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반환이 돌려주지 못하는 것들> 후속기획 1부
<등록금 반환이 돌려주지 못하는 것들>은 청년활동가단체 전국학생행진에서 발간하는 대학사회 관련 컨텐츠로, 최근 대학사회에서 코로나 시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사회에 대해 등록금 반환이 담지 못하는 시선에 대해 고민해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컨텐츠 프로젝트입니다. 다른 글은 stulink.me/uni 에서 만나보세요!
편집자 주 -
2019년에 휴학을 한 사이 영어학원에서 중학생들을 가르친 적이 있다. 누군가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건 생각보다 더 어려운 일이었다. 배우는 입장에서는 수업을 열심히 듣고 고민하기만 하면 된다. 가끔은 토론을 해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가르치는 일은 본질적으로 너무 달라서, 개별 학생의 성격과 학습에 있어 강점/약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관계 맺기이다. 학생들이 문제를 틀리면 어떤 부분을 몰라서 틀린 건지, 모르는 부분을 어떻게 설명할지 등은 모두 선생의 몫이다.
이런 경험 때문인지, 코로나 19와 함께 온라인 수업이 시작하자 가장 먼저 든 생각 중 하나는 '교수님들은 얼마나 힘드실까'였다. 대학에서 학부 수준의 수업은 내용이 쉽게 바뀌지 않아 수업 준비가 수월하다고 들었는데, 수업 방식부터 새로이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당황스러울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코로나 19와 대학에 대해 다방면으로 글을 낼 준비를 하다가 문득 교수님들의 입장이 궁금해졌고, 대학사회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시는 교수님을 알게 되어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었다. 인터뷰의 내용은 지난 3부 글에 일부 인용되었지만, 다른 내용도 꼭 알리고 싶어 따로 글로 내게 되었다. 생생한 글을 위해 편집을 최소화하였다.
Q. 인터뷰를 요청드리며 현재 저희가 기획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해서 제안서에 담아드렸는데요. 제안서 읽어보고 들었던 초벌적 느낌은 무엇이었나요?
프로젝트의 주된 메세지는 등록금 반환에 있는 것 같은데, 저는 일단 등록금 반환이 학생 사회를 복원시켜주고 대학교육을 정상화할 것이냐는 물음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제 코로나19가 일시적으로 끝나는 사태였으면, 등록금 반환 문제라든지 나름 대처를 할 수 있을 텐데 장기화되면서 코로나 상황에 맞춰서 여러 가지 대학교육의 변화를 모색하는 논의들이 시작된 상황임을 고려할 때 상당히 적절한 문제제기였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좀 더 진지하게 이제는 우리가 해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인터뷰에 응하겠다고 한 것이기도 하고요.
Q. 칭찬에 감사드립니다. 가장 먼저 수업에 대해서 궁금한 점이 많았는데요. 현재 교수님께서는 수업을 어떤 방식으로 하고 계신가요?
비대면 실시간 화상 강의를 기본으로 하고, 강의 콘텐츠 피피티 음성을 입히거나 혹은 텍스트 자료 등을 읽고 와서 수업시간에 토론을 같이 하는 식으로 진행을 하고 있습니다. 하여간 문제의식은 오프라인과 유사한 분위기나 방식을 좀 실시해 보려고 시도해 왔습니다.
Q. 저도 수업을 듣는 학생의 입장에 있어서 그런지, 실시간으로 하더라도 오프라인 수업이랑 분위기가 조금 다른 느낌이 느껴지더라고요. 교수님이 바로 앞에 계신 것도 아니고. 교수님도 실시간이더라도 온라인으로 하는 거에 대해서 큰 변화가 체감이 되시나요?
예. 무엇보다 굉장히 답답해요. 왜냐하면 수업을 할 때 오늘 수업해야 할 내용들이 준비는 돼 있지만 학생들의 분위기라든지 눈빛 표정들을 보면서 조금씩 조정해 나가거든요. 그리고 또 학생들의 반응들을 보면서 학생들 상호 간에 토론도 붙이면서 수업을 이어갈 수가 있기도 하고, 그런 가운데 이해도를 높일 수도 있고 좀 더 깊이 있게 우리가 공부를 할 수 있는데 굉장히 어려움을 겪고 있죠. 그리고 무엇보다 학생들을 살필 수가 없다는 문제도 있죠. 한편으로는 그러다 보니까 교수도 그냥 준비된 내용만 강의를 하게 되니까 대학이 학술적인 만남의 장, 교류의 장인데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다는 한계를 절감하고 있습니다.
