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접시

32. 비석

by 알레프

어제 밥그릇의 이가 나갔다

접시의 장례를 치러주고

깨진 파편을 비석으로 세운다


묘지의 비석은

자신 아래

묻힌 것을 두고

힘차게 나아갈

생각 따윈 할 수 없다


그저

자신이었던 것을

추억하기 바쁜 듯 보여


다른 그릇들과 맞닿으며

달그락거리던

그런 종류의 추억


그렇게 조용히

비석이 된 것을 인정한다


저 멀리 유리 접시들

잔잔히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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