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튜디오 와그작 Nov 09. 2022

EP.10 광고 같지 않지만 광고하는 광고

워커비 <사라진 워커비를 찾아라> 숨은그림찾기 캠페인

클릭 한 번만 해주세요

소비자에게 뭔가를 시키는 것은 모든 광고의 목표이다. 그들이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고, 공유를 한 다음, 소비해 주는 것이 브랜드의 바람이다. 다만 이것들 중 하나라도 소비자에게 시키려면, 뭔가를 제공해야 한다. 이것이 이벤트의 존재 이유일 것이다. (이 많은 혜택과 경품을 줄 테니, 좋아요 한 번만 눌러주세요.)


손가락으로 클릭 한 번 하는 일, 그 단순한 행위를 유도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광고인이 존재한다. 우리는 클라이언트의 예산으로 소비자에게 무언가를 제공하고, 반응을 얻어내는 사람들이다. 능력 있는 광고인이라면 되도록 적은 예산으로, 큰 반응을 얻어낼 것이다. ‘재미’는 광고인 입장에서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매우 가성비 있는 혜택이다. 


에어팟을 주지 않아도 소비자가 댓글을 달아준다면, 얼마나 기쁜 일인가.



워커비, 새로운 벌 꿀 탐험

“워커비는 지역 양봉농가와 꿀벌보호를 지원하는 꿀 전문 브랜드입니다”(출처 : 워커비 공식 인스타그램) 단순히 꿀 제품 판매가 아니라 꿀벌 보호라는 브랜드 미션을 가지고 ‘SAVE THE BEES’ 캠페인을 진행 중인 워커비는 흥미로운 클라이언트였다. 여기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일상에서 잘 소비되지 않는 꿀로 만든, 블렌딩 꿀이나 선물 세트, 미니 팩 등 독특한 형태로 구성되어 있었다. 제품 자체의 매력도 있지만, 꿀벌을 보호한다는 공익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브랜드로서의 매력이 컸다. 그리고 이 브랜드를 홍보할 때에는, 가벼운 이벤트로 소비자에게 혜택을 뿌리는 방식은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


워커비 공식 인스타그램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직장인을 타겟으로 달달한 위로를 건네는 선물로 워커비 제품을 포지셔닝하는 것과, 꿀벌 보호라는 브랜드 미션을 더 잘 알리는 것. 첫 번째 방향성에서 워커비 선물 세트는 이미 존재했기에, 그 구성을 바꾸는 쪽으로 생각해 보았다. 얼그레이나 레몬, 그린티 등 다양한 블렌딩 꿀이 있으니 일주일 패키지를 만드는 건 어떨지 고민했다. 일주일간 매일 다른 맛의 꿀을 먹을 수 있는 패키지로 다채로운 일상을 선물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장난을 조금 쳐서, 주말은 이미 달달한 ‘꿀’이니까 비우는 아이디어를 냈다. 7개의 칸이 있지만, 5개의 칸에만 꿀이 들어 있고 토요일과 일요일 칸에는 ‘주말은 이미 너무 달다’는 위트 있는 카피가 적히는 것이다. 재미는 있었지만 규모가 너무 작았다. 브랜드에 제안할 만한 캠페인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또 기존 선물 패키지도 이미 다양하게 나와 있었다.


둘째로 꿀벌 보호를 주제로 나온 아이디어는 “B가 사라진 세상”이다. 알파벳 B와 벌을 뜻하는 Bee가 발음이 동일한 것을 활용해, 세상에서 알파벳 B가 사라졌을 때의 문제점을 극적으로 표현해 벌이 사라졌을 때의 부정성을 비유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는 ‘BUS STOP’에서 B가 사라지면 ‘US STOP’이 된다는 옥외광고를 만들어 버스정류장에 부착하려 했다. B, 즉 벌이 사라지니 ‘우리의 삶도 멈춘다’는 것이다. 다만 메시지 이해를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이 다소 길었고, 비주얼적으로 이를 직관적으로 표현하기가 어려웠다. 벌이 사라졌을 때의 부정성만을 강조하는 마케팅이 현시점의 워커비에게 효과적인지도 모호했다.


조금 막막해졌지만, 일단 다음 회의를 잡고 모두 일상으로 돌아갔다. 결국 돌파구를 찾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마치 숨은그림찾기처럼, 찾기 힘들어진 꿀벌

우리 막내(겨우 2살 차이지만) 팀원은 일을 참 잘한다. 단 한 번도 회의에 늦은 적이 없고, 항상 약속 시간보다 일찍 온다. 회의 준비도 매번 노션에 꼼꼼히 정리해서 온다. 막내가 숨은그림찾기라는, 아주 클래식한 콘텐츠를 가져왔다. “월리를 찾아라”와 같은 복잡한 그림에, 때마침 월리와 비슷한 줄무늬 옷을 입고 있는 워커비 캐릭터를 숨겨두는 것이다. 그리고 열심히 워커비 캐릭터를 찾은 소비자에게 말을 건넨다.


“찾기 어려우셨죠? 마치 숨은그림찾기처럼, 꿀벌도 찾기 어려워졌습니다.”


지하철 옥외광고판에 이 숨은그림찾기 그림을 게시한다. 지하철을 기다리는 동안, 소비자가 자연스럽게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다. 혜택보다도 재미를 주는 방식으로.

<사라진 워커비를 찾아라> 예시 시안


이 말을 어떻게 건넬지가 고민이었는데, QR코드로 해결했다. 워커비 캐릭터 옆에 QR코드를 두고 이 캐릭터를 찾았을 때 QR코드를 스캔하라고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접속하는 랜딩 페이지에서 우리의 메시지를 전하고, 경품도 응모할 수 있다. 경품 추첨 과정을 넣은 것은 워커비가 어떤 브랜드인지, 어떤 제품을 판매하는지 알릴 목적이었다. 캠페인 참여는 걱정하지 않았다. 숨은그림찾기라면 나도 모르게 이미 찾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콘텐츠였다.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하고 경품 응모를 하는 랜딩 페이지


광고 같지 않은 광고

일단 재미있어 보여서 하고 나니, 메시지가 등장하는 광고가 완성됐다. 그리고 그 메시지는 캠페인에 참여한 소비자의 머릿속에 이미 있던 생각이었다. “찾기 어려우셨죠?” 물었을 때 고개를 끄덕이고, “꿀벌도 찾기 어려워졌답니다”에서 감탄하기를 바랐다.


때로는 재미가 에어팟 경품을 이긴다고 생각했다. ‘팔꿈치로 쿡쿡 찌르다'라는 뜻의 '넛지 Nudge'는 일종의 자유주의적인 개입, 혹은 간섭이다. 즉, 사람들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부드럽게 유도하되, 선택의 자유는 여전히 개인에게 열려 있는 상태를 말한다.(출처 : YES24 책 소개) 우리는 숨은그림찾기로 소비자를 쿡쿡 찔러보기로 했다.


아쉽게도 이 제안서는 답변을 받지 못했다. 그래도 자연스러운 광고, 광고 같지 않은 광고를 지향하는 우리에게 만족스러운 결과물이었다.



묵묵히 시도하다 보니 최근 수주에 성공해 모 브랜드와 협업 중에 있다. 브런치에 적는 콘텐츠를 다른 곳에도 기고하고 싶다는 제안도 받았다. 이제 정말 무언가 되어가나? 하는 생각이 든다. 조금 바빠지고, 내 방은 더욱 더러워지고 있지만 더 많은 일거리가 있었으면 좋겠다.


저희는 광고 뿐만 아니라 마케팅 일체를 담당하는 종합 대행사입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contact@wagzac.m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