한 것입니다. “나는 좋은 건 이유가 있어야 된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조금 비싸도, 내 몸이 느끼는 걸 믿습니다.”라고도요. 이 브랜드는 그런 신념에 보답합니다. 단순히 빠른 게 아니라, ‘내가 빠르다는 착각조차 설계’해주는 프레임. 하이엔드 유저들이 스페셜라이즈드를 타는 이유입니다. [주 4]


하지만 이쯤에서 솔직하게 말해볼까요? 스페셜라이즈드를 산다는 건, 약간의 허영을 곁들인 선택입니다. "이 정도면 나도 이제 진짜 라이더다"라는 선언, 혹은 “조금 무리를 했지만, 후회는 없다”는 자기 합리화. 그런데 이상하죠. 그 프레임 위에 앉아 바람을 가르기 시작하면, 이 모든 합리화가 이상하게 ‘진짜’처럼 느껴집니다.페달 한 번 밟을 때마다, "그래, 이래서 사람들이 비싼 걸 타는 거구나" 하는 깨달음이 밀려옵니다. 성능과 감각, 감성과 자존심. 그 모든 것이 얇은 카본 프레임 한 겹에 절묘하게 담긴 자전거. 그게 바로, 스페셜라이즈드입니다.



[3] 줄리안 알라필립, 피터 사간, 레미 카바냐 - 이 세 이름은 스페셜라이즈드라는 브랜드의 기술을, 감각으로 증명해낸 주인공들입니다.


먼저 줄리안 알라필립. 정석대로 계산된 공격보다는, 순간의 리듬과 직감에 따라 도약하는 선수입니다. 2020년과 2021년, 그는 세계선수권 도로 경기에서 연속 우승을 거머쥐며 프랑스를 열광시켰고, 그 모습은 언제나 스페셜라이즈드 Tarmac 위에서 펼쳐졌습니다. 그의 어택은 단순한 전략이 아니라 감정의 폭발에 가깝고, 브레이크는 감속이 아니라 음악의 쉼표처럼 쓰입니다. 알라필립이 선두로 나서면, 중계진도 숨을 고릅니다. “무언가 일어날 것이다”—그것이 그의 존재 방식입니다.


그리고 피터 사간. 사이클링 역사상 가장 다채로운 선수 중 하나이자, 이 스포츠의 록스타입니다. 세계선수권 3연패, 투르 드 프랑스 포인트 저지 7회. 숫자만으로도 위대한 선수지만, 그를 진짜 기억에 남게 만든 건 “속도 위에서 유머를 잃지 않는 자”라는 사실입니다. 그가 스페셜라이즈드를 타고 나타나는 순간, 사이클링은 경기라기보다 쇼가 됩니다. 레이스 도중 앞바퀴를 들어 올리는 휠리를 하거나, 결승선을 코앞에 두고 윙크를 날리는 선수는 이 지구상에 사간 한 명뿐입니다. 그는 ‘이기기 위해 타는 사람’이 아니라, 즐기기 위해 이기는 사람입니다.


마지막으로 레미 카바냐. 다른 두 선수가 감정과 유머를 무기 삼았다면, 카바냐는 고속열차처럼 무표정하게 달리는 시간의 사냥꾼입니다. 프랑스 타임트라이얼 챔피언이자, 볼타 TT의 강자. 그가 타는 스페셜라이즈드의 Shiv TT 머신은 ‘공기저항이 없는 듯한 기분’을 구현하기 위한 끝판왕입니다. 카바냐는 경쟁자를 의식하지 않습니다. 그가 싸우는 상대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시간 그 자체입니다.


이 세 선수는 모두 서로 다른 스타일과 리듬을 가졌지만, 그들이 선택한 프레임은 같았습니다—스페셜라이즈드. 누군가는 자유롭게, 누군가는 극도로 집중해서, 누군가는 예술처럼. 그들이 안장 위에서 보여준 것은 단순한 성능이 아니라, ‘자전거가 어디까지 인간의 감각을 따라올 수 있는가’에 대한 가장 멋진 증명이었습니다.


