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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다이빙 짐 싸기

물에 들어갈 준비는 간단하지 않아

by hani

"나는 물에 들어가는 거 싫어"


놀랍게도 작년 초 까지의 나는 진심으로 물이 싫었다. 수영복을 입으려면 여기 저기 제모를 해야 하는 것도 귀찮고, 몸이 물에 젖는 것도 싫고, 무엇보다 차가운 물이 몸에 닿는 것도 불편했다. 그랬던 내가 프리다이빙을 배우고, 수영을 배우고, 물 속에 떠 있는게 땅 위에 서 있는 것보다 편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올해는 오키나와로, 본격 프리다이빙 투어를 떠나게 됐다. 무려 2주 동안이나.

일본 여행은 자주 갔었지만 프리다이빙을 목적으로 떠날 계획을 세운 건 처음이었다. 그러다보니 평소보다 챙겨야 할 물건이 많아졌다. 바다에 한 번 들어가는게 보통 일이 아니구나. 바다에 들어가는 순서를 하나씩 떠올리면서 체크리스트를 적었다. 그런데 첫 준비물부터 난관이었다.


1. 프리다이빙 롱 핀

일반적으로 수영장에서 사용하는 숏핀이나 롱핀이 캐리어에 쉽게 들어가는 데 비해 프리다이빙용 롱 핀은 길이가 약 100cm가량 되기 때문에 일반적인 캐리어에 절대 넣을 수 없다. 그렇다고 가벼운 메쉬백에 넣고 비행기를 탈 수는 없기에 꽤나 머리를 굴려야 한다. 롱 핀을 가지고 비행기를 타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다. (항공사마다 규정이 다르므로 미리 확인할 것)




1) 하드 캐리어에 담아가기 (내가 선택한 방법!)
알리익스프레스에서 롱 핀이 들어가는 하드 캐리어를 구매했다. 문제는 크기였다. 130cm짜리 캐리어는 생각보다 훨씬 컸고, 키가 작은 나에게는 21인치 기내용 캐리어에 추가로 거대한 핀 캐리어를 들고 공항 리무진에 오르는 일이 거의 미션임파서블 급의 도전이었다.


내가 산 캐리어는 롱 핀을 2개까지 넣을 수 있는 크기여서, 같은 비행기를 타고 가는 친구 J의 핀까지 함께 담았다. 공간이 넉넉해서 액체류나 무게가 많이 나가는 소지품도 함께 넣어 위탁 수하물로 부쳤다. 대형 수하물로 분류되긴 했지만, 기준을 초과하지 않아 추가 요금은 없었다.

기내용 캐리어는 따로 들고 비행기에 탔다. 무게 제한이 11kg이었기 때문에 최대한 가볍게 짐을 쌌다.

귀국할 때는 쇼핑한 물건들로 기내용 캐리어가 무거워져서, 친구와 함께 추가 수하물 요금을 나눠 내기로 했다. 그래서 일반 캐리어와 핀 캐리어 모두 위탁 수하물로 부쳤다. (사전 구매 없이 11만원정도 냄)

나하에서 오키나와 본섬으로 환승하는 구간에서도 핀 캐리어는 무사히 도착했고, 공항에서 내용물을 물으면 “다이빙 핀(롱 핀)”이라고 설명하면 된다.


2) 기내에 들고 타기 (친구가 선택한 방법)

핀 전용 가방이 있고, 항공사에서도 휴대가 가능하다고 확인된다면 이 방법이 가장 간단하고 실용적이다. 나와 J는 아시아나를 타고, 또 다른 친구 R은 대한항공을 타고 오키나와로 갔는데, 대한항공은 110cm 이내의 길이라면 롱핀을 갖고 기내에 탑승할 수 있었다. 그래서 친구 R이 선택했던 핀 가방은,
https://smartstore.naver.com/dreamgate/products/11252323483

추가 수하물 비용이 들지 않고, 짐도 가볍게 챙길 수 있어서 부담이 적다.

다만 항공사와 승무원 및 짐 검사를 하는 공항 직원에 따라 기내 반입 기준이 달라지는 것 같다. 오키나와와 미야코지마로 가는 항공편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었으나, 미야코지마에서 오키나와로 가는 국내선 짐 검사장에서 갑자기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다행히 완벽한 계획형 R은 항공사 규정을 미리 캡쳐해왔기에 이미지를 제시하며 당당하게 이야기 할 수 있었지만... 다이빙 핀이 익숙하지 않은 직원들은 종종 이렇게 제지를 하기도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미리 마음의 준비는 해두는 것이 좋다.


2. 스노클 / 마스크

다이빙 장비 중 가장 중요한 건 자기 얼굴에 잘 맞는 마스크와 스노클을 고르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다이빙풀장에서 미리 테스트해보고, 내 얼굴에 꼭 맞는 장비를 챙겨가기로 했다.

