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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셀프유학생 진수진 May 27. 2024

영어 원서 제대로 고르는 법

한 권을 읽더라도 효과는 톡톡히 봐야 하니까. 

* 지난 글과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지난 글에서 영어 원서 읽기의 위력을 설명드렸으니 이제 어떤 원서를 어떻게 골라야 하는지 알려드릴게요.


온라인 카페나 블로그에서 “00살 원서 추천 목록”이나 ”뉴욕타임스 선정 2023년 최고의 도서“ 같은 글 많이 보셨을 거예요. 인터넷에서 흔히 보는 이런 추천 목록들은 보통 독자의 나이나 특정 학원의 레벨 기준으로 책들을 분류하거나 독자의 프로필을 아예 파악하지 않고 책•작가의 명성에만 맞춰서 책을 추천하곤 합니다. 이것만 믿고 덜컥 책을 집어 들었다간 너무 어려워서 금방 덮어버리게 되고 결국 원서 읽기라는 목표는 저 멀리 물 건너가 버리죠.


그래서 원서를 읽는 것만큼 원서를 잘 고르는 게 중요합니다. 한국어 책은 몇 분 만에 휘리릭 읽고 ‘아, 이 책이 나랑 잘 맞는구나’ 판단이 되지만 영어 책은 그러려면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하기 때문에 원서를 초장부터 잘 고르는 스킬을 익혀두면 유용해요. 그래서 오늘 이 글을 준비했습니다.




대부분의 한국인 독자들은 다른 나라 언어로 쓰인 책을 읽는다는 행위 자체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한국인이 한국어로 적힌 책을 읽으며 자라는 건 지극히 당연한 사실이니까요. 어릴 적부터 원서에 노출이 되었거나 모종의 이유로 영어 책을 더 자주 읽는 분이 아니라면 원서를 어렵고, 딱딱하고, 부담스러운 존재로 인식하기 마련이죠.


이런 분들은 [원서와 친해지기]를 가장 우선시하셔야 해요. 원서에게 느끼는 거리감, 장벽, 기시감… 이런 게 없어져야 꾸준히 독서를 하고 영어 실력을 기르겠죠? 처음부터 카프카나 버지니아 울프 같은 유명한 작가들의 어려운 책을 골랐다간 나가떨어질 수 있어요. 한 번 뜨거운 냄비에 손을 덴 기억이 있는 사람은 드라마 속 주인공이 냄비를 맨손으로 잡는 장면을 보기만 해도 움찔, 하게 되는 것처럼 원서 읽기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경험은 앞으로의 영어 공부 여정에 크나큰 장애물이 될 수 있으니 반드시 주의해야 합니다. 


특정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루는 책도 초반 습관 잡기에는 독이 될 수 있어요. 원서 읽기 습관이 완벽하게 들기 전까지는 가벼운 주제를 얕게 다루는, 비행기나 카페같이 방해 요소가 많은 환경에서도 무리 없이 술술 읽을 수 있는 책을 골라 주세요. 우주의 신비를 다루는 천체물리학 서적보다는 일상 속 작은 습관 기르기에 대한 자기 계발서가, 심도 있는 철학책보다는 가벼운 에세이집이 좋습니다. 원서 읽기는 "잠시 내려놨다가 몇 시간 후 다시 집어 들어도 힘들이지 않고 맥락을 따라갈 수 있는 책"으로 시작하세요.




공부할 시간도 없어 죽겠는데 그걸 어떻게 일일이 챙겨가며 고르냐고요? 생각보다 쉽습니다, 제가 추천드리는 방법을 따라 해보세요. 아래 네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원서를 고르시면 됩니다:

- 본인 수준보다 약간 낮고

- 길이는 짧으며

- 이미 한국어로 읽어본 적이 있거나

- 어린이/청소년/성인 독자를 대상으로 다양하게 출판된 책


하나씩 설명해 드릴게요.

[1번] 본인 수준보다 약간 낮은 책을 "술술" 읽는 경험은 기존에 원서 읽기에서 흔히 발생하는 "진도가 안 나가서 질리는" 상황을 원천봉쇄합니다. 글의 수준에 너무 집착하지 마세요, 가뜩이나 모국어가 아닌 다른 나라 언어로 책을 읽는데 한 장 넘기기가 너무도 힘이 들면 원서 읽기 습관을 들이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집니다. 평소 한국어로 읽던 책 보다 조금 더 쉽고 간단한 걸 고르세요.


[2번] 길이는 짧을수록 좋아요, 한 권을 다 읽었다는 성취감이 꾸준한 원서 읽기의 원동력이 되어주니까요! 즉 시리즈물이나 장편소설은 원서 읽는 습관이 정착하기 전까지는 금물! 한 마디 덧붙이자면 페이지가 술술 넘어가는 경험을 할 수 있게 글씨 크기가 조금 더 크거나 줄간격이 넓은 버전을 고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주머니에 쏙 들어갈 수 있게 작은 글씨로 편집된 포켓북보다는 한 손 가득 들어오는 크기의 큰 글씨 책이 적합합니다. 전자책이라면 기기 내장 기능을 이용해서 폰트 사이즈를 조절해 주시는 것도 좋아요.


[3번] 이미 한국어로 읽어본 적이 있는 책은 설령 모르는 단어나 처음 보는 표현을 만나더라도 대강 때려잡고 문맥상 이해에 지장을 주지 않고 넘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즉 원서를 처음 읽기 시작할 때 자연스럽게 생기는 버퍼링을 대폭 줄일 수 있죠. 막히는 게 없이 술술 읽다 보면 원서 읽기가 더욱 편안하게 느껴지겠죠? 하지만 한국어 버전을 옆에 펴두고 원서를 읽는 행위는 금물입니다. 번역본을 참고하며 원서를 읽다 보면 스스로 이해하고 유추하는 힘을 기르지 못할 뿐 아니라 번역가가 이미 짜놓은 생각의 틀에 갇혀버려요. 조금 더 어렵게 느껴지더라도 원서 하나에만 올곧이 집중해 주세요.


[4번] 마지막으로, 이건 내로라하는 학원에 가도 말해주지 않는 노하우인데요, 같은 책이 어린이용/청소년용/성인용으로 각각 출판되는 경우가 있죠? 그중 하나, 본인의 영어 실력에 적합한 것을 한 권 고르세요. 같은 내용의 도서가 대상 독자의 연령대별로 각각 나눠져 출판된다는 것은 (1) 그 내용이 과히 어렵지 않고 (2) 어린이들이 읽어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직관적인 전개를 갖췄다는 의미이며 (3) 본인의 실력에 따라 어린이용/청소년용/성인용 사이에서 자유롭게 고를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질 수 있다는 거예요. 즉, 굳이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도 쉽고 빠르게 책을 고를 수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린 방법을 마음에 잘 새겨서 서점 나들이를 한 번 떠나보세요. 평소 관심 주지 않았던 해외 서적 코너에서 마음에 쏙 드는 원서를 한 권 골라 집으로 돌아오신 후 한 장 한 장 읽다 보면 어느새 영어 실력이 한 발 한 발 성장해 있을 거예요. 


다음 글에서는 원서 읽기로 영어를 공부하고자 하시는 분들께 꼭 알려드리고 싶은 팁들을 정리해 볼까 합니다. 졸업 논문 제출 및 심사 준비 때문에 근 한 달 동안 소식이 없었던 점 다시 한번 사과드려요, 다음 글 열심히 준비해서 얼른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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