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피 오프라인 랜덤통화 캠페인 <안녕, 동네친구>
‘자연스러운 만남 추구’, 또는 ‘자고 만남 추구’
데이팅 어플은 후자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진입장벽도 어느 정도 있고, 인식이 나쁜 경우도 있다. ‘자만추’가 자고 만남 추구로 해석되기도 한다는 것이 최근 사람들의 개방적인 인식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자신이 데이팅 어플을 쓴다는 것을 자신 있게 드러내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틴더는 이 장벽을 ‘틀린 선택은 없어’로 넘었다. 본능에 따르든 이성에 따르든, 충동적이든 계획적이든, 자신의 손으로 고른 그 선택은 돌이킬 수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 선택의 결과를 받아들이고 나아거거나, 혹은 후회하고 제자리에 머물거나, 둘 중 하나이다.
데이팅 어플의 타겟인 젊은 세대는 SNS에서 반 강제적으로 자신의 모습을 노출하고, 또 타인의 사생활을 접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개인의 영역이던 수많은 사소한 선택들이 타인의 ‘평가’를 받게 되었다. ‘결과가 어떻든, 내가 책임질 테니 내 마음대로 하겠어!’라는 다짐은 이들에게 꼭 필요한 메시지였고, 틴더는 이를 잘 공략했다. 한 줄 카피로 멋진 응원의 메시지를 던지며 전형적인 ‘데이팅 어플’에서 벗어났다.
위피, 동네 친구가 필요할 때
틴더 이야기를 길게 했지만, 이번 클라이언트는 틴더의 경쟁사인 위피이다. 위피는 ‘동네 친구’라는 키워드로 데이팅 어플에 대한 선입견을 넘는 시도를 한 브랜드이다. 노골적으로 연애 상대를 찾는 것이 아니라, 일단은 가볍게 동네 친구를 찾는 곳이라는 포지셔닝을 한 것이다.
동네 친구라는 키워드를 고른 것은 좋지만, 이걸 기반으로 한 적극적인 마케팅이 없는 것이 아쉬웠다. 데이팅 어플 시장에서 위피가 먼저 떠오르고, 친구를 만날 수 있다는 가벼운 이미지를 강조하려면 어떤 캠페인이 필요할지 고민했다. 그리고 오프라인 캠페인으로 그 방향성을 정했다. 당근마켓이나 배달의민족 같은 지역 기반 서비스들이 했듯이, 오프라인에서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위피의 셀링 포인트는, 온라인에서의 만남이지만 물리적으로 가까이에 있다는 감각을 준다는 점이다. 떨어져 있지만 언제든 만날 수 있다는 느낌은 기대감과 환상성을 부여한다. 그렇게 위피는 마음 편하게 대화를 나누고 공통의 관심사를 찾으며 친구를 만드는 공간이 된다.
이러한 위피 서비스의 본질을 쉬운 아이디어로 오프라인에 구현해 보기로 했다.
안녕, 동네친구
20대 소비자가 많이 모이는 홍대와 같은 장소에서 오프라인 캠페인을 진행한다. 한 동네 안에 있지만 서로 보이지 않는 두 공간에 공중전화 부스를 각각 설치한다. 이들 중 한쪽의 수화기를 들면 다른 한쪽의 전화기로 연결된다. 전화벨이 울리고 누군가 응답하면 타이머가 시작된다. 두 사람은 제한된 시간 동안 짧은 대화를 나누고, 통화를 마친 뒤에는 상대방과 위피 앱에서 연락을 이어나갈지 결정할 수 있다.
가까이에 있지만 보이진 않는 누군가와 연결된다는 사실은 재미있지만, 막상 갑자기 대화를 하라고 하면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두 부스의 참여자는 통화 전에 동일한 카드를 하나 받는다. 카드에는 밸런스 게임 하나가 적혀 있다. 처음 대화하는 상대와 부담 없이 이야기를 나누기 좋은 소재이기 때문이다. 참여자들은 자신의 입장을 정하고 상대방과 가볍게 밸런스 게임에 대한 대화를 나눈다.
제한 시간 동안 통화를 한 뒤, 상대방과 대화를 더 나누고 싶다면 카드 뒷면의 QR코드를 통해 위피 앱을 다운로드한 뒤, 고유 코드를 입력하면 된다. 만약 상대도 앱을 다운로드하고 고유 코드를 입력했다면, 두 사람은 채팅으로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다. 매칭에 실패하더라도, 앱을 다운로드한 모든 참여자에게는 위피 앱 내의 재화인 ‘젤리’를 제공하여 앱을 지속적으로 이용할 것을 기대할 수 있다.
컨셉, 한번 잡았으면 끝까지
앞서 설명했듯, 데이팅 어플의 핵심은 역설적이게도 데이팅 어플을 벗어나는 것이다. 위피는 ‘동네 친구’라는 방법을 골랐고, 우리는 이 컨셉을 끝까지 밀어붙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요즘은 ‘한 우물 파기’의 중요성이 더 커진 것을 느낀다. 모든 영역에서 경쟁이 심화되고, 유행이 변하는 주기가 더 짧아지면서 브랜드의 개성이 확고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캠페인 <안녕, 동네친구>는 직접적으로 동네 안에서 교류가 일어난다는 것을 설명하고, 이러한 교류가 본격적이기보다는 친구와의 대화처럼 가볍다는 것을 보여줬다. 밸런스 게임과 같은 작은 대화 소재와 매칭 방식, 나아가 매칭 실패 시의 경험까지 잘 설계했다고 생각했다. 스스로 만족한 아이디어이지만 답변을 받지는 못했다.
조금은 익숙해진 실패이지만, 상심하지는 않았다. 우리는 성공을 목표로, ‘실패’를 컨셉 삼아 계속해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패마저 개성으로 활용해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 즐거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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