Q. 교류의 장이라는 부분에 대해서 조금 더 들어가서 보자면, 교수님이랑 관계 맺는 것이 어떻게 보면 대학 밖에서는 어려운데, 코로나 시기에 온라인으로 교수님을 만나서 유대관계가 약해지는 게 학문 자체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적어져서 후대의 학자 양성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교수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도 초반에는 줌을 통한 실시간 화상 강의가 새로운 거라서 좀 재미도 있고 또 한편으로 어떻게 보면 대학교에서 새로운 모형을 만들어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점차적으로 회의적이 됐어요. 왜냐하면 무엇보다 대학생들이 실시간 화상강의를 중고등학교 때 입시를 준비하면서 들었었던 인터넷 강의로 이해하는 그런 교육 환경이 만들지기 때문이에요. 대학에 오면 방금 말씀해 주신 것처럼 교수와 직접 대화도 하고, 수업시간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수업 전후로 질문도 주고받을 수 있고, 여차하면 강의가 끝나고 쫓아나와서 또 교수와 같이 학생이 이야기도 하고 이런 상호작용이 있는데. 이런 상호작용이 지금 안 된다는 거죠. 온라인으로는 주로 메일이나 e-캠퍼스를 통해 문의나 응답을 활성화자고 강조하는데 그게 사실 잘 안 이루어져요. 거기에다가 실시간 화상 강의만 해도 학생들이 카메라 켜놓고 다른 일을 본다거나 이런 생활적인 변화가 일어납니다.
저는 이게 좋다 나쁘다 평가의 문제가 아니라 변화된 환경에 각자가 적응하는 그런 시기라고 생각하긴 해요. 하지만 그래도 교수 학생 간의 학술적인 논의를 좀 더 집중적으로, 혹은 좀 더 다층적으로 해나갈 수 있는 관계 형성 자체가 어려워졌다고 볼 수 있죠. 교수도 사실 수업을 통해서 학생들에게 배우거든요. 무엇을 가르칠 때도 이렇게 가르쳐야 되겠구나, 이런 것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지금 청년 학생 세대들이 갖고 있는 감수성, 문제의식을 통해서 교수 본인의 학문을 새롭게 변화시키고 발전시키기도 하는 거란 말입니다. 그런데 이제 이런 관계가 만들어지지 않으니까 교수 입장에서도 진전이 없는 거죠. 교수 학생간의 관계가 대학 재학 중에만 이뤄지는 게 아니기도 해요. 사회에 진출한 이후에도 스승과 제자로서 사제관계로 서로 잘 살고 있는지 연락도 하고 친해지는데 그런 게 어렵습니다. 대학교육이 전반적으로 위기입니다.
Q. 제가 최근에 코로나 19로 인해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는 중고등학교 교사분들이 쓰신 책을 읽었는데, 온라인 수업에서는 학생들을 집중시키기에는 어려운 반면 피드백 주고받는 건 오히려 더 편해졌다고 말하더라고요. 그런데 대학에서는 글을 내면 피드백을 받는 경우가 많이 없었던 거 같아요. 교수님도 이런 것처럼 더 좋아진 부분이 있으신가요?
기술적 측면에서는 분명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줍니다. 그러나 온라인 수업도 저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고 그래서 내가 어떤 질문을 던질 수 있겠구나, 라는 관계 형성에 기초 했을 때 활성화될 수 있는 거예요. 믿음이 가야 되는 거죠. 저 분이 내 선생님이야, 저 친구가 내 학생이야, 라고 하는 관계에 대한 자각이 있을 때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는 거란 말이에요.