[4] 스페셜라이즈드는 자체 탄소섬유 기술인 FACT 카본을 통해 고성능 프레임을 제작합니다. “Rider-First Engineered” 설계철학으로 사이즈별 프레임 강성·순응도를 최적화하여 모든 라이더에게 일관된 주행감을 제공합니다. 또한 퓨처샥(Future Shock)이라는 스티어러 튜브 내장 서스펜션으로 로드바이크에 혁신을 가져왔습니다. 최신 Roubaix 모델의 Future Shock 3.0 시스템은 전면에 최대 20㎜의 서스펜션 트래블을 제공하여 노면 충격을 흡수하면서도 지오메트리 변화 없이 페달 효율을 유지합니다. 이를 통해 안장에 전달되는 진동을 줄여 장거리 주행 시에도 편안함과 핸들링 안정성을 높였습니다.


공기역학 분야에서도 “Aero is Everything” 슬로건 아래 Venge 및 Tarmac와 같은 모델에 FreeFoil 에어로 형상과 통합형 케이블 설계를 도입했고, 자사 풍동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토대로 최적 공기역학 프레임을 개발합니다. 스페셜라이즈드는 이러한 기술들을 최상급 S-Works 라인에 우선 적용하고, 이후 하위 모델까지 확대하며 제품 전략과 브랜드 철학을 연결짓고 있습니다.


스페셜라이즈드의 대표 레이스 모델인 S-Works Tarmac SL7/SL8는 경량 클라이밍 바이크와 에어로 바이크의 경계를 허물며, 프레임 경량화(약 800g대)와 공기역학을 모두 잡은 제품입니다. 엔듀런스 라인 Roubaix에는 Future Shock을 적용해 노면 진동 흡수와 속도 향상을 모두 달성했고, 초경량 올라운더 Aethos는 600g 미만 프레임을 구현하여 순수한 경량 퍼포먼스에 도전했습니다. 스페셜라이즈드는 전 라인업에서 고성능 지향을 유지하지만 가격대가 높은 편이며, 이는 첨단 기술과 월드투어 성공경험에 기반한 브랜드 가치로 이어집니다.





5. 자이언트 – 조용한 거인의 완성주의


세상에 가장 무서운 강자는, 소리 없이 큰일을 해내는 존재입니다. 말보다 결과로 증명하고, 화려한 쇼보다는 묵묵히 시장을 차지하는 존재. 자이언트(Giant)는 그런 브랜드입니다. 한 번도 ‘플래그십 브랜드’처럼 굴지 않았지만, 지금도 자전거 세계 1위 제조사 자리를 지키고 있는 조용한 거인이죠. 출신지는 대만 타이중. 자이언트는 원래 OEM, 즉 다른 브랜드의 자전거를 대신 만들어주는 회사였습니다. 스페셜라이즈드, 트렉, 스캇... 우리가 아는 수많은 브랜드의 ‘진짜’ 제작자였던 셈이죠. 그러다 어느 날 결심합니다. “우리가 이만큼 만들었으면, 이제 이름을 걸자.” 그리고 실제로 걸었습니다. 아주 크게.


자이언트는 ‘가성비’의 대명사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사실 반쪽짜리 설명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합리성과 완성도 사이의 황금 지점”에 가장 먼저 도달한 브랜드입니다. 같은 알루미늄 프레임이라도 더 가볍고, 같은 시마노 구동계여도 더 부드럽고, 같은 가격이라도 뭔가 ‘한 단계 위’의 주행감을 줍니다. 그게 바로 자이언트의 기술력입니다. 특히 TCR 시리즈는 업힐 성능의 교과서라 할 만합니다. ‘Total Compact Road’라는 이름처럼 프레임이 짧고, 반응성은 날카롭습니다. 산악에서 페달을 강하게 밀면, 그 힘이 바로 뒤에서 툭 치듯 반응합니다. 라이더는 그 찰나의 반응 속도에 중독됩니다. "어? 내가 이 정도였나?" 아니요, 그건 자이언트가 밀어준 겁니다. 당신보다 먼저, 그리고 정확하게요. [주 7]


그럼에도 자이언트는 늘 겸손합니다. 마케팅으로 앞세우지 않고, 레이스 영광을 과장하지 않습니다. 투르 드 프랑스 우승도 했지만, 자랑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자이언트를 타는 사람들—그들은 자기가 자이언트를 타는 걸 자랑하지 않습니다. 그 대신, 그 자전거를 얼마나 열심히 탔는지를 말합니다. 그게 이 브랜드의 미덕입니다. 겉은 소박하지만, 그 안에는 놀라운 정밀함과 정직함이 있습니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자이언트는 “가격표를 잊게 만드는 라이딩감”을 만들어내는 브랜드입니다. 조용히, 정확하게, 끊임없이. 당신이 첫 자전거로 자이언트를 타고 있다면—지금 당신은 이미 세계 최고의 기술력 위를 달리고 있는 것입니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을 수 있지만, 당신의 다리와 손은 분명히 느끼고 있을 겁니다. 이건 그냥 타는 자전거가 아니라고.



