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by 정수희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이 둘 사이에서 늘 고민하는 삶을 산 듯하다.
그중 난 늘 좋아하는 일을 먼저 선택했다.
그런데 요즘은 하고 싶은 일보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듯싶다.
살아온 시간만큼 좋아하는 것도 많아졌고 그만큼 벌려 놓은 일도 많다.

돌아보니 뭣하나 성취도 만족도 미달이다.

높은 산과 가을 하늘은 누가 봐도 아름답다.
밤하늘 은하수길은 나도 모르게 함성이 질러지고 멋지게 만들어진 고층 빌딩숲은 누가 봐도 경이롭다.
또 아기자기한 손재주가 있는 사람이나 기발한 아이디어로 신문물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을 볼 때면 부러움을 넘어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을 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니 내 것이 아니다.
인생도 그럴 것이 눈에 보이는 것에 마음을 뺏기고 막연하게 따르는 게 한다.
보암직하고 먹음직한 선악과처럼
나도 모르게 그것에 현혹되어 내 것이 아닌데도 내 것인 양 거짓의 웅덩이에 빠질 때가 있다.

하긴 나만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나만 유독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 걸어왔는지도 모른다.
마흔을 갓 넘기고 보니 나만 할 수 있는 것, 내가 해야 좋다고 말해주는 것들이 있더라.
예전엔 미처 깨닫지 못한
내가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잘하는 일..
그리고 익숙한 일..
시간이 꽤 필요했다. 스스로를 세심하게 탐색하고 가깝고 먼 사람들의 피드백을 받으며 거울 보듯 나를 보며 알 수 있는 것들..

잘하는 일을 받아들이고 인생 후반전에는 잘하는 일로 충분히 행복해지길 기도한다.
잘하는 일이 좋아지도록...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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