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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원 Feb 18. 2021

코로나19 예방, 표면 소독 전에 환기 먼저 하세요

손 씻고 환기하는 것이 무엇보다 먼저입니다!

지난 1월 29일, 과학잡지 <Nature>에 중요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지금까지의 누적된 증거를 보면 코로나19가 표면 접촉을 통해 전염되는 비율은 매우 낮으니, 표면 소독에 집착하는 대신 손 씻기와 환기에 좀 더 신경을 쓰라는 내용입니다. 요즘은 어느 곳을 가더라도 사람이 다녀간 곳에는 알코올 스프레이를 뿌리고 깨끗이 닦고 있는데, 일견 무모해 보이기까지 하는 이런 조언은 어떤 맥락에서 나온 걸까요? 기사에서 소개하는 증거를 조금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럿거스 대학교 의과대학(Rutgers New Jersey Medical School) 이매뉴얼 골드만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그가 2020년 7월 Lancet 자매지에 기고한 논평에 따르자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오염된 표면을 통해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다는 증거는 상당히 부족하다고 합니다. "문 손잡이에 노출된 코로나19 바이러스, N일 동안 생존" , "코로나19 바이러스의 RNA, 마스크 표면에서 N일 후에도 검출" 같은 자극적인 기사를 많이 보셨을 텐데요, 실제로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논문의 경우 대부분 실제 일상에서 노출되는 양에 비해 최대 10만 배나 더 많은 바이러스를 표면에 뿌리고 측정한 결과입니다. 반면 우리의 일상생활 공간과 유사한 조건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생존성을 측정한 연구는 거의 없다고 하고요. 병원 같은 특수한 장소에서는 수시로 표면을 소독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감염자와 직접 접촉하지 않은 일상적인 공간을 강박적으로 소독하는 일은 거기에 들어가는 노력에 비해 얻을 수 있는 감염 예방 효과가 거의 없다는 거지요.


그러면 표면에 떨어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는지 확인하는 직접적인 실험은 없을까요? 물론 코로나19는 너무 위험한 질병이라 직접적인 실험은 윤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만, 과거에 코로나바이러스와 비슷한 호흡기 바이러스에 대해 진행했던 실험은 있습니다. 1987년 위스콘신 매디슨 대학의 연구진들은 감기를 일으키는 리노바이러스가 카드놀이를 통해 전염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특이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건강한 피험자들이 감기에 걸린 사람들과 함께 섞여서 카드놀이를 합니다. 1번 그룹에서는 건강한 피험자들의 팔을 가볍게 구속하여 손으로 얼굴을 만지지 못하게 했습니다. 카드 표면에 묻은 바이러스를 코나 입으로 옮겨오지 못하게 하는 거지요. 그리고 2번 그룹에서는 이런 구속을 가하지 않아서 카드놀이 와중에 피험자들이 무의식적으로 얼굴을 자주 만지게 내버려 뒀습니다. 만약 리노바이러스가 정말 표면을 통해 전파될 수 있다면, 카드 표면의 바이러스에도 노출된 2번 그룹 사람들이 훨씬 감염이 많이 되었겠지요. 하지만 두 그룹 모두 피험자의 절반 정도만 감염되었고, 그룹의 감염률 사이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습니다.


이런 실험만으로는 뭔가 부족한 것 같지요? 그래서 이 연구진들은 추가 실험까지 진행했는데요, 여기서는 감기에 걸린 사람들이 장시간 갖고 놀았던 카드와 칩을 건강한 피험자들에게 넘겨서 다시 포커를 치게 했는데, 게임 도중에 눈과 코를 문지르도록 내버려 두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카드 표면에 남은 바이러스가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다면 피험자들도 다들 감기에 걸렸겠지요. 이번 실험에서 건강한 피험자들은 단 한 명도 리노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습니다. 오염된 표면을 통해서는 거의 전파되지 않는 겁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주요 전파 경로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세계보건기구(WHO), 한국 질병관리청 등에서 수없이 발표했던 대로, 비말이나 에어로졸을 통한 감염입니다. 터프츠 대학에서 발표한 다른 연구 결과에 따르면 표면을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은 에어로졸을 통해 감염될 확률의 0.05%에 불과하고, 인플루엔자나 노로바이러스의 표면 감염 확률보다도 낮을 것이라고 합니다. 춥더라도 주기적으로 환기해야 한다는 근거가 바로 여기서 나옵니다. 공기청정기 사용도 의미가 없지는 않은데, 비록 필터가 바이러스를 직접적으로 죽이는 것은 아니지만 비말이나 에어로졸을 걸러내는 정도는 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강박적으로 표면을 알코올 소독하는 일은 사실 코로나19를 예방하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겠지요? 지난 11월 발표된 한 논문에서는 226개국의 코로나19 감염 예방 전략을 비교 분석하여 마스크 착용, 환기, 사회적 거리두기, 표면 소독 등의 비약물적 조치(non-pharmaceutical intervention)가 재생산지수(R) 값을 낮추는 기여도를 분석했는데, 가장 효과가 떨어지는 전략이 바로 표면 소독이었다고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요즘 같은 추운 겨울철에는 환기하기가 어렵습니다. 식당에서 계속 창문을 열고 있으면 매장이 너무 추워져서 영업에 지장이 있겠지요. 이 와중에 표면 소독은 손님들에게 직접적으로 "우리는 방역에 힘쓰고 있어요"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매장에서는 표면을 깨끗이 닦는 데 집중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좀 불편하더라도 환기와 공기청정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 이 기사에서 소개된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더불어, 전 세계에서 발표된 코로나19 감염 경로 역학조사 중 직접적으로 표면을 통해 감염된 사례는 단 한 건에 불과합니다. 좀 역겨운 내용인데요, 중국 광저우 어느 건물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코를 푼 다음 바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습니다. 다른 사람이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바로 그 버튼을 손으로 누른 다음, 그 순간 주머니에서 이쑤시개를 꺼내서(!) 입을 청소했다고 하네요. 1차 감염자와 2차 감염자 모두, 이 정도 수준으로 비상식적인 사건이 겹쳐야만 표면을 통한 코로나19 전파가 가능합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현재까지의 데이터로 볼 때 오염된 표면을 통한 전파는 다른 전파 경로에 비해 확률이 상대적으로 매우 낮긴 하지만, 결코 그 전파 확률이 0은 아니라는 겁니다. 그러니 표면 소독을 했을 때 막을 수 있는 감염도 분명 있기는 할 겁니다. 다만 그 악랄한 특성상 코로나19의 완전 박멸은 당분간 어려워 보이고, 가능한 감염 경로를 모두 틀어막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한정된 노력과 시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투입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표면 소독이 다른 방법에 비해 우선순위가 매우 낮아져도 된다는 것이지요. 


기사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코로나19를 예방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의 우선순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손을 씻으세요.

2. 환기를 자주 하세요.

3. 그러고도 여력이 있다면, 사람들이 아주 자주 만지는 표면 몇 군데를 소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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