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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날이 많이 덥다

교사부터 좀 더 넉넉해지려면 더 많이 준비해야한다

by j kim

오늘은 출근하자마자 학교에서 느껴지는 습기에 깜짝 놀랐다. '아 이제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구나' 무덥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날씨다. 교실 바닥은 끈적끈적하고 꿉꿉한 이 느낌. 곧 벌레도 많아지겠구나. 그런데 눈에 보이는 날씨는 또 너무 좋다. 하늘은 파랗고 학교와 학교 밖은 초록색으로 온통 물들었다. 더워서 짜증이 날려고 하다가도 바깥 풍경을 보니 마음이 많이 풀어진다. 아이들은 이 날씨에도 땀을 뻘뻘 흘리며 운동장에서 뛰어논다. 안 더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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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 아이들은 학교에서 할 일이 꽤 많다. 아침부터 하교까지 9시부터 4시까지는 스케쥴이 아주 꽉꽉 차있다. 스케쥴 뿐이랴. 수업 하나하나의 밀도도 매우 높아서 더 큰 집중력을 요한다. 그러니, 이제 아이들도 슬슬 지칠 시기가 된 것 같다. 나부터 그걸 잘 알아채고 아이들 마음을 잘 알아줘야 한다. 체력적으로도 지치고 힘들때가 됐다. 그동안 거의 세달동안 쉴새없이 달려왔으니까. 나는 우리 아이들이 그동안 노력하고 애쓴 것을 잘 안다. 나야말로 그걸 누구보다 잘 알아줘야 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당분간 조금은 느슨하게 갈 필요가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이미 충분히 잘 살고 있는 아이들을 너무 닦달하면서 끌고 가는 것은 교사의 욕심일 수 있으며 오히려 서로에게 더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 의지를 꺾어버린다거나 신뢰가 깎인다거나 하는 등의.


아침부터 아이들이랑 지난주에 있었던 공부에 대해 이야기하며 우리 모두 잘 살았고 많이 애썼다고 수고했다고 이야기 나누었다. 그러면서 느슨해질 수 있는 시기이니 이제는 우리가 함께 해야하는 공부에 대해 집중하고 조금 더 신경쓰면서 살자고 이야기했다. 아이들이 너무 풀어질까 싶어 직접적으로 이야기는 안했지만 조금은 풀어져도 된다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너무 무리하면 탈난다고. 조금 더 선택과 집중을 해서 신경써야 하는 공부에 힘을 쏟고 나머지는 조금 편하게 가도 될 것 같다. 그러나 직접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또 너무 풀어지고 방심할까봐. 아이들에게는 계속해서 동기부여해주고 잘 다잡아주고 하는 이야기들을 하겠지만, 함께 사는 교사인 나는 조금 여유있게 아이들을 바라봐줘도 될 것 같다. 그래야 할 것 같다.


무더운 날씨와 계절인데 각자 열심히 사는 아이들을 북돋워주되 강하게 끌고 가진 말아야겠다. 그러려면 교사인 나부터 더 넉넉해져야 하고 매일 매일의 준비를 더 철저하게 해야한다. 내가 느슨하게 준비하면 아이들이 메워야할 부분이 커지니까 아이들이 더 힘이 든다. 그러니 내가 좀 더 앞서서 준비해야겠다. 그게 교사가 진짜로 넉넉해지는 방법이 아닐까.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더 줄 수 있을까 고민하고 더 준비하면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고 넉넉해진다. 그리고 아이들의 잘한 면과 좋은 면을 더 많이 봐줘야지. 6학년과의 하루하루는 사랑만 하기에도 아까운 시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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