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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목표가 영어 원서 읽기인 분들께 바칩니다.

원서 읽기, 첫 발을 잘 딛는 게 중요해요.

by 셀프유학생 진수진

새해가 밝아온 게 바로 어제 같은데 벌써 한 달이 흘러갔네요!


독자 여러분의 새해 목표는 안녕하신가요? 제 주변만 그런진 모르겠지만, 매년 새로운 해가 떠오르면 영어 원서 읽기를 목표로 하는 분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운동이랑 금주/금연과 더불어 가장 많이 보이는 새해 목표 중 하나인 이 "원서 읽기", 마음은 먹었는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이 글을 끝까지 읽어주세요.



1. 일단 책을 골라야 합니다.


과욕은 금물! 본인의 수준에 맞는 책을 고르세요. 여기서 "수준에 맞다"는 건 본인의 (한국어) 독서 수준보다 "약간 낮은 정도"를 의미합니다. 한국어로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수준보다 약간 낮은 책을 고르셔야 원서 읽기 습관을 수월하게 들일 수 있어요. 한국어로 읽으면 좀 유치하겠는데... 앉은자리에서 다 읽겠는데... 내용이 좀 가볍겠는데... 싶은 책이 딱입니다. 읽다가 수시로 막히고 버벅거리면 아무리 굳센 다짐을 한 사람이라도 흥미가 떨어지기 마련이에요, 반드시 만만한 난이도의 책을 고르시는 게 중요합니다.


여기다 추가로 체크하면 좋은 점 두 가지 알려드릴게요. 바로 책의 장르구성입니다. 책의 장르, 그러니까 주제는 본인의 기호에 딱! 맞춰주세요. 한국어로도 소설책은 안 읽던 사람이 갑자기 영문학을 읽으면 진도가 나갈 리 만무하겠죠? 마찬가지로 평소 신문 기사나 정보성 글을 잘 접하지 않은 사람이 난이도만 보고 비문학 책을 고르는 것도 좋지 않은 선택입니다. 본인이 좋아하는, 그리고 익숙한 장르를 고르세요. 새로운 장르, 다른 분야, 안 읽어본 내용은 원서 읽기가 몸에 밴 후 그때 가서 도전해도 늦지 않으니까요.


책의 구성, 그러니까 책이 몇 챕터로 이루어져 있고, 총분량이 어느 정도이고, 어떤 구조로 전개되는지도 많은 분들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합니다. 국제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어 원서 수업을 7년간 실시한 결과, 저는 개인적으로 (1) 한 단원을 구성하는 페이지 수가 적고 (= 내가 벌써 한 단원을 다 읽었다니!라는 성취감) (3) 단원의 수가 많아서 책이 자잘하게 쪼개져 있으며 (= 내가 벌써 이 많은 챕터들을 읽었다니!) (3) 전체 길이가 그렇게 길지 않은 책 (= 내가 벌써 이만큼이나 읽었다니! 조금 더 읽으면 한 권 독파하겠는걸?!)을 추천해요.


한 단원이 막 100페이지가 넘어가고 책 전체가 300페이지가 넘는데 단원은 딸랑 세 개인... 이런 책은 아무리 내용이 좋고 문장이 주옥같아도 초반에 성취감을 느껴 원서 읽기를 습관으로 정착시키기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아요. 잊지 말 것, 우리의 목표는 일단 원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내는 것! 이 한 권으로 우주를 정복할 게 아니니까 편하게 술술 넘어가는 책으로 일단 시작하기!


2. 책을 잘 골랐다면 이제 그 책을 위한 시간을 따로 빼두세요.


저는 매일 책을 최소 30분씩 읽어요. 제가 대단한 사람이라서 그런 건 절대 아니고,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로 하루를 설계해 두었기 때문이에요. 비결이 뭐나면... 본인이 꼭 해야만 하는 일 (예를 들어 잠자기) 에다가 원서 읽기를 결합하는 겁니다. 두 가지 활동을 하나로 묶어 세트 메뉴로 만들어버리는 거죠.


모두가 언젠가 반드시 잠은 자잖아요? 그리고 모두가 하루 중 언젠가 밥은 한 번 이상 먹겠죠? 이렇게 대체 불가능한 행동을 하기 전/후에 원서 읽기 시간을 배치하면 습관이 더욱 빨리 잡힌답니다. 저는 고전 읽기와 잠자기, 두 가지 활동을 결합했어요. 하루가 어떻게 흘러갔던, 좋았던 나빴던 망했던 뿌듯했던, 잠에 들기 30분 전부터는 불 다 끄고 전자책 리더를 활용해서 무조건 고전 문학을 읽다 잠들어요. 이 덕에 매일 독서 시간을 확보한 건 물론 취침 전 휴대폰 사용도 아예 없앨 수 있었으니까 일석이조가 따로 없죠! 고전이 아닌 일반 도서를 읽는 시간은 공부를 결합해서 확보했어요 (매일 어떤 공부라도 무조건 하게 되어 있는 대학원생에게 최적인 방법이죠). 공부 50분 하고 > 쉬는 시간 10분 동안 휴대폰을 드는 대신 책을 읽으면 '정각까지만 폰 할까... 이거만 다 보고 공부해야지...' 같은 유혹에서도 벗어날 수 있답니다.


3. 책을 중간에 바꾸는 범죄가 아니랍니다.


만약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한 페이지에 모르는 단어가 10개 이상이다? 그걸 가지고 사전을 찾고 단어를 외우고 노트를 펴서 공부를 하고... 이러지 마시고 과감하게 책을 바꾸세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영어 "책을 읽는" 거지 영어 "공부를 하는" 게 아니잖아요? 책이 잘 읽혀야 계속 읽을 거고, 그래야 영어 원서 읽기가 습관으로 정착할 수 있어요. 그러니 죄책감 갖지 마시고 진도가 잘 안 나가면 신속하게 다른 책으로 교체하세요.


새해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원서의 난이도는 대강 한 페이지에 모르는 단어나 해석 안 되는 표현이 5-6개 혹은 그 이하인 정도입니다. 한 권 두 권 읽어가다 보면 원서 고르는 실력도 느니까 초반에는 많이 접해보고 자주 바꿔보며 원서 보는 눈을 키우고 읽는 습관을 기르는 데에 집중하세요!



사실 이 글에 제 개인적인 영어 원서 추천 리스트를 첨부하려고 했는데요, 여러분이 원하는 난이도나 관심 있는 주제가 천차만별인데 제 개인적 기호가 여러분의 선택에 방해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 넣지 않기로 결정했어요. 만약 책 추천을 받고 싶은 분들이 계시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제가 알고 있는 한, 읽어본 책들 중에서 최선을 다해 추천해 드리도록 노력할게요 :)


2025년 새해를 맞아 계획하신 것들 모두 다 이뤄지길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저는 다음 글로 돌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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