프리다이빙 마스크는 크게 강화유리와 플라스틱 렌즈로 나뉘는데, 스크래치에 강하고 평평한 렌즈 덕분에 멀미가 덜하다는 강사님의 추천을 따라 강화유리 마스크를 첫 장비로 선택했다.

나는 아직 다이빙 초보라 고가의 장비는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유명 브랜드 ‘아폴로’ 마스크와 거의 똑같은 모양의 저렴한 버전, 이른바 ‘짭폴로;;’ 마스크를 구입했다. 그 마스크로 발리 여행도 다녀오고, 다이빙풀장도 여러 번 갔지만… 솔직히 나한텐 그리 편한 마스크는 아니었다.
물이 자주 들어오고, 그렇다고 끈을 꽉 조이면 얼굴에 압착이 심해졌다.

새 마스크를 살지 고민하다가, 우선 마스크 줄을 수제 끈으로 바꿔보기로 했다. 그렇게 하니 착용감이 훨씬 부드러워졌고, 신기하게도 물이 덜 들어오고 압착도 줄어들었다!
다음에 좋은 마스크를 새로 장만하게 된다면, 꼭 오프라인 매장이나 박람회에서 직접 착용해보고 구입하려고 한다.


스노클은 처음엔 "입에 무는 거니까 저렴한 걸로도 괜찮겠지…" 싶었다. 하지만 그때 썼던 저렴한 스노클은 너무 딱딱해서, 쓸 때마다 턱관절과 광대뼈가 아플 정도였다.
결국 마스크보다 스노클을 더 좋은 제품으로 바꿔가기로 했다.

https://smartstore.naver.com/smallbigdesign/products/11234024667

새로 산 스노클은 무게도 가볍고, 적당히 유연해서 입에 물었을 때 훨씬 편했다. 무엇보다 물에 동동 뜨는 소재라 혹시 빠지더라도 잃어버릴 걱정이 적다.


3. 안티포그액

마스크 안이 김으로 뿌옇게 흐려지는 걸 막아주는 안티포그도 잊지 않고 꼭 챙겨야 한다. 현지에서도 구입할 수 있지만, 예전에 적당한 가격의 제품을 샀다가 저-언혀 안티포그가 되지 않았던 기억이 있어서... 검증된 제품을 사 가고 싶었다. 아마 많은 프리다이버들에게 유명할 제품.
https://smartstore.naver.com/wavecenter/products/10432966044

젤 타입과 스프레이 타입이 있는 것 같은데, 젤 타입이 훨씬 안티포그가 잘 된다! 50ml한 통을 사 가서 친구들과 함께 나눠 썼는데도 반 정도가 남았으니 양은 넉넉한 편이다.


4. 워터프루프 선크림

적도와 가까운 태양이 얼마나 강력한지는, 작년 발리 여행에서 이미 몸으로 체험했다. 친구 J의 등에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는 수영복 자국을 볼 때마다 다시 한 번 실감한다. 심지어 나는 래쉬가드를 입었는데도 타는 걸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후로는 바다에 갈 땐 무조건 전신에 선크림을 바른다. 손가락 끝까지 꼼꼼히.

작년 발리의 바닷속에서 색이 바랜 산호들을 보고 마음이 아팠는데, 그 기억이 여전히 남아있다. 그래서 이번엔 다짐했다. 비싸고 구하기 힘들어도 무조건 산호 보호 선크림을 사서 가겠다고. 물론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하나. 비건 선크림이라고 해서 무조건 산호에게도 착한 건 아니다. 꼭 산호 보호가 되는지 성분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태양은 여전히 뜨겁고, 나는 변함없이 바다를 좋아하기에, 조금 더 지혜롭게 타보기로 했다.

https://brand.naver.com/bushman/products/5747254358


5. 수영복 / 수모

여행을 떠나기 전, 5월 초 오키나와 수온을 수십번도 넘게 검색했다. 어떤 사람은 수영복만 입고도 바다수영을 했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아직 춥다고 했다. 어떤 온도에 맞춰야 할 지 몰라서 일단은 평소에 수영장에 입고 다니는 수영복을 한 벌 챙겼다. 그리고 마스크를 쓸 때 머리카락이 걸리적거릴 수 있으니, 수모도 함께 챙겼다.


6. 웻슈트

같은 이유로, 수온이 어떨지 몰라 웻슈트를 새로 사야 할지 말지 한참을 고민했다. 좋은 웻슈트를 사려면 기본 10만 원은 훌쩍 넘으니, 솔직히 부담스러웠다. (이쯤 되니 속으로 중얼거리게 된다. '프리다이빙, 이거 은근히 돈 들어가는 스포츠구나...')

