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불운한 우연

by 은기

그 시간, 현우는 병원에서 재활 운동을 마치고 택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온몸에 땀이 흥건했지만 마음만은 가벼웠다. 지수에게 연락할 생각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휴대폰을 꺼내려던 순간, 민서에게 메시지 알림이 떴다. 단순한 메시지인 줄 알았는데, 파일이 첨부되어 있었다. 현우는 별생각 없이 파일을 눌렀다.

영상은 학교 앞 카페를 비추고 있었다. 화면 속에는 다름 아닌 지수가 누군가와 마주 앉아 있었다. 남자는 축제 때 봤던 인디밴드 멤버 태준이었다. 지수는 굳은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고, 태준은 웃으며 이야기를 건네는 듯했다. 현우의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다음 순간, 태준이 지수의 손목을 잡는 모습이 클로즈업되었다. 지수는 당황한 표정으로 손을 뿌리치고 있었다. 짧은 영상은 거기서 끝났다. 화면을 뚫어져라 보던 현우의 얼굴은 돌처럼 굳어버렸다. 불안감과 함께 알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현우는 곧바로 지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만 계속 울릴 뿐, 연결은 되지 않았다. 그리고 나서 그를 조롱하듯 휴대폰 배터리 잔량이 깜빡이며 경고음을 울리더니, 이내 화면이 꺼져버렸다. 현우는 주먹을 꽉 쥐었다. 마음이 급해진 그는 빈 택시를 보자마자 몸을 던지듯 올라탔다.

"기사님, 잠시만요! S대학교 정문 앞으로요. 최대한 빨리 부탁드립니다.”

한편, 지수는 카페를 나와 아직도 화가 가라앉지 않은 채 설아를 만났다.

"진짜 어이없지 않아? 태준 그 자식, 지가 뭐라도 된 줄 아나 봐.” 지수는 오늘 있었던 일을 낱낱이 털어놓으며 태준을 맹렬히 비난했다. 설아 역시 분노하며 맞장구쳤다. "미친놈 아니야? 헤어진 지가 언젠데 이제 와서 질척거려? 내가 가서 한 대 때려주고 싶네!”

그때, 아르바이트를 마친 연주가 합석했다. 연주는 지수를 보자마자 "지수야, 너 전화했는데 웬 남자가 받더라. 이상한 소리만 하길래 바로 끊었어.”라고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제야 지수는 자신의 휴대폰이 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수는 설아의 휴대폰을 빌려 자신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놀랍게도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목소리는 태준이었다.

지수가 카페를 떠난 후, 태준은 한참 동안 멍하니 앉아 있다가 일어서려던 순간 의자 아래에 떨어진 지수의 휴대폰을 발견했던 것이다.

"내 휴대폰을 네가 왜 가지고 있어?” 지수가 소리쳤다.

태준은 태연하게 말했다. "왜 이렇게 소리를 질러? 내일 오후에 내 작업실로 와. 휴대폰 줄테니깐. ”

"미쳤어? 지금 당장 가져와!” 지수는 계속 화를 냈지만, 태준은 "그럼, 내일 보자. 안녕”이라는 짧은 말만 남긴 채 전화를 끊어버렸다. 다시 전화를 걸어봤지만, 이미 꺼져 있었다. "진짜 미친놈 아냐?” 지수는 분노에 가득 차 친구들에게 하소연했고, 설아와 연주는 지수와 함께 태준을 욕하며 분을 삭였다.

그 시각, 현우는 휴대폰을 충전하기 위해 동아리방으로 가는 길이었다. 그때 조교가 그에게 다가왔다. "현우야! 너 전화 왜 안 돼? 지도 교수님이 공모전 때문에 급하게 너 찾으셔.”

현우는 당황하며 "아, 죄송해요. 배터리가 다 돼서요...”라고 변명한 뒤 조교와 함께 지도교수실로 향했다.

교수는 현우에게 "이젠 공모전 일주일 남았나? 잘 마무리하고 있지? 다른 교수님들도 네 작품 보고 기대가 크더라. 그래서 말인데… 이대로 끝내기 아까우니 Nova Structure에서 진행하는 설계 공모전에 조금만 수정해서 제출해 보자. 마감 날짜가 공모전 제출 후 한 달 뒤니까 충분히 수정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네 생각은 어떠냐?” 라고 제안했다. 현우는 고민하며 "생각해 보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교수는 "Nova Structure 공모전에서 입상만 해도 네 취업은 걱정 없으니 긍정적으로 생각해 봐라. 네 실력이면 거기서 충분히 잘 해낼 거야.”라며 미래의 성공을 확신하듯 이야기했다.


교수와의 면담을 마친 현우는 지체 없이 지수의 집으로 향했다. 이미 어둑해진 저녁, 지수는 친구들과 헤어져 집으로 오는 길이었다. 현우는 지수의 집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고, 멀리서 걸어오는 지수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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