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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와 도덕성

나라는 사람은 교사로서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가?

by j kim

교사가 된 이후로 다른 사람들에게 듣는 말 중 가장 거북하면서도 조심히 귀담아 들을 수 밖에 없는 말 중에 하나가,


"선생님이 그래도 돼요? 선생이라는 양반이 그래도 돼? 교사가 그런거 해도 돼?


와 같은 류의 말들이다.


교사가 그래도 되는가?라는 말은 '선생이라는 작자가 말이야 이렇게 해도 되느냐고?' 라는 교사에게 상당히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요구하는 말이다.


대한민국에서 교사라는 직업은 역사적으로 아주 긴 시간동안 지식인의 대표적인 군상이었고, 어떤 철학적 사유로 인해 사회적으로 높은 권위를 인정받고 누려왔다. (지금은 3D업종에 가깝고 사회적 시선도 부정적이지만) 이때 교직을 바라보는 관점은 다분히 성직자적 관점이라고 볼 수 있는데, 사실 근래에는 교직을 바라보는 관점이 성직자적 관점에서 전문가적 관점으로 많이 변화했지만 그럼에도 교사를 '성직자'의 하나로 바라보는 시선들은 많이 남아있다.


교사에게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은 이런 시선들과 미성년자인 사람을 가르치는 사람은 응당 윤리적으로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을 기반으로 한다. 내가 서두에 이 말이 듣기 거북하다고 했던 건 사회적으로 이런 윤리적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자세가 거북한 것이 아니라 이런 말을 나를 공격하기 위해 사용했던 많은 사람들 때문일 것이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면, 편하게 술 한잔 하는 자리에서도 우스갯소리로나마 선생님이 술마셔도 되느냐는 농을 던지는 사람들이 왕왕 있었는데 그 사람은 내가 교사가 그래도 되느냐는 이야기를 살면서 수천번 정도 들었다는 건 몰랐으리라. 또 한번은 운동 경기에서 불합리한 판정으로 우리 팀이 불이익을 받았을 때 화가 나 심하게 항의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에도 나오는 이야기는 '선생님이 이래도 돼요?'였다. 누가 봐도 심판이 실수를 했는데 불구, 할말이 없자 마지막 저항으로 나에게 교사가 이런 식으로 화내면서 따져도 되느냐는 식의 이야기였다.


일일이 이야기하자면 끝도 없지만, '교사가 이런 옷 입어도 돼요?' '교사가 이런 머리 해도 돼요?' '교사가 이런거 해도 돼요?' 는 이야기를 살면서 수천 번 들어온 나는 대체 교사의 도덕성과 자세란 어떤 것일까?에 대해 심히 고민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교사로서 갖춰야 하는 도덕성과 윤리적 모범의 관점에서 나 스스로를 돌아보니 교사가 된 나는 달라진 점이 조금 혹은 꽤나 있는 것 같다. 일단 기본적으로 내가 학생들에게 윤리적으로 하지 말라는 나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그런 삶의 자세가 오래 되자 그런 것들이 몸에 자연스럽게 체득이 됐다. 그런 교사로서의 삶의 자세는 아무도 나를 지적하지 않더라도, 아무도 나를 보지 않는 곳에서도 계속 이어지게 된다. 나는 그런 삶의 자세가 결국 내가 교사로서 갖춰야 할 '도덕성'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누가 있건 없건 사회적 상규는 대부분 칼 같이 지키고 살려고 한다. 다른 사람이나 사회에 해가 되는 행위는 일체 하지 않으려 하며,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먼저 도우려한다거나 많은 상황에서 내 생각과 감정과는 달라도 더 이성적인 사회적으로 더 합리적인 선택을 하려고 한다. 상대방의 잘못이 명백한 상황에서 조차도 최대한 너그러이 이해하려고 한다. 이런 식의 삶의 태도를 고민하며 꽤 긴 시간을 살아오다 보니 이게 최근에는 거의 강박에 가까운 정도로 나타나는 경우들이 있는데, 이게 남들이 보면 '고지식한' 사람이겠구나 싶다.


감정을 절제해야 하는 삶, 편한 길보다는 어려운 길을 걸어야 하는 삶, 남들과 똑같이 잘못을 하더라도 더 큰 비난을 받아야 하는 삶, 조금의 잘못도 비교적 더 큰 지탄을 받아야 하는 삶. 이런 삶의 모양새가 교사가 겪어야 하는 사회적 모범이자 교사로서의 도덕성의 '굴레'인 것 같다. 실제로 많이 겪고 있고, 불편함을 느끼기도 한다. 일부 교사들은 정신적으로 아주 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일단 나같은 경우엔 어디 가서 교사라는 말을 쉽게 꺼내지 않게 된다. 이 사람이 나를 다른 시선으로 보는 것이 불편해서.


종종 사회적으로 알려진 사람에게 '공인'이라는 이름을 붙여 '공인'으로서의 자세나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요구하는데, 교사가 겪는 것이 거의 그것과 비슷하다. 교사로서, 사람으로서 좀 더 모범적인 자세를 갖춰나가며 살아야만 한다는 것은 주변 친구들과 비교해 보면 꽤나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삶의 자세가 요구받는 것에 익숙해지기도 했고, 오히려 그 덕분에 내가 사람으로서나 교사로서나 성장하고 발전한 점도 크기에 그저 교사로서의 숙명으로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살게 됐다.


하루하루 그저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교사이길, 다른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선생답다, 선생같네'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조금씩 노력하며 살고자 한다. 그게 내가 교사로서 '의무적'으로 갖춰야 하는 삶의 자세가 아닐까 싶다. 어렵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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