[7] 자이언트는 초창기부터 콤팩트 프레임 지오메트리(슬로핑 디자인)를 도입하여 프레임 강성과 경량화를 동시에 추구했고, 이 개념은 현재 로드바이크의 표준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카본 프레임 분야에서는 자체 Advanced Composite Technology로 일관된 생산 관리와 품질을 이루며, 최상급 등급인 Advanced SL 카본은 월드투어급 강성/무게비를 자랑합니다. 자이언트는 또한 튜블리스 기술과 대구경 통합 설계에도 선도적이어서, 휠/타이어 튜블리스 세팅을 완성차에 기본 적용해왔고 높은 조향 강성을 위한 OverDrive 테이퍼드 포크, PowerCore 넓은 BB규격 등을 채택해 왔습니다. 로드바이크의 승차감 향상을 위해서는 D-Fuse라는 D단면 탄소 시트포스트를 개발하여 특정 방향으로 휘어지며 충격을 흡수하도록 했는데, 이는 엔듀런스 모델 Defy와 그래블/시클로크로스 모델에 적용되어 별도 서스펜션 없이도 안락한 주행감을 제공합니다. 자이언트의 퍼포먼스 로드인 TCR Advanced 시리즈는 프레임 경량화와 높은 강성으로 유명하며, 최신 모델에서는 에어로 성능까지 더해진 균형형 로드바이크로 진화했습니다.


자이언트는 “균형 잡힌 퍼포먼스와 뛰어난 기술력으로 안정적인 선택지 제공”이라는 전략을 취합니다. 예를 들어 TCR Advanced는 클라이밍, 스프린트, 코너링 등 모든 면에서 고른 성능을 내는 올라운드 바이크로 인기 있고, Propel은 통합형 디스크 브레이크와 에어로 핸들바로 무장한 에어로 로드, Defy는 편안한 지오메트리와 D-Fuse 기술로 장거리 라이딩에 최적화된 엔듀런스 로드입니다. 각 모델은 경쟁력 있는 부품 스펙 대비 가격으로 출시되어 동급 대비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자이언트는 퍼포먼스와 가격의 균형을 통해 글로벌 1위 자전거 브랜드로 자리매김했으며, 이는 곧 “모든 라이더에게 최상의 라이딩 경험을 제공한다”는 철학의 실현이라 할 수 있습니다.





6. 아직 세계는 넓고, 프레임은 많습니다.


이 장에서는 세 가지, 서로 다른 철학의 자전거를 살펴보았습니다. 비앙키는 감성의 색으로, 스페셜라이즈드는 기술의 완성도로, 자이언트는 정직한 품질과 실용성으로—각기 다른 방식으로 우리에게 "달린다는 것의 의미"를 말해주었습니다. 하나는 이탈리아의 시, 하나는 캘리포니아의 속도, 그리고 하나는 대만의 정밀한 공학.


당신은 어느 쪽에 마음이 움직였나요? 하지만 자전거의 세계는 결코 몇몇 이름으로 좁혀지지 않습니다. 체레스테의 낭만, 기술의 정직함, 감성의 미학—그 어느 쪽에도 완전히 머물 수 없듯, 라이더의 시선도 끊임없이 이동합니다. 누군가는 속도를, 누군가는 장인의 손끝을, 또 다른 누군가는 일상의 균형을 바라봅니다. 그렇게 브랜드의 세계는 성능과 취향, 이상과 현실이 얽힌 거대한 생태계가 됩니다. 그래서 다음 장은 그 복잡한 생태계를 조금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려 합니다. 감각의 프레임을 넘어, 산업의 언어로 세계를 읽는 시도. ‘누가 세상을 움직이고 있는가’, 그 질문에서부터 이야기를 다시 시작합니다.