그런데 처음부터 온라인으로 진행되면 서로 관계가 만들어진 게 아니죠. 그냥 사진을 통해서 보거나 화면을 통해서 보거나 또 심지어 화면도 많이 꺼놓고 있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신뢰라든지 서로 커뮤니케이션해야 되는 관계가 형성되지 않고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학생들도 인터넷 강의 정도로 인식을 한단 말이에요. 그러면 질의응답이라든지 토론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썩 안 되는 거죠. 그래서 초반에는 커뮤니케이션을 잘하자고 영상도 틀자고 하는 등의 노력을 좀 했어요. 그런데 점점 시간이 가니까 온라인 강의를 켜놓고 다른 일도 할 수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부분도 있고. 지금은 커뮤니케이션이 기대한 것만큼 활성화되지 않았고 올해 신학기에서는 거의 전무합니다.
Q. 심각성이 체감되는 부분이네요. 제가 사실 현재 전국학생행진 외에도 교내 교육 관련 자치기구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데, 교양대학 수업이 학생들에게 어떻게 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온라인 수업환경을 활용해 피드백 활성화를 내걸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경희대학교의 후마니타스칼리지는 교양대학에서 이런 다양한 시도들을 거듭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서 이런 비슷한 아이디어가 나온 적 있나 궁금했습니다.
그것도 문제인데 사실 후마니타스칼리지라는 것을 전공 외에 교양 학부로 인식하는 것도 상당히 오해예요. 오프라인에서는 수업이나 OT, 후마니타스칼리지 가이드북 등을 통해서 중요성을 알게 되기도 하고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는데 그런 기회를 못 갖게 되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전공에서는 숙제도 더 많이 내는 부담도 있어서 좀 더 집중하는 측면이 있는데, 교양을 통해 전공에 대한 이해가 풍부해지게 하는 기초 학문적 성격 혹은 융복합적 성격이라는 부분을 이제 자각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지금 온라인 상황에서 오히려 후마니타스칼리지 설립 이전의 교양 교육 범주 정도로 돌아가서 취미라든지, 혹은 소홀히 해도 되는 것처럼 여겨지는 것 같아 심각한 우려가 있습니다. 경희대학교를 비롯한 대학이 전반적으로 교양 교육을 강화해 왔던 추세였거든요.
온라인으로 돼버리면서 대학교육의 본래적인 취지 혹은 교양 교육을 강화했던 이유들이 점점 희박해 가는 그런 상황에 와 있습니다. 온라인 수업 때도 그런 이야기들을 많이 합니다. 교양 전공이라고 하는 부분들이 이게 주와 부 관계가 아니라 두 필수 요소인 것입니다, 그래서 사실은 교양이라는 말 자체도 우리가 좀 바꿔서 이해해야 된다고, 융복합적이거나 기초학문적인 토대라고 얘기를 합니다.
그런데 그런 얘기를 해도. 자기가 생활 속에서 경험하거나 교수와의 관계가 없으니까 별로 그 부분에 대해서 느낌이 없는 거예요 이러다 보니까 이제 전반적으로 학문 발전이라든지 학력 문제에 있어도 심각한 문제를 가져오게 되는 거죠.
Q. 온라인 교육이 예상만큼 좋은 건 아니네요. 그러면 지금 코로나 이후에 온라인 교육 관련해서도 좀 궁금한 부분이 많았는데 사실 저희가 생각했던 것은 K-MOOC, 이전부터 진행되었던 온라인 강의 공유 시스템입니다. 지금 학교들에서는 설비 투자를 되게 많이 확대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고, 서울 내 대학들은 또 정원을 더 늘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기사를 봤는데, 이거랑 연결이 된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온라인 기준이 늘어나면 정원도 늘릴 수 있기도 하고. 지금 지금 학교 안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은 따로 있나요?
그런 논의가 초기에는 있었죠. 작년 상반기에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예를 들면 미국에서도 온라인을 강화해왔었고 심지어 대상을 세계 전체로 넓혀 마케팅을 하고 있었단 말이에요. 교육에 마케팅이란 말 자체를 쓰는 게 좀 그렇긴 하지만, 이런 상황 때문에 그 가능성을 좀 더 깊이 바라보게 됐던 거죠.
