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친구

by 정수희

내향형 탓인지 대쪽 같은 성격 탓인지 친구가 많이 없다. 좀 좋게 포장하면 다수의 사람보다 몇몇의 사람에게 마음을 주고 그 마음을 끝까지 지키는 편이다. 가진 것 없이 사회화되다 보니 눈치는 늘고 타인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는 것이 이제 자동으로 몸에 익혀졌다. 그래서 불화가 없다. 부딪힘 자체를 안 하기 때문이다. 이런 나에게도 뒤 없이 흉보거나 어리숙한 모습을 맘껏 보여줘도 마음이 불편하지 않은 사람이 있다. 바로 친정엄마이다.

네 자매 중 세 번째인 나는 어릴 적부터 엄마와 말이 잘 통했다. 보수적이고 신앙심이 있는 나를 엄마는 어릴 적부터 신뢰했다. 학업을 마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친구들을 종종 보기는 했지만 자주는 아니었다. 이마저 직장의 연차가 올라가고 두 아이와 씨름하면서 횟수가 점점 줄더니 이제는 보는 것도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간혹 문자메시지나 카톡으로 몇 마디 안부를 물으며 유지관리를 잘하고 있다고 스스로 안위하곤 한다.


하루하루 분주한 때에도 일주일에 두서번은 친정엄마를 만나고 주저리주저리 수다를 떤다.

집이 가까운 탓도 있고 같은 교회를 다니고 있기에 오고 가며 내 속을 온전히 다 보여줘도 핀잔이 없다. 친정엄마는 늘 잘 들어주고 늘 내편이다. 나에게 이런 친정엄마는 가장 신뢰할 만한 친구임이 틀림없다.

그런데 이 둘도 없는 친구가 아프다. 친정엄마의 병명을 듣고 첨 몇 달은 그 고통에 덩달아 마음이 아팠다. 병세가 깊어지고 나서는 엄마의 고통보다는 이 땅에 혼자 남을 내가 무서워서 더 아팠던 거 같다. 참 이기적이게도 ‘이제 누구와 대화하지’, ‘이제 누구와 만나지’가 심연 깊은 곳에서 꾸물꾸물 올라와 그 감정에 사로잡히게 하였다.

이게 무슨 어이없는 생각인가... 인간은 태생부터 악하다는 성악설을 믿었지만 난 조금 다르다 생각했는데 결국 나도 친정엄마를 보며 나의 아쉬움을 채우는 악한 인격일 뿐이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엄마는 내편이다. 악하다 하지 않고 당연한 거라 한다.


결국, 오늘도 생각한다. ‘엄마 없으면 나 어떡하지’ 하고....

엄마에게 나는 나쁜친구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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