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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내 교사 공동체의 그 연대의 힘

학교 내 교사들끼리의 연대는 교사 개인을 바꿀 수 있는가?

by j kim


각자의 교실이라는 업무 공간을 따로 가지고 있는 초등학교 교사들은 대단히 독립적인 존재로서 일을 하게 된다. 회의가 없는 날이라면 때로 다른 교사들과 전혀 교류나 소통하지 않고도 하루를 지내게 되기도 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공동체 속에서 대단히 상호 의존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교사라는 직업은 대개 외로우면서 흔들릴 수 있는 존재다. 교실내에서 벌어지는 교육활동에 대해 온전히 본인이 혼자서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 시대가 흐르며 교사의 책임은 점차 날이 갈수록 커진다. 독립적인 존재이며, 온전히 혼자 책임을 져야 하는 막중한 자리이기 때문에 교사는 항상 고민하게 된다. 때로는 흔들리기도 한다. 또한 같은 학년이 팀이 되어 함께 1년을 사는 '동학년'이라는 조직과 나아가서는 학교 전체의 교사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학교일을 해나간다. 그 안에서 갈등이 생기기도 하고 서로 긍정적인 지지와 의지가 되는 신뢰를 기반으로 한 공동체가 되어 힘이 되는 시너지가 발생하기도 한다. 극단적으로 말해 의무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학생-학부모라는 구성원은 차치하고, 교사가 동료들만 잘 만나더라도 서로 많은 부분에서 의지하고 도움을 주고 받으며 살아갈 수 있다. 동료에 따라 교사로서의 삶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교사는 학생을 선택할 수는 없다. 동료는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조금이나마 있으며 또 내가 어떤 동료가 되어줄지는 전적으로 본인에게 달려 있는 것이기에 교사 공동체의 문화는 스스로 만들어나갈 수 있다.


어떤 동료를 만나느냐에 따라 우리는 교사로서의 삶과 개인적인 인생 자체가 달라지게 된다. 그만큼 중요한게 교사 공동체다. 따라서 어떤 경우에라도 교사 공동체는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신뢰의 조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근래에 다른 젊은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각자 학교에서 너무나 힘든 상황에 빠져 있거나 고민을 나누지 못해 힘겨워하는 선생님들이 너무 많다. 교실 상황에서 생기는 어려움들, 교사로 살아가며 생기는 철학적인 고민 등 다양한 고민과 어려움을 나눌 사람이 같은 학교의 공동체 내에 전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더 외롭고 힘들어한다. 교사로서의 자기 효능감마저 떨어져 가기도 하며 교직에 대한 회의감이 쌓여가기도 한다.


나 역시 초임지에서 같은 경험을 했었다. 저경력 교사였음에도 어느 누구하나 도와주지 않는 조직 문화, 서로를 도와주지 않으며 비난과 뒷담화가 오가는 일상, 신뢰할 수 없는 동료들, 경직된 의사결정 문화, 배려하지 않는 업무 분장, 나만 아니면 돼라는 식의 어려움 회피 문화, 교사로서의 노력이 결여된 태만한 태도와 그것을 부끄럽게 생각지 않는 구성원들의 조직, 교육적 철학적 고민이 없는 소통과 회의, 교육이나 학생이 중심이 아니라 단순히 일을 쉽고 빠르게 치르기 위한 식의 의사결정 등 여러가지로 어려운 조직이었다. 이런 공동체에서 나 역시 교사로서 바로 서는게 쉽지 않았었다.

