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새벽 3시의 질주.

침묵을 깨우는 의식

by 은기

새벽 3시는 고양이에게 가장 엄숙하고도 중요한 시간이다.

세상이 완벽하게 고요해지고, 나를 제외한 가족들의 '방어력이 0'이 되어 깊은 단잠에 빠지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 골든타임을 결코 놓치지 않는다.

거실을 한 바퀴, 복도를 한 바퀴, 소파 꼭대기를 찍고 식탁 아래 터널을 전광석화처럼 통과한다.

발톱이 바닥에 닿는 '타타타탁!' 소리는 고요한 밤을 깨우는 경쾌한 행진곡이다.

이것은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존재 증명인 것이다.

엄마는 이 소리를 ‘이유 없는 난동’이라 부르지만, 사실 나는 확인해야만 한다.

이 집의 공기가 여전히 안전한지,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는지 말이다.

달리는 도중, 나는 일부러 쥐돌이 인형을 벽에 '쿵!' 하고 부딪히게 했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엄마의 이불이 뒤척인다.

“룰루야… 제발… 지금 몇 시야… 응?”


나는 멈추지 않는다.

이건 나 혼자 즐기는 놀이가 아니라, 가족 모두의 잠을 깨워 나의 존재감을 확인시켜 주는 '함께 하는 의식'이니까!

내가 이만큼 빠르고, 이만큼 튼튼하다는 걸 가족 모두 알아야 한다.


결국 엄마는 한숨을 내쉬며 불을 켠다.

눈도 제대로 못 뜬 채 헝클어진 머리로 나를 바라보는 엄마.

나는 그 순간, 달리기를 뚝 멈추고 세상에서 가장 '무해하고 순진한 표정'을 장착한다.

마치 방금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고양이처럼 예쁘게 앉아 갸우뚱 고개를 숙인다.

‘어머, 엄마? 왜 일어났어요? 무서운 꿈이라도 꿨나요?’


엄마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다시 침대로 돌아간다.

이제야 온 가족이 내가 깨어있음을 확인했다.

오늘의 보안 점검 및 존재감 확인, 임무 완료!




� 명언형 문장

“세상이 고요할수록 고양이는 더 바빠지고, 집사가 눈을 뜰 때 비로소 고양이의 하루는 완성된다.”

일요일 연재
이전 06화6화. 첫 목욕.