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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교육 생각 Mar 12. 2023

[003] 더 글로리 열풍, 그래서?


더 글로리가 그야말로 열풍이다.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느라 볼 시간이 없을 테니, 주로 학부모들이 보고 있을 테지. 드라마의 주제는 학폭이다. 불을 보면 피하거나, 끄기 위해 행동해야 하는데, 인간은 불을 이용하면서 그것을 진화라고 불렀다. 학폭 얘기를 보고 들으면 피해자를 보호하거나, 가해자를 처벌하는데 중점을 두는 게 아니라, K-학부모는 "거짓 학폭 신고를 조심하자. 우리 아이를 견제할만한 상대아이가, 수시 평가에서 상대적 우위를 가져가기 위해 거짓 신고를 할 수 있으니 조심하자."라는 주장을 편다. 불을 쓰게 된 인간의 삶은 어떠한가, 지구를 황폐하게 만들고 있지 않던가. 저런 생각을 하는 학부모들이 정말 다수라면, 학생들의 정신을 황폐하게 만들게 되지 않을까? 이런 글을 쓰는 사람들을 꾸짖고, 정신 차리라고 말해야 할 학부모들이 오히려 "저도 조심해야겠네요." 같은 얼치기 연대를 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 정치인이 시도 때도 없이 대던 연포탕(연대, 포용, 탕평)문인지 술 생각이 간절해진다.


여주인공 송혜교의 분노는 지극히 타당하다. 당위성이 충분하기 때문에, 가해자들을 향한 지독한 복수가 관객들에게는 '사이다'로 받아들여진다. 다만, 우리 대통령이 제일 좋아하는 단어는 '법치' 아니던가. 개인 간 사적 제재는 결코 허용되지 않는 것이 우리 사는 대한민국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송혜교의 행동에 반쯤 눈을 감은 채로 동조하고, 방조하고 있지 않은가? 그럼 당신도 공범이다. 저 지독한 복수의 피해자가 된 사람들의 고통을 유희거리로 즐기는 당신들이야말로 진짜 사디스트 아닌가, 하하하하하.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고. 이렇게 고무줄같이 느슨한 잣대로 세상을 살고 있다는 걸 실감해라. 당신들의 도덕 수준은 딱 그 정도인 것이다. 인정하라. 그렇다면 당신들로부터 배운 당신들의 자녀는 어떠하겠는가? 그냥 "바르고 착하게 살거라."라는 공염불만 외우면서, 정작 아이들에게 주장하는 것은 '성적 향상' 뿐이라면 잘도 아이들이 '정의'로운 어른이 되겠구나. 거실에 틀어진 저 드라마의 대사 하나하나, 가해자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너무 무겁고 싸늘하다. 언젠가 내가 지나쳤던, 내가 행했던 그런 폭력의 한 장면인 거 같아서 숨이 턱턱 막힌다. 왜 그때 나는 그딴 삶을 살았는가. 왜 아무도 나를 멈추지 않았는가. 그냥 성적이 좀 좋은 쓰레기에 불과했던 나를 왜 비난하지 않았는가.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 따위의 문제가 아니다. 자녀가 스스로의 삶을 쪼개버릴 가장 치명적인 총알 한 발을 장전하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피해자에 동조하고, 진짜 '연대'를 하고, 사과하고, 가해자와 싸우는 사람으로 자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매일 불안에 떨면서 살지 않을 수 있도록, 자녀가 진짜 행복하고 안정된 삶을 누리도록 부모가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진짜 도움을 제공하라. 잘못을 인정하고, 진정으로 사과하는 것. 그것은 언제나 어른의 몫이 아니던가.


송혜교는 극 중 가장 증오하는 가해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내 꿈은, 이제부터 너야"

어떤 한 인간이, 자녀에게 악의를 품어 인생을 걸고 복수를 하게 내둘 셈인가.

K-학부모님들, 제발 정신 좀 차리시고, 그런 말도 안 되는 찌라시 같은 얘기들이 피해자들의 상처를 더욱 후벼 팔 수 있다는 걸 반드시 명심하시라. 몸뚱이만 어른이 된 나는, 항상 두렵고,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뿐이다. 내가 눈 감고 지나쳐버린 모든 순간들로 쌓아 올린 죄의 탑이 비수가 되어 내 머리 에서 흔들리고 있는 것 같다. 부디 자녀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조금이라도 누군가를 불행하게 만들었다면, 같이 사과하고, 그렇게 좋은 어른이 되는 길을 아이에게 보여주길 바란다. 아이는 공부하는 기계가 아니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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