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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kim Dec 04. 2020

번아웃

 방전, 어떻게 극복하는가?

한달전쯤 우연히 허리가 완전히 나가버렸다. 어느정도냐면, 통증이 심하고 허리가 펴지질 않아서 며칠 걷기가 어려워서 누워만 있어야 했다. 거동이 불가한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병가를 냈다. 자괴감과 죄책감이 엄청났다. 나는 왜 내 몸을 건사하지 못해서~ 여러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가? 특히 우리 반 아이들에게 너무너무 미안했다. 오래 출근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담임 없는 하늘 아래 우리 아이들이 며칠이라도 잘 지낼지가 걱정되었고 걱정의 화살은 나 스스로를 향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무시무시한 번아웃 증후군이 찾아왔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남들이랑 똑같은 월급받는 주제에 몸도 못챙기면서 일을 열심히 했는가?'

'열심히 한다고 더 돌아오는 것도 딱히 없는데 왜 무리해서 몸 상하고 마음 상하고 스트레스 받아가며 사는가?'


등등의 아주 근원적인 물음이 누워있는 내내 머릿 속을 꽉 채웠다. 


신체적인 아픔은 정신적인 죄책감과 자괴감으로 이어져서 스스로에 대한 원망으로까지 연결된다.


교사로서 나는 종종 번아웃 증후군을 겪는 것 같다. 이게 번아웃 증후군이 정확히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위와 같은 감정을 느낄 때가 몇 번 있었다. 온 에너지를 다 쏟아버려서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고, 어떤 보람과 성취감도 느낄 수가 없는 그런 기분이다. 


 일전에 교사의 동기는 어디에서 오는지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정말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나는 개인적으로 아이들에게서 얻는 보람으로 동기가 부여돼 일을 열심히 하는 교사는 아니다. 아이들의 예쁜 모습에서 보람을 얻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나, 인간의 발전상, 긍정적인 변화과정 등을 교육의 결과라고 봤을 때 그런 결과물을 접하는건 아주 오래걸리는 일이기 때문에 일이 끝나고 결과를 얻어 그것을 통해 성취감을 얻는 일반 직업과 비교했을때 그런 것을 통해 성취감을 얻고 동기가 부여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교육은 아주 장기적이고 섬세한 작업이기 때문에 반드시 인내심이 필요하다. 물론 성취감이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것만으로 이 일을 이 한 몸 다 바쳐 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교사마다 당연히 느끼는 보람과 동기부여를 얻는 곳이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사명감과 책임감이 교사로서 열심히 살고자 하는 가장 큰 동기가 된다.


 아이들을 위해 열심히 살겠노라고, 내가 가진것이 100이라면 100이상의 것을 만들어서 주겠노라고 다짐하게 되는데에는 보람보다도 내가 가진 교사로서의 사명감이 훨씬 큰 동기가 된다. 내가 한 사람의 인생과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자리에 있는 사람으로서 절대 허투로 하루하루를 살면 안된다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 내가 가진 사명감의 무게이다. 그것은 압박감임과 동시에 나를 움직이게 하는 원료이다. 


그러다보니 역설적이게도 오히려 번아웃이 쉽게 찾아오곤 온다. 내가 교사로서 1인분을 넘어 의무의 선을 넘어 그 이상을 주려다 보니, 인간이기 때문에 가끔 고뇌가 찾아온다. 그리곤 번아웃이 찾아오기도 한다. 


'내가 이렇게 해준다 한들, 아이들이 감사함을 느낄까? 누가 알아줄까? 아이들이 감사함을 느끼던 안느끼던 내가 해줌으로서 아이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조금이라도 행복이 된다면 다른 걸 고민하지 않고, 내가 믿는 대로 하는 것이 옳은 것이다.'

'내가 맡고 있는 한 나는 부모와 마찬가지로서, 때론 어렵지만 부모 이상의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부모가 해주지 못하는 것이라도 아이를 위해서라면 아이가 필요로 한다면, 아이에게 도움이 된다면 내가 해주어야 한다.' 


이 마음이 흔들림 없이 쭉 가면 좋겠지만 이번 처럼 무리를 해 아파 쓰러지는 경우, 당연하게도 고뇌가 다시 찾아온다. 


고뇌에 차서 며칠을 보냈다. 우울감도 함께였고, 회의감도 함께였다. 그리고 몇주가 지난후에야 괜찮아졌다. 


그럼 번아웃에서 어떻게 벗어났는가? 회의감과 좌절감은 어떻게 떨쳐냈는가?


별다른 좋은 방법은 없었던 것 같다. 그냥 하루하루 버팀으로서 차차 정말 조금씩 나아져서 결국 원래의 마음으로 돌아오게 된 것 이다. 재밌는 것은 하루하루 버티고 살수 있었던 것도 역시 아이들 덕분이고, 사명감 덕분이었다. 다 내려놓고 대충 살고 싶다가도 아이들을 보면 정신이 번쩍 든다. 아이들이 소리내 말한 것은 아니지만, 그냥 아이들이 하루하루 사는 모습을 보면 '아 내가 힘 내야지 이러면 안되지'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렇게 지침 속에서도 아이들과 살며 아이들을 보면 다시 힘을 얻게 된다. 아이들은 선생님이 지쳤다는 것도 잘 모르지만 그러면서도 평소와 다르지 않게 따뜻함을 준다. 참 고맙다. 특별히 아이들이 내게 감사함을 표했다거나 따뜻한 말을 해주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그저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아이들이 내 직업의 목적이라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교사로서의 존재 이유를 다시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때때로 사람들은 열심히 사는 만큼 번아웃을 겪는다. 그리고 다시 괜찮아진다. 무조건 열심히 해야지! 라는 생각때문에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하루하루 버티다보면 자연스럽게 괜찮아지는 그런 것이 있는 것 같다. 그저 버티다 보면, 잠시 눈에 안들어오던 내 일의 목적이 다시 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다시 사명감과 에너지가 충전된다. 아이들 때문에 지쳤다가도, 아이들 덕분에 회복된다. 그게 교사로서의 나의 삶의 사이클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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