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게 아니라 섬세한 거라고!
사람마다 감정의 크기와 감각의 민감도는 다르다. 그중에서도 특별히 감각이 예민하고 섬세한 사람들이 있는데, 우리는 흔히 이들을 "예민한 성격" 혹은 "HSP(Highly Sensitive Person)"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주변 자극에 쉽게 반응하고 감정의 깊이가 남다른 경우가 많다.
나는 어려서부터 감각적으로 매우 예민해서 무던한 친구들을 부러워했었다. 성격을 바꾸고 싶다고도 생각을 했으나, 예민함을 섬세함으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함으로써 일상이 조금은 더 풍요로워졌다. HSP 성향이 주는 장점을 잘 활용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더 충만하게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힘들기는 하겠지만). 그렇다면 어떻게 자신을 잘 이해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매우 예민한 사람들은 감정이입 능력이 뛰어나며, 상대방의 미묘한 감정 변화까지도 잘 알아챈다. 이는 특히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진심을 다해 공감하고 이해하는 능력으로 발휘되어,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 예민한 감각은 무던한 이들이 쉽게 감지하지 못하는 것들을 인지하게 해서, 창의력과 깊은 통찰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들은 종종 보통 사람들보다 감정과 아이디어가 풍부하여 예술적 감각이 뛰어나거나,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데 능하다. 이렇게 세세한 부분까지 인지하고 감지하는 능력이 뛰어나니까 작은 변화나 감각적인 디테일을 잘 인식하여, 예술, 디자인, 글쓰기, 또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등 세심한 관찰이 필요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
하지만 80%의 대다수 무던한 사람들 속에서 이 20%의 섬세한 사람들은 상당수 어려움을 겪는다. 자극과 감정에 쉽게 압도되거나 과도하게 몰입하는 경우가 많아 스트레스와 불안감이 생기기 쉽다. 즉, 무던한 사람들은 그냥 넘어갈 자잘한 갈등이나 비판도 깊게 받아들이며, 그로 인해 쉽게 상처를 받고 감정적으로 소진되기 쉽다. 또한, 큰 소음, 강한 빛, 복잡한 군중 등 자극적인 환경에 있을 때 부담을 느끼고 불편함을 경험한다. 감정이입 능력이 강한 만큼 타인과의 경계를 설정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그로 인해 쉽게 지치거나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어떻게 예민함을 섬세함으로 변화시킬까?
첫 걸음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자신의 예민함을 결함으로 생각하지 않고, 대신에 더 깊고 풍부한 삶을 살 수 있게 해주는 특별한 능력으로 바라봄으로써 긍정적인 자아를 형성하는 것이다. 자기 수용을 해야 다른 이들도 긍정적이고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있으므로.
또한, 빈번하고 강렬한 감정을 건강하게 소화하고 조절하기 위해 몸을 움직이거나 감정을 표현하는 예술 활동이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 명상, 꾸준한 운동, 일기 쓰기, 춤추기, 피아노 연주, 음악 감상과 같이 자신의 강렬한 감정과 풍부한 생각을 어떠한 형태로든 밖으로 표출하는 것이다.
예민한 사람들은 후천적 사회화의 갑옷을 입고 무던한 척 연기하며 어느정도 살아갈 수는 있겠지만, 이게 본연의 자연스러운 모습은 아니므로 어느 순간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 따라서 너무 많은 자극을 피하고 적절하게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소규모 모임을 선택하거나, 집과 같은 개인 공간을 차분하고 안락하게 만들어 감각적 자극을 줄이는 식으로. 북적이는 모임을 다녀온 후에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다.
자신의 한계를 적절히 설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섬세한 사람들은 남들에게 "NO"라고 말하는 걸 어려워하기 때문에 모든 제안에 예스라고 말할 수 있다. 부정적인 에너지나 지나친 감정적 연결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거절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또한 감정적으로 깊은 연결을 느낄 수 있는 지인이나 가족이 있다면 큰 힘이 된다.
이들은 열려있는 센서가 많아서 새로운 것을 배우는 행위에서 깊은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고사양 컴퓨터를 방치하기 보다는, 적절한 환경에서 마음껏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배울 것들을 던져주는 것이다. 중간중간 산책, 독서처럼 자신을 돌보는 시간들을 확보하면서.
섬세한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에서 깊은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지나치게 경쟁적인 환경보다는 상담, 교육, 창작, 예술, IT 분야 등 공감, 창의성, 깊은 생각, 연결이 중요한 분야에서 일할 때 더 큰 능력을 발휘하고 성취감도 느낄 수 있다.
예민함이 아니라 섬세함
자신의 섬세함을 두려워하지 말고, 오히려 소중한 강점으로 삼아 더 풍요로운 인생을 만들어 가기를 바라며, 섬세해서 삶의 난이도가 높은 동지들을 격하게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