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그것을 기다리는 방법
등받이도 없는
의자 위에 앉아
기약 없이 기다리는
어떤 장면
행복은 멀지 않다
기다릴 수만 있다면
지금은 등과 엉덩이가 배긴
불편함 덕에 시간을 잊을 수 있다
여태껏 오지 않은
아득한 봄에게
완연이라는 단어는
붙여주고 싶지 않아
기다리는 사람 무색하게 만드는 녀석에게
괘씸함을 느낀다면 아무렴 인간적이지 않을까
잠시 드는 딴생각
고통은 더 큰 고통으로 덮으라 했던가
그럼 행복은 행복으로 덧칠할 수 있던가
글쎄,
차라리
점점 상승하는 자극 점에
꼭짓점을 찍는 게 어떨까
뭐든 좋으니 쌓아 올려
사랑이든
추악함이든
어쨌거나 바람 불면
풍문처럼 갈라지고 무너지겠지만
혹시 몰라
쌓아 올린 게 무너지면
그 너머로 봄이 보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