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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원 Feb 26. 2021

4K 영상으로 보는 화성 탐사차 '퍼시'의 착륙 장면

2021년 2월 18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발사한 탐사차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 호가 성공적으로 화성 북반구의 제저로(Jezero) 크레이터에 착륙했습니다. 퍼서비어런스는 화성 표면에 착륙하는 데 성공한 여섯 번째 탐사차이고, 2012년에 착륙했던 큐리오시티(Curiosity)와 함께 현재 화성 표면에서 활동 중인 둘 뿐인 탐사차입니다. 나사에서는 애칭으로 '퍼시(Percy)'라고 부른다고 하네요.


퍼서비어런스의 비행 궤적입니다. 'Earth at Launch'에서 출발하여 'Mars at Arrival'에 도착했습니다. 출처: NASA/JPL-Caltech


퍼서비어런스는 2020년 7월에 지구를 출발해서 일곱 달을 날아 화성에 도착했습니다. 출발 시점도 물론 화성에 가장 효율적으로 도착할 수 있도록 선택한 최적의 시기인데요, 지구와 화성은 태양을 중심으로 하는 다른 궤도를 돌기 때문에 시기를 잘못 잡으면 화성까지 가는 데 최대 26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고 하네요. 그리고 화성까지 날아가는 동안 발사 궤적이 조금이라도 엇나가면 화성에 도착할 수 없기 때문에, 비행 도중에도 최대 7번에 거쳐 비행 각도를 수정하는 궤적 수정 조작(TCM, Trajectory Correction Maneuver)을 거쳤습니다. NASA의 기술력은 과연 놀라워서, 일곱 달의 비행을 거치고 나서도 처음 목표했던 제저로 크레이터에 정확하게 착륙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탐사차를 화성에 보낸다는 건 그 자체로 신나는 일이기도 한데요, 이번 퍼서비어런스 호의 착륙에서 무엇보다 재미있던 지점은 화성 대기권에서 표면으로 낙하해서 착륙하는 전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해서 공개했다는 점입니다. 퍼서비어런스 호의 본체, 착륙을 돕는 스카이 크레인, 본체를 보호하는 셸에는 모두 카메라가 달려 있어서 착륙 과정을 실시간으로 녹화할 수 있었습니다. 


2020년 12월에 발표된 영상으로, 퍼서비어런스의 예상 착륙 과정을 보여주는 애니메이션입니다.


위의 영상은 2020년 12월에 NASA에서 업로드한 영상입니다. 퍼서비어런스 호의 착륙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주는데요, 우선 대기권으로 낙하하며 화성 지표면의 위험한 지점을 모두 피해 안전한 착륙 지점을 물색합니다. 일정 이상 가까워지면 낙하산을(영상 1분 6초) 펴서 낙하 속도를 줄이며 최종 착륙 지점을 결정합니다. 그런데 낙하산으로는 속도를 일정 이상 줄이기는 어려운 만큼 착륙 과정에서 탐사차가 손상될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는 역분사 로켓을 이용해 공중에 스카이 크레인을 잠시 띄워두고(영상 2분 2초) 이 크레인에서 안전하게 퍼서비어런스를 착륙시키게 됩니다. 이제 2월 18일의 실제 착륙 영상을 볼까요? 


2021년 2월의 실제 착륙 영상입니다.


영상 12초 시점에서 낙하산을 펴고 속도를 줄이기 시작합니다. 1분 47초 시점을 보시면 퍼서비어런스에 내장된 착륙용 영상 분석 시스템(land vision system, LVS)이 최종 착륙지를 결정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2분 39초 시점에는 스카이 크레인의 역분사 로켓 때문에 지표면에 엄청난 바람이 부는 모습이 보이고요, 3분 6초 시점에 드디어 안전한 착륙이 확인되네요! NASA 팀원들이 모두 벌떡 일어나서 환호하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입니다. 2월 26일 현재 퍼서비어런스의 모든 관측 장비는 정상 작동 중이고, 아래처럼 화성 표면의 사진을 찍어서 보내오고 있습니다. 마이크도 탑재되어 있어서 사상 최초로 화성 표면의 바람소리까지 녹음해서 보내왔고요.


퍼서비어런스가 촬영한 화성 표면의 360도 파노라마 이미지입니다. 출처: NASA/JPL-Caltech


그런데 NASA에서는 화성 표면의 뭘 관찰하고 싶어서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들여 가며 퍼서비어런스를 착륙시킨 걸까요? 바로 화성 표면에 생명의 흔적이 남아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퍼서비어런스의 착륙지로 결정된 제저로 크레이터는 수십억 년 전, 화성에 아직 물이 남아 있던 시절에는 호수였습니다. 퍼서비어런스는 현재 제저로 크레이터 주변의 고대 삼각주 지점까지 2km 정도 떨어져 있는데요, 삼각주 지점의 토양에 과연 미생물의 흔적이 남아있지는 않은지 확인하는 것이 이번 탐사 임무의 중요 목표 중 하나입니다.


(좌) 제저로 크레이터의 화학적 특징을 나타내는 의사색상(pseudocolor) 이미지. (우) 수십억 년 전 제저로 크레이터의 상상도. 출처: NASA/JPL-Caltec


퍼서비어런스 호를 정확하게 화성까지 보내서 안전하게 착륙시키고 미리 탑재한 실험 장비를 이용해 생명의 흔적을 찾는 일은 물론 그 자체로 대단한 과학적 개가입니다. 하지만 이번 착륙이 의미 있었던 또 하나의 이유로, 착륙 과정을 누구나 보고 감탄할 수 있는 영상으로 제작해 배포했다는 점을 꼽고 싶습니다. 우주 개발은 엄청난 비용이 들지만 당장 돈은 되지 않는 사업입니다. 이런 사업을 진행하면서는 그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또 대중들이 그 성과를 보고 감탄할 수 있도록 하는 배려도 당연히 동반되어야 하겠지요. 칼 세이건은 생전에 우주탐사선들이 지구의 사진을 찍도록 여러 차례 권고했습니다. 보이저 1호에서 촬영한 '백한 푸른 ' 사진이 이렇게 얻어진 이미지였지요. 60억 킬로미터 밖에서 촬영한 지구의 사진은 그 자체로는 별다른 과학적 가치는 없지만, 기초과학 연구가 대중의 지지를 받고 안정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소통일 겁니다. 그리고 이런 사진을 보고 우주인이나 과학자의 꿈을 키우는 사람도 생겨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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