그런데 지금까지는 코로나라는 게 갑자기 기술 발전을 확 가져온 건 아니거든요. 온라인이 기술들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킨 것도 아니에요. 그간의 온라인 교육은 대학교육을 오프에서 진행할 수 없었던 사람들에 한해서는 발전해 온 부분은 분명히 있습니다. 시민을 대상으로 했던 혹은 이런 여러 가지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 k-mooc라든지 등 많이 해 왔는데 썩 성공하지 못했어요. 오히려 교육이라고 하는 부분에서 사람과 사람의 관계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가 소홀히 해왔던 것을 확인하는 기회를 줬죠.
이러다보니 최근에는 온라인 중심으로 한 대학교육의 변화는 좀 약해져가고 있어요. 미국은 마찬가지고 지금은 온라인 활용을 어떤 식으로 할 거냐. 그러나 무엇이 중심이 돼야 되느냐와 관련해서는 온라인이 그렇게 될 수는 없다라고 하는 걸 다시금 확인해 왔습니다.
기술적으로는 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부작용이 당장 어떻게 나오냐면 아주 형식적인 부분들을 강화하게 돼요. 온라인으로 하면 시간을 몇 분까지 하셔야 됩니다, 시험은 어떻게 해서 모여야 됩니다, 이런 식으로 하거든요. 이런 부분들이 과연 학생과 교수자들에게 서로 관계를 맺고 같이 공부를 하고 토론을 하는데 촉진제가 되거나 인센티브가 될 거냐. 전혀 그렇지 못합니다. 제도적인 규제와 강제 정도로만 다가오고 있단 말이에요. 행정이 주도하게 되는 상황이 오는 거죠. 이런 상황에서는 교육이 활성화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어떻게 온라인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겠느냐는 부분으로 다시 초점을 옮겨가야 됩니다.
Q. 비슷한 차원의 논의인데,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사실 후마니타스칼리지가 교양 교육인 것도 있고 그동안 강좌 수가 변동이 많이 생기면서 대형 강의가 많이 생기고 그것에 대한 의견이 다양했던 것 같습니다. 대표적으로 학생들 측에서는 반발이 심하기도 했었고 그리고 듣기로는 교내에 있는 강사 선생님들 관련해서도 고용 문제도 생겨서 문제가 있었는데 대형 강의가 많아지고 있는 게 교육의 측면에서 바라봤을 때는 어떻다고 생각을 하시나요.
대형 강의가 필요한 과목들도 있어요. 그런데 전반적으로 대형 강의 중심으로 가서는 안 된다고 저도 생각을 하고, 그러니까 공간 구성, 강사 수라든지 이런 분들도 창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강의 시간의 배정 문제등은 제도적인 변화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쉽게 금방 이루어지지는 않을 거예요. 하지만 대형 강의가 늘어나는 데 또 다른 요인이 있는데. 예를 들어 대형 강의를 교육부에서 대학평가 할 때 점수를 더 주는 부분이 생겨났어요. 그것도 어떤 식이냐. 웬만한 대형강의면 안 돼요. 엄청난 대형 강의여야지 점수가 좋아요.
또 개별 대학이 아니라 행정라인들 간에 대학 협의체가 있어요. 이런 데서는 아무래도 경영 마인드를 중심으로 제도를 만들게 되고, 또 교육부는 교육부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한 방식으로 자꾸 제도를 만들고. 이런 부분에 대한 문제제기를 해줘야 됩니다. 대형 강좌 등이 다 거기에서 만들어진 것들이에요. 대학사회가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는 이유는 다양성이에요. 교양교육도 다양성으로 전공을 강화시켜주기도 하고, 전공에서 못 본 것들을 깨닫게 해주는 그런 역할도 있습니다. 근데 이런 것들은 어떻게 되겠어요. 이런 부분들이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약화시켜버리잖아요. 그러면 다양성을 잃어버리게 되는 거예요.