(내가 겪은 가장 끔찍했던 경험은 어떤 선생님이 학급 아이끼리의 문제로 인해 학부모에게 직접적인 공격을 받아 정말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을때 조차 다른 교사들이 힘이 되어주지 못하는 장면이었다. 나는 그 장면들을 모두 보며 해당 문제는 교사의 문제가 절대 아니며 그 어느 누가 그 학급의 교사라 하더라도 당했을 일이라고 생각했다. 교사에게 그건 피할 수 없는 재난과 같은 일이었다. 그 학부모를 만난다면 그 누구라도 당할 수 밖엔 없었던 그런 일인데, 그때조차도 연대나 의지같은 것은 없었다. 심지어는 그 선생님이 뭔가를 잘못했겠지 라는 식의 뒷담화들이었다. 나 개인적으로는 동학년은 아니었지만 정서적으로 많이 도와드리고 많이 의지가 되어드리려 노력했지만 그런식의 전체적인 조직 문화는 바꾸지 못했다.)


그러한 조직에서 근무할 때 가장 힘들었던 것은 주변에 신뢰할만한 동료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었다. 학급내에서 어려운 일이 생긴다 하더라도 고민을 나눌만한 이가 없고 어려운 상황에 대한 공동의 대응이 없어서 모든 문제를 초임교사가 혼자 고민하고 해결하게 하는 학교였기에 그런 경험은 교직 자체에 대한 회의로까지 이어졌다. 그렇게 몇 년을 끙끙 앓다가 학교 바깥에서 다른 학교 선생님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비슷한 고민을 가진 이들과 교사로서의 철학과 고민을 나누다 보니 내가 교사로서 조금이나마 의지할 수 있는 공동체가 만들어졌다. 작은 공동체였지만 그 곳에서 나도 개인적으로 다른 교사들을 이해하고 돕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면서 내가 교사로서 조금 더 단단해지게 됐다.


하지만, 그럼에도 결핍은 계속 됐다. 같은 학교에서 교육에 대한 고민과 교사로서의 고민을 나눌 동료가 없다는 건 사실 매 순간 아이들을 위해 고민하고 철학적으로 태도를 정립해야 하는 교사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러한 어려움은 학교를 옮겨 좋은 동료들을 만나면서 금세 해소가 되었다. 그동안 여러가지로 나를 짓누르던 어려움과 고민이 모두 해결되는건 아니지만, 내가 겪는 어려움과 고민을 같은 학교에서 같은 경험을 하고 있는 이들과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많은 것들이 해소가 되었다. 그러면서 교사로서 스스로 좀 더 바로 설 수 있게 되었다. 아이들을 위해 더 노력할 수 있는 교사가 되어감을 느꼈다.


나의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건, 교사는 어떤 학생들과 함께 하느냐가 중요하지만 그건 우리가 교사로서 만나야하는 당연한 일이기에 그걸 피할 수는 없다. 그리고 학생들과 어떻게 살면서 그들을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지가 교사의 의무이기에 거기서 생기는 고민과 어려움들을 어떻게 다른 교사들과 나누느냐에 따라 우리는 더 나은 교사가 될 수도 있고 더 나은 '사람'으로 같이 성장할 수도 있게 된다. 그러니까 어떤 동료와 함께 일하느냐는 교사에게 있어 거의 교직이 달린 문제이며, 나아가서는 개인의 인생이 걸린 문제라고 할 수도 있다.


좋은 동료교사나 좋은 교사 공동체에서 함께 일해본 경험이 한번이라도 있는 교사는 이 경험의 위대함에 대해 잘 안다. 서로가 만들어내는 공동체의 시너지와 그 연대의 힘이 얼마나 강하고 중요한지를 잘 안다. 그러나 그 경험을 해보지 못한 교사들은 (내가 만난 수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선생님들) 교사 공동체의 중요성이나 연대의 힘을 몰라 교직에 있으며 겪는 고민과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그러니 혼자서 정말 끙끙 앓다가 탈이 나기도 한다.


교사로서의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은 결국 같은 교사밖에는 없다. 그렇기에 서로가 서로에게 고민을 나눌 수 있고 먼저 손을 내밀어 주는 그런 동료가 되어야 한다. 생각보다 더 많은 교사들이 동료의 도움을 바라고 필요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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