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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업실시옷 Mar 22. 2024

짜장밥

그놈의 밥!!

이른 저녁을 먹고 정리를 할 때 첫째의 전화벨이 울린다.

[보이스피싱]

 녀석들. 친구끼리 서로를 보이스피싱으로 저장해 두었다. 전화를 받을 때도 ‘여보세요~’가 아니라 ‘누구세요?’이다. 수화기 너머로 ’ 지금 너희 집에 가도 돼?‘라고 묻자 아들이 나에게 물어본다.

“엄마 지금 친구 와도 돼요?"

“지금은 친구 부르면 안 되는데… 늦었어. “

 거절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저 놀고 싶어 우리 집에 오고 싶다는 줄 알았는데 학원 가기 전 갈 데도 없고 밥도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밥… 나는 밥에 유독 마음이 쓰인다.  아직은 어린이인 아이가 혼자 밥을 먹는 상상을 하니 안 되겠다.

 ”지금 얼른 밥 먹으러 와. “

 저녁을 이미 다 먹고 난 뒤라 챙겨 줄 음식 하나 없었다. 먹성 좋은 아이 셋이니 반찬이 남지 않는다. 얼른 남편을 시켜 정육점에서 튀겨주는 돈가스를 더 사 오게 했다. 돈가스와 김치. 초라한 밥상이지만 혼자 먹는 것보다는 났겠지… 이번 주는 엄마께서 일이 많으셔서 늦으신다 했다. 오늘도 혼자 분식을 사 먹으라고 말씀하셨는데 혼자 먹기 싫어 전화를 했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다음엔 아줌마한테 전화해. 그럼 네가 좋아하는 걸로 준비해 볼게. 내일도 갈 데 없으면 오고. “


 첫째의 친구 지민이는 우리 집이 좁고 사람이 많아서 좋다고 한다. 맞벌이로 바쁘신 부모님이라 혼자 있는 시간이 싫은 모양이다.

“나도 동생이 있으면 좋겠다.”

그러면 우리 첫째는

“나는 없으면 좋겠는데.”

란 이야기를 서슴없이 하면서도 혼자 있는 시간을 아직은 달가워하지 않는다.


 오늘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짜장밥으로 준비했다. 조금이라도 야채를 먹이고 싶어서 양파와 당근 호박을 아주 작게 썰어서 단 맛이 올라오도록 달달 볶는다. 거기에

고기를 안 좋아하는 아들이 조금 더 편하게 먹으라고 다짐육을 넣고 끓인다. 뭘 좋아하는지 알 수 없을 때는 적당한 msg가 들어간 음식을 준비하면 아이들에게 사랑받는다. 자장은 언제나 아이들에게 무적 아닌가! 아니나 다를까 두 그릇씩 먹어 치웠다. 잘 먹었다니 안심이다.

 아.. 밥… 밥 좀 안 하고 살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그놈의 밥 안 할 수가 없다. 잘하지도 좋아하지도 않지만 계절이 바뀌면 제철 음식을 먹이고 싶고, 아침에 빵을 먹였으면 점심은 밥을 줘야 할 것 같다. 가끔 내 음식에 내가 질려 배달음식을 먹고 나면 공허한 배부름만 가득한 것 같아 이내 후회를 하고 만다. 그래. 먹고살기 위해 하는 건데, 먹는 게 사는 것보다 앞에 갈 만큼 중요한 일인데 수고를 기쁘게 하자.

‘내일은 또 뭐 해 먹는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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