대형 강의도 유행이나 인기를 따라가는 시기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어요. 다양성은 커녕 교육을 독점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거예요. 소수가 독점하고, 이러면 교육 자체가 사회를 좋게 만드는 역할도 할 수 없게 만드는 부작용을 가져오게 됩니다. 대학 평가라던가 아니면 교육부 주도로 해서 하는 것에 문제제기를 하는 게 중요합니다.
Q. 그러면 학생 사회로 돌아와서, 제가 이야기하는 '등록금 반환으로 문제가 해결이 안 된다'라는 말 뒤에는 대학의 역할이라는 것 자체가 전문 지식을 학습하는 것과 동시에 다른 사람들이랑 토론을 하면서 시민이 된다' 가 있고, 코로나19 시기에는 후자와 관련해서 학생사회가 없어지면서 거의 공백이 되었다고 보고 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을 하시는지요.
저도 학생 사회가 해체된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등록금 반환이라기보다는 그 등록금을 어떻게 대학교육이나 학생 사회를 복원하는 데에 투여할 건가. 이 아이디어를 짜내야 할 때가 왔습니다. 지금 복원하는 부분은 작아진다는 시스템부터 어떻게 복원할지 시작해서 여러 가지 모색을 하고 있거든요. 이게 1년 반 되면서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고 하는 위기 인식이 굉장히 높아져서 그런 거죠. 그리고 또 결국 대학이라는 공간을 어떻게 이해하느냐가 중요한데 단순하게 전문적인 기술을 습득하는 곳이 아니에요. 사실 학부에서는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사회생활과 관련해서 학문을 발전시켜 나가고 자기가 학문에 복무하기 위해서도 그 기본적인 토대들, 특히 제일 중요한 게 교수 학생 관계 학생과 학생의 관계 이런 부분들을 만들어내는 것이 거든요. 그래서 학생들의 대학사회도 만들어야 되는데, 이런 부분은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어떤 관점으로 그걸 복원해낼 건가. 이게 지금 우리 고민의 초점이 돼야 된다고 생각하지요.
Q. 최근에 제가 또 관심 가지고 있었던 것 중에 하나가 학생사회도 그렇고 코로나 관련해서도 그렇지만 수도권 외에 있는 대학들입니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 이런 이야기가 기사가 나더라고요. 찾아보니까 수도권 밖에 소위 말하는 지방 사립대는 미충원율이 엄청나게 높다는데, 그래서 오래 전부터 첨예한 갈등을 가지고 오는 주제는 대학 구조조정인 것 같습니다. 인문학이 계속 구조조정되는 문제가 있는데 이제 사회에서 요구하는 일자리를 대학이 따라가지 못합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혹시 교수님께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여쭤보고 싶었습니다.
일단 지방대 몰락이라고까지 표현할 때 표현할 수 있는 이 현상은 상당히 오래된 거죠. 코로나 이전부터 왔어요. 그런데 이제 코로나가 더 촉진제 역할을 준 거죠. 지방대에 들어가도 별로 사회진출 가능성이나 이런 부분들이 높아지는 게 아닌데 수업도 제대로 못 듣고, 그나마 교수 학생들 이런 관계를 만들어서 자기의 자원을 형성해야 되는데, 이게 온라인으로 그것마저 약해지니까 대학에 다닐 유인이 희박해진 것입니다. 이런 상황 때문에 더 가속화되어진 건데 근본적으로 지방 사립대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굉장히 오래된 전통과 명문 반열에 올라 있었던 지방 국립대조차 그런 상황에 처해 있단 말이에요.
이게 뭐냐 하면 우리가 대학교육 자체를 잡고 서열화해서 경쟁 체제로 만들었기 때문에 결국 생겨난 현상입니다. 대학을 간다라는 것의, 사회적으로 자기가 어떤 역할을 하고 그 다음에 학문 연구를 통해서든 어떤 사회 진출에 특별한 재능을 확인하고 육성하고, 그럴 수 있는 토대와 단계들을 만들어내는 것이 거든요. 그런데 대학이 그런 것들을 다 네트워크하고 서로 보완하고 협조하는 방식으로 가면 그러면 아마 미국 대학도 능가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이 조그마한 데에서도 대학들을 서열화하고 개별 경쟁으로 시켜버리니까 각각의 특성들이 사라진 거죠. 자원이 없어요. 그러니 지방 사립 국립대 같은 경우에도 전부 다 서울 수도권에 상위 랭킹 되어 있는 대학들이 하는 것처럼 가거든요. 그러면 무슨 장점이 있냐는 거죠.
