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다잉 메시지
목을 가다듬는 두 번의 헛기침
긴 심호흡 한 번
(인생에 어떻게 그리 익숙해지셨나요)
글쎄요
찬물을 가슴팍에 뿌리고 있자니
익숙해질 만도 하더군요
행여 무더운 여름날
상복을 입은 채
간신히 작별인사를 하게 되더라도
그렇게 몇 걸음 물러나 다시 돌아보는 미련도
찬물을 맞으면 별 수 없지요
(가끔 드는 생각을 알려주시겠어요)
존재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요
표독스러운 빛깔이 살며시 뚜렷해지면
제가 섞이게 된 건지 혹은 튀어나온 건지 그런
(좀 더 쉽게 설명해주세요)
지금은 생각나는 대로 말하고 싶은 기분이네요
꼭 말이 되어야 하는 상황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원한다면 제 말들을 조각내셔도 좋아요
그런 거 있잖아요
한 글자씩 오려서 다잉 메시지를 남기는 것처럼요
(침묵)
세상에게 있어
일종의 놀이인 거죠, 저의 삶은.
밑줄 그어 찾아보시겠어요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