발칙한 요약: 이것만은 꼭 기억하자

자전거 브랜드가 너무 많아 고민이시죠? 괜찮습니다. 처음에는 모두가 그렇습니다. 수많은 브랜드는 저마다의 '성격'과 '철학'이 있습니다. 이 글은 자전거를 고르는 것이 마치 나의 '취향'을 발견하는 과정과 같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아래 세 브랜드의 특징을 읽어보시고, 어떤 자전거가 당신의 마음에 드는지 가볍게 살펴보세요.

1. 비앙키 (Bianchi): 감성과 역사의 이탈리아 자전거

"자전거는 성능보다 감성이지!" 라고 생각하는 분! 여기 모이세요!

- 이것만 기억하세요: '체레스테(Celeste)' 라는 독보적인 색상. 하늘색도 민트색도 아닌, 오직 비앙키만이 가진 이 오묘하고 아름다운 컬러 하나에 반해 자전거를 선택하는 사람이 아주 많습니다.
- 어떤 자전거인가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자전거 브랜드입니다. 그래서 성능 이전에 '우아함'과 '이야기'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최신 기술이나 가성비가 최고는 아닐 수 있지만, "언젠가 꼭 한번 타보고 싶다"는 로망을 자극하는 특별한 매력이 있습니다.
- 당신이 이런 사람이라면: 성능표를 보기 전에 자전거의 디자인에 먼저 눈길이 가는 사람, 나만의 특별한 자전거를 타고 싶다는 감정이 앞서는 사람에게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2. 스페셜라이즈드 (Specialized): 기술과 성능의 '자전거계 애플'
"이왕 사는 거, 가장 좋은 기술로 만든 최고의 자전거를 타고 싶어!" 라는 분에게 추천합니다.

- 이것만 기억하세요: "Made for riders, by riders" (라이더가, 라이더를 위해 만듭니다). 이름처럼 라이더의 경험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자전거 업계의 '애플'처럼 항상 최신 기술을 가장 먼저 선보입니다.
- 어떤 자전거인가요?: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타고 우승하는 자전거로 유명합니다. 단순히 빠른 것을 넘어, 라이더가 "내가 정말 빠르구나!"라고 느끼게 만드는 '경험'을 설계합니다. 가격대는 조금 높지만, 타보면 왜 비싼지 알게 된다는 평이 많습니다.
- 당신이 이런 사람이라면: 조금 비싸더라도 확실한 성능을 원하는 분, 최신 기술을 경험하는 것을 즐기는 분, "이 자전거 타면 나도 진짜 라이더가 된 것 같아"라는 자부심을 느끼고 싶은 분에게 잘 맞습니다.

- 자이언트 (Giant): 조용하고 믿음직한 '세계 1위'
"화려하진 않아도, 합리적인 가격에 가장 뛰어난 성능을 원해!" 라는 '현명한 소비자'에게 가장 적합합니다.

- 이것만 기억하세요: 최고의 '가성비'. 세계 1위 자전거 제조사답게, 같은 가격이라면 한 단계 위의 성능과 품질을 보여줍니다.
- 어떤 자전거인가요?: 원래 다른 유명 브랜드의 자전거를 대신 만들어주던 회사였기 때문에 기술력이 매우 뛰어납니다. 화려하게 자랑하기보다, 묵묵히 좋은 품질의 자전거를 만드는 데 집중합니다. 어떤 모델을 고르더라도 실패할 확률이 가장 적은, 믿음직한 '모범생' 같은 브랜드입니다.
- 당신이 이런 사람이라면: 입문용 자전거를 고민 중인 분, 광고나 디자인보다는 내가 지불한 돈 이상의 가치를 원하는 분,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탈 수 있는 믿음직한 자전거를 찾는 분에게 완벽한 선택입니다.



누군가에겐 자전가를 선택하는데 있어 가벼움이 가장 중요하고, 누군가에겐 견고함이 우선이며, 또 누군가에겐 ‘체레스테’라는 색감 하나가 모든 이유가 됩니다. 자전거 브랜드를 고른다는 건 단지 소재나 무게를 고르는 일이 아니라, 내가 어떤 감각을 추구하고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묻는 과정입니다. 그렇기에 자전거 브랜드는 단순히 ‘성능의 우열’을 따지는 표가 아니라, 취향의 지도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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