그래서 지금 구조조정이나, 혹은 정부 주도의 교육부 줄 세우기 방식으로의 대처는 결코 해법이 되지 않습니다. 지방 학교들이 정원도 미달되니까 또 재정을 취하한다거나 혹은 계속 지속될 수 있게 어떤 편의를 제공한다는 식인데 이렇게 형식적으로 접근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고, 이 기회에 대학교육을 전국적인 관점에서 어떻게 서로 협력하고 보완하는 관계로 가서 다양하고 다원적인 인재들을 키울 건가라고 하는 부분으로 전환되어야 한단 말이에요. 그래야지 다 같이 살아야 된다는 거죠. 나가는 데는 나가더라도.
왜냐하면 또 단일한 잣대 가지고 또 무슨 우리가 다 서로 다른 개성들을 갖고 있는 사람들인데 시험 하나로 갖고 사람들을 다 해서 서열을 나누고 편가르기 하면서 전반적인 사회 경쟁력이라든지 연대 협력이라든지 이런 부분들이 취약해졌듯이 대학도 그렇게 되어버린다는 겁니다. 그러면 자꾸 지방대학이 없어지고 수도권에서 또 없어지고. 그러면 몇 개 대학만 남아 대학교육을 받는 층도 얇아지고, 새로운 다양하고 엉뚱한 생각도 하고 창의적인 생각할 수 있는 인재들이 키워질 수 있는 통로가 사라지는 거예요.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 이렇게 생각이 들죠.
Q. 코로나 19가 끝나고 대학의 위기는 쉽게 끝나지 않겠군요. 그러면 인터뷰를 정리하는 차원에서 요즘 학생들에 대한 교수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학생들 바라보실 때 느끼는 분위기 차이가 있나요. '요즘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예전보다 이런 경향이 많은 것 같다'도 괜찮습니다.
후마니타스칼리지를 시작하고 지금 10년이 넘었는데, 변화가 있습니다. 점점 이제 사회적인 관심이나 이런 부분들은 좀 더 약해진 측면이 있고, 학생 사회라든지 대학 사회라든지, 또 사회 진출 부분에 있어서도 같이 힘을 모아서 가보자라든지 등. 그다음에 여러 가지 대학 밖의 제도적인 문제에 대한 문제제기같은 부분들이 좀 더 약해지는데 저는 뭐 그거는 전적으로 어른들, 교육 당국, 그다음에 우리 사회 책임이라고 봐요. 왜냐하면 점점 더 무한경쟁 각자도생 승자독식이 내면화되어 와버린 거죠.
그 외에 다른 생각을 하기 힘들고 다른 시점에 힘든 방식으로 온 거죠. 최근에 우리 20대 청년들의 어려움이라고 하는 것들이 사회적 굉장히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것도 그런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건데, 이런 상황이다 보니까 아무래도 사회적 실천이라든지, 이 부분에 대한 의지, 전반적인 분위기가 약해져온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조금 추가하자면 그런 부분들을 사람들 탓으로 바뀔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그래서 경희대도 후마니타스칼리지를 중심으로 그런 걸 하는 건데 그런 사회 실천적인 부분들이 오히려 교육 프로그램 안으로 들어오고, 세계 시민 과목 등 여러 가지 사회 실천 프로그램들을 많이 만들어놓고 있잖아요. 코로나 때문에 외부 교류 프로그램 같은 것도 약해지고 있는 상황이라 이런 것들이 대학 안으로 옵니다. 그래도 교육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내려고 하는 노력을 좀 더 강화하고 있는 추세이긴 합니다. 그래서 저는 상황을 절망적이라고 보지는 않아요. 중요한 것은 문제를 탓하고 남을 탓하기 전에 어떤 해법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에 초점을 두자는 이야기는 꼭 하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Q. 후마니타스칼리지는 인문학을 대대로 강조하는 경희대의 교양대학으로 알고 있는데요. 말씀하신 것처럼 사회문제 등이 교육과정 안에서 다루게 되는 것이군요. 수업에서 직접 학생들이 주제를 선정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주제나 실천 방향 같은 것이 코로나 이전보다 좀 달라진 게 있나요?