결국 나는 쿠팡에서 상의·하의가 따로 있는 3mm 네오프렌 저렴이 웻슈트를 샀다. '뭐, 두꺼우면 대강 따뜻하겠지!'라는 마음으로 가볍게 골랐는데... 오키나와 첫 바다 입수 날, 그 선택을 아주 차갑게 후회했다. 수온 24도의 바다는 생각보다 훨씬 추웠고, 싸게 산 웻슈트는 몸에 딱 맞지 않아 틈 사이로 차가운 바닷물이 숭숭 들어왔다. 입수할 때마다 온 몸이 덜덜 떨렸다. 그 와중에도 꾹 참고 다이빙을 하긴 했지만, 다이빙이 끝나면 항상 친구들에게 이야기했다. “야, 20만 원짜리 웻슈트도 이제 안 비싸게 느껴져...”


7. 핀 삭스

프리다이빙 장비 중에 작지만 은근히 중요한 아이템, 바로 핀 삭스다. 처음엔 그냥 ‘발 까지지 말라고 신는 거겠지~’ 싶었는데, 오키나와 바다를 만나고 생각이 180도 바뀌었다. 다이빙을 하러 가는 오키나와 해변엔 대부분 산호 조각이 촘촘히 깔려 있어서, 맨발로는 걸으면 마치 발에 박힐 것 같다.

나는 투명하고 미끌거리는 재질의 부드러운 핀 삭스를 사용했는데, 착용감도 좋고 부드럽고 쫀쫀해서 편하긴 했지만, 신다 보면 금방 늘어나고 바닷물 속 오염에도 약해서 금세 낡는 게 단점이었다.

그래서 다음엔 꼭 네오프렌 재질에 바닥이 조금 더 단단한 핀 삭스를 사기로 마음먹었다. 이건 발 보호뿐 아니라, 장비와의 마찰도 덜하고 오래 쓸 수 있을 것 같다.


8. 비치타올 (가능하다면 판초)

다이빙이 끝나고 물 밖으로 나왔을 때, 제일 먼저 필요한 건 물기를 닦고, 체온을 유지하는 것. 바닷속에서는 괜찮던 몸이 공기를 만나면 굉장히 춥고 덜덜 떨리기 때문에 비치타올은 선택이 아니라 거의 필수 장비다. 나는 평소에 쓰던 비치타올이 있어서 그냥 그걸 챙겨갔다.

하지만, 조금 불편했던 점이 있었다. 얇고 잘 마르지도 않고, 무릎에 두르면 금세 흘러내리고, 체온 유지도, 활동성도 어정쩡했다.

다음번 바다 다이빙에는 흡수 잘 되고, 걸치기 쉬운 판초형 타올을 사 가고 싶다. 입고 벗기 편하고, 손이 자유롭고, 바람도 막아주고 — 이보다 실용적인 건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이건 함께 간 친구 D의 팁이었는데... 판초형 타올을 입고 판초 안에서 옷을 갈아입는 것 까지 가능하다고! (꽤나 꿀팁이었다...)


9. 메쉬백 (잘 마르는 재질의 가방)

이번 여행에서 진짜로 챙기길 잘했다 싶은 장비, 바로 메쉬백이다. 평소엔 숏핀 가방으로 쓰던 사이즈였는데, 젖은 다이빙 용품들을 담기엔 그야말로 찰떡이었다. 다이빙이 끝나고 젖은 마스크, 스노클, 핀 삭스, 웻슈트를 한꺼번에 넣어도 물기 빠지고 통풍 잘 되고, 정말 딱이었다. 꼭 메쉬백이 아니더라도, 젖어도 괜찮고 잘 마르는 소재의 가방 하나는 따로 챙겨가는 걸 추천한다.


10. 돗자리, 장바구니 등등...

이 두 가지도 다이빙 짐 쌀 때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 아닐까?” 싶은 아이템이었는데, 막상 여행을 다녀오고 나니 없었으면 진짜 불편할 뻔했다.


먼저 돗자리. 셀프 다이빙을 하러 갈 때 베이스캠프처럼 짐을 놓을 자리로도 유용하고, 다이빙 사이에 앉거나 누워서 쉬기에도 딱이다. 나는 다이소에서 산 저렴하고 가벼운 돗자리를 가져갔는데, 가격 대비 활용도 최고였다. 무게도 거의 없고, 젖어도 금방 마르니까 부담 없이 챙기기 좋다.


그리고 장바구니. 평소에 장 볼 때 자주 쓰던, 가볍고 컴팩트하게 접히는 에코백을 가져갔는데 이게 다이빙 때 간식백으로 대활약했다. 물 밖에 나와 당 떨어졌을 때, 초코볼이랑 주먹밥 꺼내먹던 그 작은 행복…

여행용 장비라고 해서 꼭 비싸고 전문적인 것만 필요한 건 아니란 걸 이런 아이템들이 조용히 알려줬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다이빙 꿀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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