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와 현우는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고 이전보다 더 단단한 관계로 돌아왔다.
현우는 지수를 생각하여 민서와의 관계에 더욱 조심했다. 불필요한 스킨십이나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을 자제했고, 지수 역시 현우의 다정한 눈빛과 손길로 불안감을 내려놓으며 그의 사랑을 더 이상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지수는 학교 앞 카페에서 친구들과 만나기로 했다.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 자리에 앉아있는데, 갑자기 누군가 지수에게 다가왔다. 태준이었다.
"지수야, 오랜만이다. 잘 지냈어?” 태준의 목소리에는 반가움이 가득했지만, 지수의 얼굴은 돌처럼 굳어갔다. 지수는 태준을 한 번 훑어보더니, 모르는 사람인 양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태준은 지수의 맞은편 자리에 털썩 앉으며 말했다.
"아는 척도 안 하는 거야? 너무하네.”
지수는 당황스러움에 낮게 속삭였다. "지금 어디를 앉아? 너와 내가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할 사이는 아니지 않아? 나 지금 친구들 기다리고 있으니까 그만 꺼져줄래?” 태준은 웃으며 "최지수 왜 이렇게 뾰족해? 난 반가워서 그런 건데.”라고 대꾸했다. 그의 뻔뻔한 대답에 지수는 어이없어하며 가방을 챙겨 일어났다.
"잠깐만... 네 친구들 오기 전에 일어날게.”
지수는 주위를 둘러보며 앉을 다른 곳을 찾다가, 주변의 호기심 어린 시선에 결국 다시 자리에 앉았다.
태준은 그런 지수에게 인디밴드 페스티벌 티켓 두 장을 건넸다.
"네 생각이 나서... 보러 왔으면 좋겠는데, 와줄래?”
태준은 조심스럽게 물었지만, 지수는 그의 행동이 부담스러웠다. 지수는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네 공연을 보러 오라고? 내가 갈 것 같니? 참… 기가 막힌다.”
태준은 지수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지수에게 내밀었다.
"너 전화번호 바뀌었더라. 바뀐 전화번호 좀 알려줘.”
지수는 태준의 뻔뻔한 행동에 화가 치밀어 올라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만해, 태준아! 나 지금 정말 불편해.”
지수가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순간, 태준은 지수의 손목을 살짝 잡았다.
"지수야, 나 너 떠난 거 후회해. ... 너랑 다시 시작하고 싶어...”
"헛소리 지껄이지 마. 그리고 나 남자친구 있어.”
지수는 태준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고 홱 돌아서 카페를 나왔다.
그때, 카페 구석에 앉아있던 민서는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지수를 발견하고 다가가려던 찰나, 그녀는 지수 맞은편에 앉은 남자가 축제 때 공연한 유명한 인디 밴드의 멤버라는 것을 알아챘다.
‘뭐지... 저 분위기는? 그냥 아는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민서는 조용히 휴대폰 카메라를 켰다. 지수와 태준이 마주 보고 이야기하는 모습, 태준이 지수의 손목을 잡는 모습, 그리고 지수가 당황하며 화를 내는 모습까지.
민서는 그 모든 순간을 영상에 담았다. 그리고 나서 민서는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카페를 나섰다. 그녀는 곧바로 현우 선배에게 영상을 전송했다. 민서의 입가에는 비릿한 미소가 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