최근에는, 특히 작년 올해 들어오면서는 확실히 사회경제적인 문제들 있잖아요, 이건 청년의 굉장히 중요한 이슈들이죠. 청년 일자리부터 불평등 문제라든지 고용불안정 문제라든지. 이런 문제들은 기존에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그래도 경희대학교라든지 유수의 대학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선택받고 또 좋은 기회를 확보한 친구들이니까. 그런데 최근에는 그런 주제 선택이 굉장히 많아졌고, 그런 부분에서 어떤 정치권이라든지 제도 영역에서 역할, 책임, 이런 부분들에 대한 문제제기도 점점 많이 늘어나 있는 상황이긴 합니다.
좀 더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구조적인 문제들을 이렇게 연구하는 경향도 높아졌어요. 청년 일자리 문제와 기후변화라든지, 에너지 환경 문제라든지. 왜 그러냐 하면 일자리 문제나 환경 등이 산업 구조와 관련된 건데 이런 문제에 대해서도 미래 설계를 좀 다시 해야 되는 거구나, 라고 하는 분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게 제가 한 1년 반 지나면서 요새 확인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Q. 아까 이야기 나눴던 내용이랑 연결해보면 사실 이렇게 장기적이고 중요한 문제들에 관심 가진 학생들이 더 많아졌는데 온라인 수업이 장기화되면서 교수님이랑 상호작용을 하면서 문제의식을 개발하는 것이 어려워진 측면이 있을 것 같아요. 이런 상황이 적어도 올해 하반기까지는 유지될 것 같은데, 하반기에 조금 보충되었으면 하는 방향이 있으신가요.
첫 번째는 일단 아까 이야기 중에도 나왔습니다만, 관점을 잘 잡아야 됩니다. 그러니까 이게 단기적이거나, 혹은 굉장히 기술적이거나 행정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려고 하는 방식은 안 된다는 관점을 세울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오히려 이 코로나 상황에서 새로운 기회의 요인들을 적극적으로 포착을 해서 좀 더 실질적인 문제들을 바꿔나가는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 이런 대안들을 창출하는 해법을 모색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이 굉장히 지금 중요하다고 봅니다.
후마니타스칼리지는 이미 교수님들도 다 문제의식을 공통적으로 갖게 되셔서 점차적으로 좀 더 중장기적인 부분들, 그래서 온라인이더라도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시도를 해보자는 것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워크북을 만들어서 굉장히 중요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학문적이거나 전공적인 이런 부분들을 다 동원하고 적용해 보며 실험적이고 실천적인 방식에 초점을 두자는 합의를 이루어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그런 관점을 잘 잡는 것, 그다음에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기회로 전환시키자고 하는 것. 이 두 가지가 제가 당부드리고 싶고 저도 그렇게 고민하는 과제입니다.
Q. 그러면 마무리하는 느낌으로, 사실 교수님도 학생들을 이렇게 보지 못하는 게 많이 답답하실 텐데 혹시 해주고 싶으신 말씀이나 이랬으면 좋겠다 하는 게 있으신가요.
앞에서 말했지만 어떤 상황이더라도 대학과 교육의 본질, 정수가 뭐냐는 것을 우리가 잘 짚어봅시다. 그것의 핵심은 서로 공부하는 관계를 형성해서 서로 배우면서 또 더 깊이 공부해 가는 것입니다. 상호 배움이 본질인데 이를 잘 수행했을 때 미래 설계도 잘 이루어지고, 사회 진출도 이루어지고, 또 가장 가깝게는 전공 공부도 잘 이루어질 수 있다는 부분을 우리가 잊지 맙시다. 인터뷰해주시는 분에게는 이런 고민과 문제의식을 가져줘서 굉장히 고맙기도 하고 감동도 됐고, 또 저도 많이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