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함께한 포근한 밤
보고 또 봐서 너덜너덜한 앨범의 한 켠 엄마 등에 기대고 있는 돌 즈음의 나의 사진이 있다. 다리미에 발을 데어 붕대를 툴툴 감아 잘 걸을 수 없는 나를 업고 있던 모습 아마도 나는 아픔에 눈물을 훌쩍이다 포근한 엄마의 등에 기대어 쿵쿵 뛰는 엄마의 심장소리에 잠이 들었겠지.
그리고 엄마가 된 나.
158의 작은 체구
‘엄마가 작아서 아이를 안고 다니는 게 힘들어 보여’
‘애가 애를 안고 다니네…’
20대의 체력으로 아이 하나쯤 안고 업는 건 전혀 어렵지 않았다. 유모차도 카시트도 거부하던 탓에 산도 들도 대중교통도 다 함께했다. 내 품에 쏙 안고 다닐 때도 있었지만 업는 게 좋았다. 내가 보는 것을 반짝이는 눈으로 같이 보고 있을 너의 모습을 생각하며 나누던 대화가 좋았다.
둘째를 만나고 아직 어렸던 나의 첫째는 늘 혼자의 힘으로 걸어 다녔다. 엄마가 안아주고, 업어주는 것보다 제 발로 걷고 뛰는 것을 좋아했지만 졸릴 때도 힘들 때도 스스로 걸어야 했다. 하지만 한 번도 안아달라, 업어달라 떼를 쓴 적이 없다. 고작 네 살 밖에 되지 않았던 작은 아이는 동생에게 엄마의 포근한 품을 늘 양보하고 서운한 마음을 깊이 꾹꾹 담아뒀다.
그 마음들이 터져버리는 마음이 속상한 날, 아빠에게 혼난 날, 자다가 깨서 무서운 날은 아이를 업고 아파트 복도를 걸었다. 신도 신기지 않은 채 아이를 업고, 이불을 둘러 현관을 나서면 캄캄한 밤하늘에 달과 별이 빛나고 얼굴을 스치는 바람이 시원했다. 길고 긴 복도의 창문 틈으로 조명과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가 새어 나왔지만 복도엔 아이와 나 둘 뿐. 1호에서 20호의 끝에서 끝까지 복도를 걷고 돌아서 다시 걷는다.
”마음이 많이 서운했어? 속상했어? “
“응…”
등에서 울리는 나의 목소리에 딱딱했던 아이의 마음도 이내 말랑해진다. 살포시 기대었던 고개를 들고 지저귀기 시작한다. 세상 모든 것들을 다 이야기하고 싶은 빠르고 상기된 말투로… 그때만큼은 꼭대기에 있어 오르기 힘들던 집의 위치도, 좁은 복도식 아파트의 구조도 다 좋다. 다~ 좋다.
”이제 마음이 풀렸어? 집에 들어가도 될까? “
”응 “
마음이 풀린 아이는 거실로 쪼르르 들어가 언제 속상했냐는 듯이 다시 웃고 떠든다.
나보다 커버린 손과 발, 듬직한 체구로 이제는 안는 것도 어부바도 어렵다. 금세 풀어졌던 너의 감정은 묵직해지고 기분은 복잡해졌다. 전처럼 가볍게 너를 들어 올려 내 등에 업고 곁을 스치는 바람에 속상한 마음을 흘려보낼 수 없지만 그래도 기억하겠지 어부바에 포근해졌던 너의 마음과 그날의 온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